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엔 ‘지지와 회초리’…국민의당엔 대안정당 입지

4·13 총선 결과가 보여준 민심은 확연했다.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 심판론에 손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에게는 지지와 회초리를, 국민의당에게는 양당체제를 깨뜨리는 대안정당으로서의 입지를 부여했다.

13일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더민주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확정됐다. 정당별 득표를 통한 비례대표 의석수는 새누리당 17석, 더민주 13석, 국민의당 13석, 정의당은 4석이었다.

더민주가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섬과 동시에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이 167석으로 전체 300석의 과반을 넘었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됐다. 또 국민의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훌쩍 뛰어넘으며 지난 1995년 15대 총선 이후 20년 만에 3당 체제가 등장했다.

◇ 새누리당 참패…박근혜 정권 ‘조기레임덕’ 불가피

야권의 분열 속에 애초 180석에서 많게는 200석까지 바라보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충격의 참패를 당했다. 122석으로 최악의 시나리오였던 145석도 무너졌다. 원내 제1당 자리도 더민주에 내줬다.

▲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이 당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최대 접전지인 수도권에서 전체 의석 122석 중 35석으로 3분의 1도 확보하지 못했다. 서울 49개 선거구 가운데 12곳, 경기 60개 선거구 중 19곳, 인천에서는 13곳 중 4곳 확보에 그쳤다.

여권의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총 65곳 가운데 무려 17곳에서 야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밀렸다. 그나마 호남권에서 2석을 얻은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겠다.

새누리당은 이번 대 참패로 국회 주도권을 상실했다. 공천 실패와 선거 패배에 대한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내부 갈등도 커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운영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유승민, 주호영, 강길수, 안상수, 윤상현 등 여당 성향의 무소속 당선자들이 복당을 한다 해도 과반이 안되는 완전한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되면서 동력을 잃었다.

노동개혁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박근혜 정권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려던 법안들이 줄줄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 조기 레임덕도 예상된다.

◇ 더민주 제1당 우뚝에도 호남 참패…‘지지와 회초리’

더민주는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두며 당초 목표로 삼았던 102~107석을 훌쩍 뛰어넘는 123석을 얻어 원내 1당의 지위를 확보했다.

▲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경제 실패 책임을 준엄하게 심판했다"고 밝히고 있다. ⓒ더민주당

영남에서 9석을 차지하고 서울 강남권에서도 선전하는 등 지지기반을 대폭 확대했다. 반면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는 28석 중 전북 익산갑(이춘석)과 완주·진안·무주·장수(안호영),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이개호) 등 3곳만 건졌다.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도 더민주는 25.54%를 얻어 국민의당 26.74%보다 1.2%포인트 적게 나왔다. 새누리당은 최종 33.50%, 정의당은 7.23%였다.

이는 민심이 ‘지지와 회초리’를 동시에 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 제대로 회초리를 들면서 새누리 과반과 더민주 참패 등 위기감을 느낀 수도권 등에서 더민주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만약 호남에서 과거처럼 압도적으로 더민주를 지지했다면 수도권에서 더민주가 선전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며 “호남지역의 회초리가 더민주 지지층의 결집을 가져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가 원내 1당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문 전 대표의 대선가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호남에서의 참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문 전 대표는 애초 ‘새누리당의 과반수 저지’와 ‘총선 결과에 김종인 대표와 공동 책임’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대선 불출마’를 내걸었다.

이 중 새누리당 과반 저지와 107석을 넘는 총선 승리 약속은 지켰다. 그러나 선거 막판 문 전 대표가 광주를 두 번 방문해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대선 불출마하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호남의 지지’ 여부만을 놓고 재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건 사실인 만큼 향후 ‘대선 불출마’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더민주 한 당직자는 “문 전 대표가 광주를 방문할 때도 이미 호남에서 무너진 전세를 돌리긴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수도권으로 향하는 국민의당 녹색바람을 차단하는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호남의 선거 결과만 놓고 문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겠느냐”며 “향후 정치적 거취는 국민들과 지지자, 당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민의당 제3당 입지 굳혀…대안정당 기반 마련

국민의당은 ‘녹색태풍’의 주인공이 됐다. 38석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석을 훌쩍 넘었다. 특히 호남에서 총 28석 가운데 광주 8석, 전북 7석, 전남 8석 등 23석을 차지하면서 더민주를 누르고 맹주자리를 차지했다.

▲ 국민의당 광주지역 후보들과 지지자들이 13일 오후 6시께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그동안 밀리는 것으로 평가되던 광주 광산을 권은희 후보가 이용섭 더민주 후보에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자 일제히 환호하고 있다. ⓒ광주인

광주에서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것으로 나오던 광산을 권은희 후보가 더민주 이용섭 후보를 누르면서 8석을 싹쓸이해 파란을 일으켰다.

국민의당의 돌풍은 기존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거대 양당 체제를 깨뜨리고 제3당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20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과 더민주 등이 쟁점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없다.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라는 법안 처리 요건을 갖추려면 반드시 국민의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은 확실한 ‘캐스팅 보트’가 되면서 입지를 굳힐 수 있게 됐다. 박근혜정권의 통치스타일은 물론 당·청 관계나 청와대와 국회 관계도 새롭게 정립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이번 녹색 돌풍을 바탕으로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야권연대 불가’를 끝내 고수하면서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분열주의자’로 낙인찍히면서 영구 퇴출될 뻔했으나 새누리당 과반 저지는 물론 원내 교섭단체 구성으로 ‘강철수’의 이미지를 강화하게 됐다.

다만 호남 이외의 지역에선 의석수가 많지 않아 호남당이라는 이미지는 극복해야할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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