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역사의 소환…광주발(發) 선언

“타자와 변방, 경계지대 열망의 반영”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카데르 아티아 등 40개국 작가 153명
아시아‧남미 등 제3세계 대거 합류 비엔날레 정체성 부각

한국 참여 작가 역대 최대…국내작가 발굴의 장 역할 기대
개발․냉전․분단․난민․격차․이주 등 묵직한 성찰과 비판 메시지

주제전, ‘GB커미션’, ‘파빌리온 프로젝트’로 다양성과 역동성 증폭

 (재)광주비엔날레는 21일 2018광주비엔날레 40개국 153명의 참여작가를 발표했다. 

 2018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은 11명 큐레이터의 7개 전시로 꾸며지는 주제전과 광주의 역사성을 반영한 장소특정적 신작 프로젝트인 ‘GB커미션’, 해외 유수 미술기관 참여의 위성프로젝트인 ‘파빌리온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2018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 주제전에는 40개국 작가 153명의 참여로 인류 역사와 사회적·정치적 경계에 있는 동시대 어젠다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비롯해 광주의 역사적 장소와 동시대 문화 현장에서 시각적으로 펼쳐낼 계획이다. 

△클라라 킴 △그리티야 가위웡 △크리스틴 Y. 김&리타 곤잘레스 △데이비드 테 4개의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펼쳐지며, △정연심&이완 쿤 △김만석, 김성우, 백종옥 △문범강 등 3개의 섹션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에서 선보인다.

● 역동하는 광주발(發) 에너지 극대화
 

(재)광주비엔날레는 21일 2018광주비엔날레 40개국 153명의 참여작가를 발표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제공


2018광주비엔날레는 11명 큐레이터가 ‘상상된 경계들’ 아래 평등한 시각적 집합체로 엮어내는 주제전과 광주의 역사와 정신을 시각문화로 승화·확장하는 GB커미션, 해외 유수 문화기관의 기획전으로 펼쳐지는 위성프로젝트(Satellite Project)인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세계 미술 현장이 광주로 집결하고 광주발(發) 메시지를 발신한다. 

2018광주비엔날레 다수 큐레이터인 △클라라 킴(Clara Kim) 테이트모던 국제미술 수석큐레이터 △그리티야 가위웡(Gridthiya Gaweewong) 짐 톰슨 아트센터 예술감독 △크리스틴 Y. 김(Christine Y. Kim) LA카운티미술관 큐레이터 △리타 곤잘레스(Rita Gonzalez) LA카운티미술관 큐레이터 △데이비드 테(David Teh) 싱가포르국립대학 교수 △정연심 홍익대학교 교수 △이완 쿤(Yeewan Koon) 홍콩대학교 교수 △김만석 독립큐레이터 겸 공간 힘 아키비스트 △김성우 아마도예술공간 큐레이터 △백종옥 독립큐레이터 겸 미술생태연구소 소장 △문범강(B.G. Muhn)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교수 겸 작가 등 11명은 지난해 11월 선정 이후부터 리서치와 큐레이터 간 협업을 통해 다각적인 관점으로 시각 매체를 구현해나가는 중이다. 

그동안 지구촌의 역사와 정치적 현상, 이주, 난민 등의 경계 지점에 대한 전시 기획과 저술 활동을 펼쳐온 경험과 전문성을 지닌 11명 큐레이터들은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이라는 주제 아래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할 참여 작가 선정을 마쳤다. 

이에 따라 주제전 각 7개 섹션 간 시너지 효과와 다양성을 극대화하면서 동시대 전위적이고 사회 반영적인 시작 현장으로서 다양한 목소리가 구현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아시아 작가 최대 참여…현대미술 중심축 지각변동 예고

 2018광주비엔날레 주제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은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의 민족주의에 대한 저서인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에서 차용됐다. 

세계화 이후 민족적‧지정학적 경계가 재편되고 있는 동시대 현상 속에서 지정학적 경계를 넘어 정치, 경제, 감정, 세대 간 복잡해지고 눈에 보이지 않게 굳건해지고 있는 경계에 대해 다각적인 시각으로 조망할 계획이다.

 이러한 주제 아래 11명의 큐레이터는 40개국 작가 153명을 선정해 인류 역사와 사회적·정치적 환경 등의 경계에 있는 동시대 어젠다를 시각적으로 다채롭게 펼쳐낼 계획이다.

 권역별로 보면 아시아 16개국에서는 103작가, 유럽 8개국 12작가, 북미 2개국에서 11작가, 남미 4개국에서 12작가, 중동 5개국에서 7작가, 오세아니아 2개국에서 5작가, 아프리카 3개국에서 3작가가 참여했다. 

국제 현대 미술계의 스타 작가에서부터 광주비엔날레에 처음 참여한 신진 작가까지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영상, 설치, 평면,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매체를 망라한 실험적이면서 동시대 현대미술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미와 중동 등 제 3세계권 작가나 디아스포라 이력을 지닌 작가의 참여가 확대된 점이 주요 특징이다. 

이는 유럽 중심의 담론에서 탈피해 변방과 경계 지대의 이슈를 생산하면서 현대미술의 중심축을 이동시키려는 광주비엔날레가 지닌 열망의 반영이자 창설이념의 재점검이라 할 수 있다. 

1992년 쿠바 하바나에서 결성된 작가 콜렉티브인 로스 카핀테로스(Los Carpinteros), 벨기에 출신으로 멕시코에서 활동하면서 라틴아메리카 내 급격한 근대화가 야기한 모순과 불안에 대한 퍼포먼스 등의 작품을 제작해온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ÿs).

요르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제55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첫 쿠웨이트 파빌리온을 기획한 큐레이터 겸 작가인 알라 유니스(Ala Younis) 등 국제무대에서 독창적인 작품으로 이슈를 생산해내는 제 3세계권 작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카셀 도큐멘타, 베니스 비엔날레 등 주요 국제 미술 전시에 참여했으며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를 수상한 카데르 아티아(Kader Attia)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베를린과 알제리를 오가며 작업하는 이민자 2세라는 태생적 배경으로 인해 2018광주비엔날레 주제 ‘상상된 경계들’을 체화한 작가이다.

 또한 아시아 최대 규모로 20여년 역사 동안 아시아의 가치와 아시아성을 탐구해온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을 반영해 올해에는 아시아 작가의 참여가 67%를 차지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아시아권 참여 작가들의 면모도 두드러진다. 

태국 출신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은 2010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2004년 칸영화제심사위원상 등을 수상했으며, 호 추 니엔(Ho Tzu Nyen)은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싱가포르관 대표작가로 선발된 아시아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아시아의 정체성을 꾸준히 탐구해온 인도 출신 실파 굽타(Shilpa Gupta), 베트남에서 태어나 10세에 미국으로 이주한 딘 Q. 르(Dinh Q. Lê), 여성·이주·노동 등 사회 이슈에 천착해온 대만 출신 슈 리 칭(Shu Lea Cheang)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일본 팝아트의 선구자 나라 요시토모(Yoshitomo Nara)는 국내 비엔날레에 처음 참여해 관람객과 만날 예정이다.

한국 작가도 43명으로 역대 최대 참여를 기록하면서 광주비엔날레가 한국 작가 발굴의 장이자 국제무대로 선보이는 장 역할에 기여하고자 했다.

● 인권, 경계, 난민, 격차, 국가 권력 등 묵직한 메시지 시각화


 

2018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 주제전은 7개 섹션별 전시를 통해 현재까지 잔존하는 전쟁과 분단, 냉전, 독재 등 근대의 잔상과 21세기 포스트인터넷 시대에서의 새로운 격차와 소외를 고찰해본다.

클라라 킴(Clara Kim) 섹션에서 선보이는 알라 유니스(Ala Younis)의 <더 위대한 바그다드를 위한 계획>(Plan for Greater Baghdad)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하고 사담 후세인의 이름을 딴 체육관의 역사를 서술하면서 이라크 정치적 격변기 속에서 건축가들이 정부를 위해 세운 기념비의 궤적을 돌아본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는 기존 프로젝트에서 페미니즘적 맥락이 추가되면서 남성중심 건축 및 역사에서 탈피하여 여성 건축가들이 바그다드 역사에 기여한 면을 시각화할 예정이다. 

크리스틴 Y. 김(Christine Y. Kim)과 리타 곤잘레스(Rita Gonzalez) 섹션에서 선보이는 자크 블라스(Zach Blas)의 영상작업은 국가 압박과 가속화된 자본주의를 위한 도구로 변형되는 인터넷 폐해를 비롯해 네트워크의 대안에 대해 논의한다.

국가가 구축하는 집단과 민족성, 공권력의 폭력에 다룬 사회 비판적인 작품도 두드러진다. 정연심&이완 쿤(Yeewan Koon) 섹션의 미디어, 힙합문화 등 일상적 스펙터클을 활용한 대형 벽화작업으로 타자와 소수자, 비주류의 경계와 공권력 등 정치적 이슈를 담아내는 작업의 뉴욕 기반 니나 샤넬 애브니(Nina Chanel Abney)는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도 대형 야외 벽화 신작을 선보이면서 폭력의 문제에 대해 환기할 예정이다.

이우성 작가는 <빛나는, 거리 위의 사람들>(Floating Lights on the Street) 등의 기존작과 신작의 걸개그림을 통해 동시대 한국 사회 및 정치적 순간에 대한 개별 존재들의 발언형태에 대해 담아낸다.

안정주 작가는 <영원한 친구와 손에 손잡고>(Hand in hand with Amigos para siempre) 영상 작품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교차 편집을 통해 올림픽이라는 국가 주도하의 민족성 고양 및 국민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기제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보여준다.

 그리티야 가위웡(Gridthiya Gaweewong) 섹션에서 태국 출신 니판 오란니웨스나(Nipan Oranniwesna)와 치앙마이와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미얀마의 샨 주(Shan State)로부터 망명 중인 사왕웡세 양훼(Sawangwongse Yawnghwe) 등은 자국의 역사적 관점에서 이주의 문제에 천착한다.

정연심&이완 쿤(Yeewan Koon) 섹션에 참여하는 중국 출신의 첸 웨이(Chen Wei)는 21세기 중국의 사회적 현실에 주목한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이 글로벌 자본주의의 흐름에 편승하며 변화하는 풍토를 나이트클럽이라는 소재로 드러낸 <물결 안에서>(In the Waves) 연작을 비롯해서 중국의 도시 환경과 과거와 미래, 진실과 허구  사이 등을 암시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 광주의 역사성 반영…축적과 성찰의 아카이브

 1995년 창설되어 민주․인권․평화의 정신을 지구촌 공동체에 발신했던 광주비엔날레는 23년 간 지향했던 평등의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국제 사회에 던져왔다. 

이번 전시인 ‘상상된 경계들’은 제1회 광주비엔날레 ‘경계를 넘어’를 환기시키듯 광주비엔날레의 역사와 가치를 모색하는 아카이브형 작업과 창설배경인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담은 작품들이 두드러진다.
 
한국의 젊은 작가들도 광주민주화운동에 천착한다. 박화연 작가는 대량 소비되는 동물의 생명을 집단학살이 자행됐던 수용소의 현재화된 판본으로 인식하면서 현대사회의 ‘동물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여기에서 확장되어 신군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맞선 광주 정신을 조명하면서 동시대적 삶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다. 그의 이러한 작업관은 녹슨철 등을 활용한 설치작품 <철장 안에서>(In the Cage)에 반영된다. 

여상희 작가는 4․3항쟁, 보도연맹, 포로수용소 등의 국민국가 체제에서 희미해진 역사와 기억을 아카이브화한다. 신문지를 활용한 설치작품은 무덤을 연상시키는데 묻혀 있는 역사와 증언의 발굴 및 수집을 내포한다. 81년 생 동갑내기 노윤희와 정현석의 듀오 로와정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흐름 속에서 삭제된 개인과 과거의 목소리를 복권시키는 행위를 시도한다.

 이밖에 광주비엔날레의 아카이브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데이비드 테(David Teh) 섹션에서는 싱가포르 작가 코 응왕 하우(Koh Nguang How)가 1980년대 후반 초국가적 네트워크를 형성했던 아시아 작가들 중 초기 광주비엔날레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 작가들에 관한 신작 설치를 선보인다. 

뉴질랜드 작가 엘라 서덜랜드(Ella Sutherland)는 그동안 광주비엔날레에서 펴낸 출판물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를 분석하고, 광주비엔날레가 축적해 온 고유의 디자인 언어를 선별하여 새로운 표식체계를 구축한 뒤 새로운 출판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 국내 신진 작가 등용문…국내 최대 미술제도로서의 역할 충실

 2018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은 역대 광주비엔날레에서 가장 많은 43명의 한국 작가들이 포진되어 있다.

 2015년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초대 작가,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미술부문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김아영 작가, 제15회 이스탄불 비엔날레에 참여한 김희천 작가, 윤향로 작가 등 한국 미술의 차세대 작가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백승우, 염중호 작가 등이 이름을 올렸다.

 대안공간 현장에서 작가와의 교류 및 발굴에 힘써온 김만석, 김성우, 백종옥 큐레이터가 꾸미는 섹션에서는 동시대 한국미술의 풍경을 서로 다른 3개의 창을 통해 바라보면서 예술적 상상력과 행위들을 집약시켜 선보인다. 

2017년 광주비엔날레 포트폴리오리뷰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한 광주․전남 출신 작가인 강동호, 문선희, 박상화, 박세희, 박화연, 오용석, 윤세영, 이정록, 정유승, 최기창 등의 10명 작가를 포함해 총 33명 한국 작가들이 참여해 동시대 한국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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