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재기씨 빈소 방문“사망에 대한 회사 책임 잘 몰라”
유족·노조 “뭐하러 왔나. 진위 파악하고 오라” 비난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이 ‘도급화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 사망한 고 김재기씨 빈소를 방문해 “회사의 책임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등 책임회피 발언으로 유족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21일 금호타이어 노조와 유족 등에 따르면 김창규 사장은 전날 오후 5시20분께 사전 예고 없이 광주 광산구 만평 장례식장에 있는 고인의 빈소를 방문했다.

▲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이 20일 고 김재기씨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족들의 질책을 머리 숙여 듣고 있다. ⓒ김주형 기자

김 사장은 조문 후 빈소 옆 별실에서 유족들과 마주앉았다. 유족들은 고인의 사망에 대한 사과, 금호타이어 사측 책임 문제, 도급화 계획 철회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김창규 사장은 유족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더듬거리며 “사과드린다. 사고에 대한 책임을 말씀하시면, 책임에 대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해서는 회사가 책임을 지고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책임을 말할 때는 ‘책, 책, 책임’이라며 몇 번 더듬기도 했고 ‘책임에 대한 원인’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했다.

▲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이 고 김재기씨 유족 앞에서 무릎 꿇고 앉아 유족의 항의를 듣고 있다.ⓒ김주형 기자

유족들이 명확하게 말해달라며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냐’고 다시 묻자 김 사장은 “사망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해서는, 회사가 거기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고인이 분신한 직접적 원인인 사측의 ‘도급화 추진’ 문제를 “모르겠다”고 표현하면서 사측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성난 유족들이 “뭘 모르겠다는 것이냐, 그럼 뭘 사과한다는 거냐, 왜 왔느냐”고 따지자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죄송하단 말씀드리고 책임지겠다는 말씀 드린다”며 “일단 직원이 사망을 했지 않느냐. 사망 사고 났으니까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잘못했다 얘기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유족들의 질책이 거세지자 김 사장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왔다. 돌아가서 상황을 파악한 뒤 직원들에게 조치를 취하겠다”며 “23일에 다시 오겠다”고 밝혔다.

▲ 김창규

빈소를 나서는 김창규 사장을 20여명의 금호타이어 노조원들이 “김재기를 살려내라” “도급화 계획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가로막았다.

김 사장이 사측의 책임문제와 도급화와 관련한 대답을 회피하자 노조원들은 “그렇다면 박삼구 회장을 오게 하라”고 채근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30여분간 유족·노조원들과 실랑이를 벌인 뒤 “상황을 파악한 뒤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유족들은 김 사장이 떠난 후 구체적인 사과 내용과 사측의 책임, 도급화 계획 철회에 대한 입장 등 아무것도 내놓지 않은 만큼 “오늘 우리는 아무런 사과도 받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 김창규 금호타이어사장이 20일 오후 고 김재기씨 빈소를 찾아 분향소에 이어 김씨의 대형 사진 앞에서 다시 절을 올리고 있다.ⓒ김주형 기자

▲ 고 김재기씨 부인이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이 무릎 꿇고 조문한 현수막으로 된 남편 영정을 쓰다듬으며 오열하고 있다. 김창규 사장은 그 옆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김주형 기자

▲ 고 김재기씨의 동료들과 유족들이 책임있는 사과와 도급화 철회 등을 요구하며 앞을 가로막자 김창규 사장이 입을 꽉 다물고 있다.ⓒ김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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