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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축제를 잠시 중단하자
  • 김태균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
  • 승인 2018.05.1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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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지만 봄인지 모르겠다. 아침과 저녁은 겨울, 낮은 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가 계절감을 흐린다. 미세먼지와 황사도 문제다.

봄에는 으레 봄기운을 만끽하기 위해 나들이를 가곤 하는데 미세먼지와 황사 앞에 봄의 낭만이 사라져간다. 변해가는 봄의 모습과는 달리 봄이 되자 어김없이 전국에서 축제의 신호탄을 쏘기 시작했다. 올해에도 4,000여개의 축제가 열리고 닫힐 것이다.

관객들이 축제에 염증을 느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실한 콘텐츠, 진행 미숙, 비싼 물가 등 전문적인 분석이 아니어도 누구나 문제점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만큼 우리의 축제는 병든 모습이다.

ⓒ광주아트가이드


그렇다고 전국의 모든 축제가 별 볼일 없는 것은 아니다. 소수지만 축제다운 축제, 성공한 축제도 있다. 이러한 축제의 공통점을 세세하게 나열하기는 힘들지만 거시적인 차원에서 두 가지 공통점을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 성공한 축제는 축제가 열리는 지역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 지역의 역사, 문화, 자연환경 등 지역만이 보유한 자원들을 활용해 축제를 기획한다. 둘째, 성공한 축제는 축제의 크기보다는 지속에 초점을 둔다. 축제와 같은 문화행사는 단시간에 성공하기 힘들다.

문화행사란 단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때까지 시행착오를 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것이 축제와 같은 문화행사의 특성이다.

축제(祝祭)는 영어 페스티발(Festival)의 일본어 번역이며,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예술문화와 관련된 행사를 일컫는 용어다.

그런데 우리는 페스티발(Festival·축제)라는 용어를 남용하고 있다. 인삼축제, 산천어축제, 벚꽃축제, 머드페스티벌 등 예술문화와 동떨어진 행사에도 축제라는 말을 붙이고 있다.

인삼특산물전, 산천어놀이, 벚꽃놀이, 진흙놀이 등의 행사명이 더 어울림에도 축제라는 용어를 남용하는 이유는 자신이 기획한 행사를 과대포장하려는 기획자의 욕심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남용도 축제에 관한 부정적 인식을 조장한다.

축제의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이나 축제를 관할하는 지자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실무자나 관계자 역시 축제의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 역시 축제의 기획이나 진행이 지금처럼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지만 별다른 대안 없이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축제를 이끌어가는 실정이다. 끝을 알면서도 불에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축제를 잠시 중단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축제를 중단했을 때 누가 가장 아쉬워하는지 관찰해보면 어떨까. 만약 가장 아쉬워하는 이들이 관객이라면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축제를 계속 진행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축제를 중단했을 때 아쉬워하는 이들이 관객 이외의 누군가임이 밝혀진다면 축제가 왜 망가졌는지 좀 더 세밀하고 확실한 원인을 찾아 대안을 설계할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닌 것을 알면서도 꾸역꾸역 축제를 진행하는 것보다 잠시라도 축제를 중단시키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더 부합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봄은 저항의 계절이다. 만물은 중력에 순응하지만 봄의 새싹은 중력을 거스른다. 봄에서 따온 청춘이라는 말도 그래서 저항을 상징한다.

자치단체장들이 변질시킨 ‘성과 창출의 수단으로서의 축제’라는 중력을 거스르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이상 축제를 중단시키는 것이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축제가 중단됐을 때 관객들이 다시 축제가 열리기를 원한다면 미흡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축제를 계속한다는 전제에서 하는 말이다.

축제는 ‘금기의 일시적 해제’를 상징한다. 일시적이라는 조건이 뒤따르지만 축제는 곧 평소에는 금기시 했던 일들을 허용하는 장이다. 축제의 중단은 곧 축제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봄이 되면 축제를 열지 않는 것이 이제는 금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영원히 중단하자는 것이 아니다. 잠시 중단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강구할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유명 혹은 무명 가수의 공연을 관람하고, 기념품을 사고, 지저분한 먹거리 장터에서 배를 채우는 일을 이제는 그만 할 때가 되지 않았나.

** 윗 글은 <광주 아트가이드> 102호(2018년 4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김태균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  sinbangjja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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