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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민중 박근혜 탄핵으로 자신감 얻었다구조조정·비정규직…노동계급 봇물 쏟아낼 것
  • 정찬호 노동활동가
  • 승인 2016.12.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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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국민들의 직접선거로 선출하겠습니다.”
민정당 노태우에 의해 6·29선언이 발표되자 87년 6월 항쟁은 그 마침표를 찍는다.

정치활동이 금지된 3김의 복권이 이뤄지고 직선제 일정이 준비되자 최루탄 공방이 난무하던 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6월 민주항쟁은 모두들 끝난 줄 알았다.

지난 9월 28일 열린 노동개악 성과퇴출제 폐지와 민영화 저지, 살인정권 퇴진 등을 위한 2차 총파업 총력투쟁결의대회에서 문예패가 공연을 하고 있다. ⓒ광주인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둑이 터졌다. 자본에 의해 강제와 통제를 받아오던 노동현장에 거센 불길이 옮겨 붙기 시작한 것이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착취에 신음하던 노동자들은 6월 항쟁에 그치지 않고 노동 현장의 민주화와 경제적 권리를 찾기 위해 들고 일어섰다.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대기업, 중소기업, 제조업, 비제조업 할 것 없이 전국적으로 1000만 노동자가 파업을 했고 1300여개의 노동조합이 새로 만들어졌다.

대다수의 투쟁은 법과 절차를 무시한 소위 불법투쟁이었다. 6·25 이후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노동계급이 역사의 전면에, 그것도 아주 거대한 힘으로 극적인 등장을 한 것이다.

이러한 노동자 대투쟁의 일등공신은 무시무시한 군사독재에 맞서 직선제를 쟁취한 6월 항쟁 승리의 경험이 있었다.

노동자들 또한 군부독재와 자본의 서슬 퍼런 강압에 짓밟혀 숨죽이며 살아왔지만 6월 항쟁의 승리로 인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다.

6·29선언 당시 일각에서는 마치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으나 노동자들이 직간접으로 경험한 6월 항쟁의 기억은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할 또 다른 출발점에 불과했던 것이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일각에서는 ‘현 국면이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것 아니겠느냐’,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자’, ‘이제 혼란은 끝났다’는 회군론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밑으로부터의 변화와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진출에 대한 두려움의 우회적 표현에 불과하다.

탄핵으로 새누리당이 정치권력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기는 하지만 아직 노동자 민중들의 삶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광장의 촛불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향했지만 그 밑바닥에 흐르는 것은 노동자 농민 등 피억압 대중들의 피눈물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새누리 정권 치하에서 노동자 민중들의 삶은 비정규직 고통, 청년실업, 노조탄압, 농산물값 폭락, 사드배치, 환경파괴, 갑의 횡포, 장애인 문제 등 곳곳에 도사린 생존위협과 차별뿐이었다.

반면 재벌을 비롯한 상위 1%들은 갈수록 배가 불러갔다. 대중들이 촛불광장에서 박근혜게이트에 분노했지만 세상 자체를 뜯어 고쳐야한다는 열망 또한 그 출구를 찾고 있었을 뿐이다.

ⓒ광주인

아직 헌재의 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탄핵 통과로 노동자 민중들은 엄청난 자신감을 획득했다.

보수정권 치하에서 수많은 투쟁들이 좌절과 패배의 쓴맛을 되새겨야 했지만 이 모든 것들은 광장의 촛불로 인하여 한꺼번에 날아가 버렸다.

탄핵정세는 개별 사업주나 일개 지방정부를 상대로 한 지역만의 투쟁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통치하는 중앙권력을 상대로 한 것이었기에 그 의미는 실로 엄청나다 할 것이다.

탄핵이 헌재를 통과해도 중도에 박근혜가 퇴진을 해도 자신감에 찬 촛불은 각자의 삶의 현장으로 옮겨져 더욱 뜨겁게 타오를 것이다.

박근혜 부역자 처리, 노동자민중의 생존권, 비정규직, 재벌해체, 사드, 환경, 언론, 문화, 장애인, 일제위안부, 역사교과서 등등….

그 동안 억눌렸던 민중들의 각종 요구들은 둑을 무너뜨릴 기세로 흘러넘칠 것이다. 살인마 군부독재치하에서 6월 항쟁의 승리를 맛보고 7·8·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솟구쳤듯이 말이다.

향후 정국에 봇물을 쏟아낼 부분 역시 노동계급일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는 노동대중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탄핵정국은 조기대선과 새 정부 등장까지 어림잡아 향후 6개월 이상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민중들은 이제 서야 초입에 들어섰을 뿐 아직 아무 것도 손에 쥔 것이 없다.

이번에 획득한 대중적 자신감은 노동대중들에게 또 다른 활로를 열어줄 것이고 그 길에 등장할 주인공은 청년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헌재를 비롯한 각종 정치일정 역시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박근혜 퇴진을 가정으로 향후 흐름을 분석해봤다. 독자들의 현 시국 분석에 조그마한 단초가 되길 바란다.

정찬호 노동활동가  jeongsi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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