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체 정치권의 심각한 후진성 - 여당 총선 압승 전망 대처 궁금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13일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3월2일 김한길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새정치연합에 들어온 뒤 1년 9개월여 만이다.

5년 전 ‘안철수 현상’의 주인공이었고 현재도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은 강한 안철수가 되는 ‘강철수’의 시작일까? 아니면 철수를 넘어 퇴각이 될까는 아직 불투명하다.

안 전 대표의 탈당과 관련해 아쉬운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우선 국내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내의 소통의 문제다. 안 전 대표와 문재인 대표간에 의견 차이가 심각했다면 그에 대해 당내에서 난상토론을 벌이든지, 두 사람이 TV에 나가 국민 앞에서 시시비비를 가렸어야 했다. 두 사람이 갈라진 것이 필연인 것인지, 아닌지 여전히 애매하다.

▲ 13일 안철수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당 혁신을 놓고 내부 갈등이 심각한 것 같은데 정작 전현직 당 대표는 주로 별도의 기자회견, 트위터 등을 통해 간접 대화만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직접 만나지 못할 정도로 감정 대립 등이 심했다 해도 전체 유권자를 생각하면 두 사람이 전국 단위 큰 정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모습은 라이벌 정당을 매우 흡족하게 했을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SNS 시대에 공개리에 투명한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은 찻잔 속의 정치에 그칠 우려가 크다. 문 대표의 문제는 그가 당 대표라는 점에서 당 사태에 대해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데 안 대표의 탈당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방치했다가 막판에 심야 방문을 하는 생색내기에 그쳤다. 그는 내년 총선에 올인하는 것이 지상 과제처럼 앞세울 뿐이다. 유권자를 십분 고려한 태도인가?

문 대표는 해온데로 할 것 같이 보이고 지금은 안 전 대표에게 시선이 주로 가 있다. 그는 정권 교체를 이룩할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고 일부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동조 탈당할 움직임도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탈당을 공식화하는 자리에서 기자회견문만 읽은 다음 질문을 받지 않아 소통의 정치와는 거리를 보였다.

그가 탈당하면서 야권 지형의 빅뱅이 생길지 여부가 주목된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주류는 마이웨이를 확인한 가운데 당내 일부 의원들이 당 잔류와 탈당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 전 대표가 지향하는 새로운 정치가 무엇일까? 그는 당의 쇄신 등을 강력 주장했지만 당 안팎의 뿌리 깊은 전체 정치권의 후진성, 반민주성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그 실현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 사회에서 개혁이 가장 필요하다고 지탄받는 분야의 하나가 정치권이지만 ‘눈치 백단’의 국회의원들이 근본적 변화를 외면하는 고질병이 심각하다.

맹렬했던 거리의 민주 투사도 국회의원 완장만 차면 그의 존재감은 실종된다.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문화의 독기가 그토록 지독한 것인가. 지역감정에 휘둘리는 유권자들도 정치권 혼탁에 동참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회의원과 정당은 특권과 기득권에 안주하면서 군사문화 잔재와 같은 당대표제를 여야 모두 채택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모두 동등한 헌법기관이지만 지역감정이 당락을 좌우하는 선거풍토 때문에 당 대표나 청와대가 휘두르는 공천권에 예속된 상태다. 국회의원이 당 대표 비서, 대통령의 특보로 기용되는 기현상이 일반화되어 있다.

안 전 대표가 새 정치를 지향하면서 낡은 진보 청산을 강조했다. 진보에 대해 말한다면 국가보안법에 의해 진보 정치세력의 정상적 발달이 수십년간 저지된 비정상적인 정치 지형을 직시해야 한다. 진보는 사상의 자유 속에서만 정상적인 발전이 가능한데 이것이 1948년 국보법 제정이후 남한에서는 불가능하다.

▲ 13일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기자회견하는 안철수 의원. ⓒ민중의소리 갈무리

국보법에 따라 이승만과 박정희는 진보세력의 상징이던 조봉암, 조용수를 사법 살인했고 오늘날 수구세력의 신종 빨갱이 사냥 종북 몰이가 기승을 부린다. 분단 기생세력이 동서진영간에 이미 종식된 이념논쟁을 부추기면서 신종 매카시즘으로 부당이득을 갈취하는 후진적 정치사상 풍토는 진보 정치 발전을 막고 세계를 향한 큰 정치를 원천 차단한다.

정치를 막론한 전체 사회의 건전한 토론 문화가 실종되어 있다. 정부 비판은 흔히 국보법에 의한 처벌로 이어진다. 소통이 막힌 사회는 N포 세대, 헬 조선이 되어 신음하고 있다.

국보법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적한 국회의 병폐, 즉 당리당략에 따라 서로 주고받는 거래의 정치가 일상화되었고 여야간에 높은 수준의 타협과 합의보다는 낮은 수준의 ‘거래’가 벌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안 전 대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여야의 당리당략 차원의 나눠먹기는 보주, 진보의 차이도 없다. 후안무치한 측면이 강하다.

여야 모두 공천문제로 내부 갈등이 심각하다. 국회의원이 되면 팔자를 고친다고 할 만큼 특권이 커서 그런가? 현직 국회의원들은 특히 공천에 목을 매단 것으로 비춰진다. 국회의원을 줄 세우기 하는 조폭적 논리가 공천을 둘러싸고 악취를 풍기는 정치권의 후진적 관행을 안 전 대표는 자신이 말하는 혁신만으로 타파할 수 있을 것인가?

▲ ⓒ민중의소리 갈무리

국내정치 개혁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대응 등 대외문제에 대한 것도 심각하다. 박근혜 정부의 대외정책에서 보면 외치는 국내정치의 연장이라는 것이 너무 분명하다.

동북아 정세는 대단히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 취소 등에서와 같이 북중 관계도 널뛰기를 하는 형국이다. 미국의 중국 포위작전 속의 한미일 동맹 강화, 일본의 전쟁국가 변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등등 ---. 한국 경제 수출 주도형인데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에 치우쳐 있는 현실을 안 전 대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분단 상태의 중국이 행하는 분단 청산을 향한 통 큰 정치에 비해 남북한의 대립과 갈등은 너무 비교된다. 중국은 대만과의 관계를 하나의 중국이라는 기치아래 경제, 사회적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물론 군사적으로 중국, 대만의 대치 상태는 여전해서 서로를 향한 무기 증강에 열을 올린다. 중국이 홍콩과 마카오의 행정. 입법 부분에서 본국과 달리 영국, 마카오의 그것을 수십년간 유지토록 하는 ‘일국이제(一國二制)’를 남북이 눈 여겨 보아야 하는데 안 전 대표는 이런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궁금하다.

또한 유럽연합이 세계 1,2차 대전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경제공동체에 이어 정치공동체로 발전해 가는 과정도 분단국인 남한이 깊이 연구해야 할 사례가 아닌가.

안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 새로운 정치와 정권 교체 의지를 밝혔지만 국내 정치권 전반과 대외 여건에 대한 포부나 정책 등에 대해서는 별로 내놓은 콘텐츠가 눈에 띄지 않는다. 새정치연합도 최근 수년간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쌓아놓은 갖가지 정치적 업적을 이명박에 이어 박근혜 정권이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제대로 대응치 못했었다.

안 전 대표가 말한 새 정치에는 국내 정치권 전반의 병폐를 청산하는 것과 함께, 국보법에 의한 진보의 발달 억제, 자주적이면서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는 대외 정책 등이 다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안 전 대표가 주장하는 정치 혁신의 그림이 확 다가온다고 보기 어렵다. 향후 그가 그려나갈 정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안 전 대표의 새 정치적 행보, 문 대표의 ‘호랑이 등 타기’가 주목되면서 양분된 야권은 결국 여권의 총선 압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개현선을 돌파할 정도의 여당 승리도 가능할 것이라 한다. 안 전 대표나 문 대표는 이런 사태에 대한 대안이 있는 것인가? 야당 다운 야당이 나와야 거대 여당의 독주를 막을 것이란 기대를 갖는 국민은 여전히 궁금하다.

** 윗 칼럼은 <자유언론실천재단 http://www.kopf.kr/>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