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호 노동칼럼] '더, 덜 착취당하는 노동자'
[정찬호 노동칼럼] '더, 덜 착취당하는 노동자'
  • 정찬호 노동활동가
  • 승인 2018.11.16 1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본주의는 노동자에 대한 자본가의 노동력 착취가 합법화되어 있는 사회다.

자본가에게 노동력 착취는 ‘이윤’의 원천이며 노동자 입장에서는 자본가에게 바친 노동력 중, 자신에게 돌아온 임금을 제외하고 지불 받지 못한 ‘공짜노동’인 셈이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이러한 노동력 착취를 은폐시키려 한다. ‘장사를 잘해서 벌어들인 것’으로 포장하고 경영권이나 영업권은 자신들의 신성불가침 고유권한이라며 노동자들에게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탄력근로시간제 노동법 개악저지! ILO핵심협약 비준! 정부선행조치 이행촉구! 노동법 전면개정! 2018 총파업투쟁승리! 민주노총 시국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노동자가 그 속사정을 알게 되면 도둑놈들이라며 “뺏어간 것 내놓아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반의 이유들에 가로막혀 대다수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하루 노동을 통해 얼마의 가치를 생산하고 그중 얼마가 노동의 대가인 임금으로 돌아오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사회체제와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이 착취의 내막을 알아서도 안 되며 알려고 노력해서도 안 되게 수많은 제에 장치들을 동원한다. 법제도, 언론, 정치, 교육, 이데올로기 등 다양한 상부구조들이 다각적으로 작동하여 ‘불평 없이 순종하는 노동자’로 길들이게 된다.

자본가의 노동력 착취가 많으면 당연히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몫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착취강도는 일률적이지 않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본가 수만큼이나 천차만별이며 여기에 자본의 지불능력까지 끼어들어 노동자의 임금 격차 또한 그에 버금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저임금’이란 노동력 착취가 심한 경우이며 ‘고임금’이란 노동력 착취가 덜 심한 경우를 의미할 뿐이다.

이윤 한 푼 없이 자선 사업이나 사회봉사를 목적으로만 하는 자본가는 전 세계 동서고금을 통틀어 단 한명도 없다. 그렇게 하면 당장 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기업 고임금 노동자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마치 재벌들이 대기업 노동자들은 착취하지 않고 비정규직이나 중소협력업체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몰아 그 이윤을 나눠 갖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 귀족노조에 대한 반감까지 곁들여져 이런 의식은 대다수 민초들의 대중적 신념으로 굳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이윤 축적을 위해 마른 걸레라도 쥐어짜야하기에 대기업 노동자들에게서도 이윤을 빨아들이기 위해 잔업 특근 장시간 노동과 신기술 도입 등 노동 강도 강화를 총동원한다.

대기업 노동자들이 단 한 푼의 이윤이라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당장 길거리로 내쫓을 것이다. 생각해 보라! 재벌들이 대기업노동자들에게 자선사업이나 하고 있겠는가?

한국사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덜 착취당하는 노동자와 더 많이 착취당하는 노동자로 분류된다.

저임금 노동자의 상대적 박탈감과 고임금노동자의 상대적 안도감은 작금의 경제사회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결코 바뀔 수 없는 것들이다.

노동운동 또한 저임금-고임금 착시를 걷어내고 노동착취라는 본질과 맞닥뜨릴 때,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