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8일, 광주시청 2층 시장실앞 복도에서 계약해지에 맞선 30여명의 시청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고용승계 문제로 시장님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집단 농성을 시작했다.(대다수가 50~60대 여성들이며 지역사회에서는 “시청 어머니들”이라고 부름)

농성이 시작되자 이를 해산시키려는 공무원들과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졌고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이내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 “여기가 마지막이다. 여기서 밀리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시장이 고용승계 해결하라!”는 절박함과 분노가 마지막 남은 여성의 자존심까지 내 던지게 한 것이다.

▲ 지난 2008년 3월 3일 광주시청 청소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복직투쟁 1년을 맞아 시청 맞은편에서 연 집회. 당시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광주를 비롯해 국회의사당, 민주당사,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등지에서 원직복직을 촉구하는 노숙 및 삼보일배 투쟁을 전개한다고 발표했었다.ⓒ광주인

그러나 반라의 농성도 길게 가지는 못했다. 심야가 되자, 민주노총과 상급단체 남성들을 먼저 끌어냈고 이어 어머니들을 한 명씩 한 명씩 끌어냈다. 힘없는 어머니들이 울부짖으며 저항해보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길거리로 내쫓긴 어머니들은 시청 앞 인도에 진을 치기 시작했고 440일간의 기나 긴 고용승계 투쟁은 그렇게 막이 오른다.

시청 어머니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된 3월 8일은 공교롭게도 ‘세계 여성의 날’이었으며 또한 민주화의 성지라는 518광주, 그 한복판인 시청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지역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비정규직 문제 하면, 광주시가 떠오를 정도였다.

광주시청 앞 광장은 그해 내내 크고 작은 집회와 시위의 장이 되었고 518 기념행사에 참석한 타지인들의 연대 집회도 끊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새해 1월 5일, 윤장현 광주시장은 시청사내 용역업체 파견근로자(청소, 시설관리, 청사방호, 주차관리 등) 74명의 직접고용을 선언했고 본청과 직속기관 및 사업소, 공사·공단, 출자·출연 기관을 아우른 공공부분 비정규직 1,366명의 단계별 정규직화와 처우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시청 어머니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윤시장에게 장미 한 송이와 보라색 편지 한 통을 선물했다고 한다. 9년 전, 시청 어머니들과 함께 농성장에서 끌려나왔던 한 사람으로서 감개무량하기 그지없다.

▲ ⓒ광주인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비정규직 고용 1% 증대 시 생산성은 0.31% ~ 0.42% 감소하며 간접고용 비율이 1% 증대시 생산성은 0.71% ~ 1% 감소한다. 즉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을 사용하면 생산비용은 하락하지만 그 만큼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윤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이니 경제개혁이니 하는 것도 사람이 위에 있어야지 그 밑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거꾸로 된 사회 현실은 모조리 뜯어 고쳐 바로 세워야 하며 그 일 또한 사회구성원들이 담당해야할 몫이다. 특히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우선적으로 나서야할 일이다.

비록 이번 정규직화가 광주시만의 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를 모범삼아 타 공공부분과 민간기업들에서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가는 새로운 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다. 그저 이 자리에서 일만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9년전 광주시장실 앞에서 외친 어머니들의 구호 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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