학교급식실 적정인원 충원...저임금 차별 철폐 요구

학비노조 광주지부 기자회견문 [전문] 

학교급식 노동자의 높은 산재 발생은 비정규직의 저임금차별과는 또 다른 차원으로 생명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수년간 노동조합은 교육 당국에 산재 예방에 대한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그러나 변변치 않은 대책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의 산재사고는 매년 늘어만 가고 있다.

2019년 노동조합이 진행한 학교 급식실 산업안전 실태조사 설문조사 결과 학교급식 노동자가 지난 1년간 근골격계질환을 경험한 비율은 응답자의 93%였고, 21년에는 96%로 조사됐다. 학교 급식실의 노동환경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한다.

나날이 학교급식의 안전성과 위생이 강조되면서 급식의 질은 좋아지고 신뢰도 높아졌는데 우리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왜 아직도 다치고 골병이 들어야 하는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 제공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가 1일 오전 광주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죽음의 급식실의 노동환경 개선과 암환자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열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 제공

더욱 심각한 일은 직업성 암 문제다.

최근 언론에 비친 학교 급식실은 죽음의 급식실이었다. 조리할 때 발생하는 조리흄에 노출된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폐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8월 31일 현재 직업성·환경성 암 환자 찾기 119(직업성 암 119) 접수현황을 보면 신청자 132명 중 급식실 43명, 제철소 40명, 플랜트 건설 현장 19명, 전자산업 10명, 금속 화학 8명 등으로 학교 급식실 신청자가 32%(43명)로 가장 많았고 학교 급식실 43명 중 폐암이 21명, 유방암 11명, 갑상샘암 5명, 혈액암 3명 등으로 폐암이 전체 신청자의 절반이나 된다.

또한 올해 학비노조 자체 설문조사 결과, 암 진단 여부 문항에 응답자의 3.5%가 폐암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이것은 국립암센터 국가 암 통계 조유병률(인구 10만 명당 암 유병자 수)보다 24.8배나 높은 매우 충격적인 수치이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도 교육 당국의 조치는 어떠한가. 노동조합은 교육 당국의 공식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전수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고 폐암을 진단받은 학교급식 노동자가 도대체 얼마나 더 있을지 추측하기 힘들다.

근골격계질환, 사고성 재해로 고통받고 있던 학교급식 노동자는 이제는 급기야 폐암으로 죽어 나가고 있다. 이것이 과연 교육 현장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교육 당국은 얼마나 많은 폐암 환자를 확인해야, 얼마나 많은 학교급식 노동자가 죽어 나가야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인가.

급식실에서 발생하는 모든 산재의 근본적 원인은 짧은 시간 급식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압축적인 고강도 노동 때문이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폐암으로 죽어가는 이유는 학교급식 노동자의 폐암 산재 인정 전문조사심의 결과(21.2.24)에 명시되어 있듯이 1인당 담당하는 급식 인원이 공공기관보다 2~3배 이상이 높기 때문이다.

심의 결과에 따르면 해당 학교는 조리실무사가 1인당 약 100명을 초과하는 급식 인원을 담당하고 있었고 총조리일 수 중 조리 흄에 노출되는 메뉴를 조리한 일수가 81%나 되었다. 이것은 튀김 요리를 1년에 16,800인분, 하루 평균 46인분이나 조리한다는 것이고 12년 동안 조리흄에 노출되어 폐암이 발병했다는 것이라며 심의 결과는 학교 급식실 근무와 폐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17개 시・도교육청의 급식실 배치기준은 서로 상이하면서도 공공기관보다 2~3배나 높다.

같은 급식실에서 일하는데 지역별로 그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은 제각각이다. 학교급식이 운영된 이래로 교육 당국 차원의 표준화된 배치기준은 없다.

이것이 오늘날 산재 백화점, 죽음의 급식실을 만들어온 교육 당국의 민낯이다.

우리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절대 폐암으로 죽고 싶지 않다. 일하다가 다치고 병들어 산재 신청을 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급식을 만들어주고 싶다. 우리 학교급식 노동자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 이런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요구가 큰바람인가?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 주면 된다.”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전 나아무개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복직과 지금 학교급식 노동자를 대하는 교육부의 태도는 다를바 없다.

학교급식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도 인간답게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이제 교육 당국이 증명해야 한다.

교육 당국은 지금 당장 암 환자 전수조사를 시작하라.

코로나 시기 방역업무, 시차배식 등 늘어난 급식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충원하라.

근본적으로 학교 급식실의 배치기준을 하향하라.

만약 교육 당국이 우리의 요구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없다면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하반기 학교급식을 멈추고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우리의 안전을 교육 당국의 손에 더는 맡겨두지 않을 것이다. 하반기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강력한 총파업으로 죽음의 급식실을 반드시 산재 없는 급식실로 만들 것이다.

“죽음의 학교 급식실!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 직업암 전수조사 실시하라!”

“학교 급식노동자 산재, 직업성 암! 더이상 죽고 싶지 않다 적정인원 배치하라! ”

“시차 배식, 방역업무, 늘어난 배식시간! 힘들어서 골병든다. 인력확충 시행하라!”

“2학기 단계적 전면등교! 이대로는 급식사고 일어난다! 적정인력을 투입하라!

2021년 9월 1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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