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오월시 연재'
쐐기풀물을 머리에 바르는 여인
- 최미정
총이나 빨리 갖다줘요
우리 잊지말라고 전해주세요
제가 기다린다고 해줘요
저예요
저하고 여자 동지들만 있어요*
오늘은 밤이 정말 아름다워
개 두 마리 세 마리가 트럭을 따라온다
군복을 입은 채 일어난다 목 언저리에 쐐기풀물이 몇 방울 묻어있다 모포를 갠다 이불 더미 위에 올려놓는다 머리맡의 총을 들고 간다 얼굴에 물을 묻힌다 눈썹 옆의 흉터를 지나간다 이게 더 길면 예쁠거예요 머리 끝에만 물을 적신다 손에 묻은 물을 조금씩 발라가며 머리를 빗는다 오른쪽 가르마 머리를 잡아당겨 한번 돌리고 목 가운데 집게핀으로 고정시킨다 바지를 고쳐 입는다 탄창이 세 개 달린 허리띠를 두른다 조끼를 걸친다 총을 든다 신발을 다시 고쳐 신는다
* 쿠르드 여전사의 전화 내용
** 전남 순천 출생, 2009년 <문학들>로 등단, 시집 <검은 발목의 시간>,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최미정 시인
simin667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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