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4시 5.18기념재단 대동홀

『Gwangju, Cross of Our Nation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밭詩』『달팽이 뿔』... 27일 오후 4시 5·18기념재단 대동홀


올해로 문단 데뷔 45주년을 맞이한 김준태(67) 시인이 『밭詩』(문학들), 『달팽이 뿔』(푸른사상) 등 두 권의 신작시집과 5․18을 담은 영역시집 『Gwangju, Cross of Our Nation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한스미디어)를 펴냈다.

영역시집의 번역은 하버드대학교 영문과 교수인 데이비드 맥캔(David Macann) 박사를 비롯해, 시카고 메리글로브 대학 영문과 교수 송재평, 유네스코 기관지 『꾸리에』에서 일한 천경자 씨, 뉴욕 시라큐스 대학을 졸업한 캐빈 임이 해주었다.

특히 데이비드 맥캔이 번역한 「Gwangju, Cross of Our Nation」은 우리 말 시와 함께 1980년 광주항쟁 직후 전 세계 언론을 통해 발표되었기에 그 의미가 한층 깊다.

광주여 무등산이여
아아, 우리들의 영원한 깃발이여
꿈이여 십자가여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젊어져 갈 청춘의 도시여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에서


▲ 김준태(67)시인은 오는 27일 오후 4시 5.18기념재단 대동홀에서 데뷔45주년을 맞아 시집 <밭詩> <달팽이 뿔>  영역시집<Gwangju, Cross of Our Nation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출판기념회를 연다. ⓒ박갑철 기자 <전라도닷컴> 제공

김정한 시인은 김준태의 영역시집「Gwangju, Cross of Our Nation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서두에 실긴 ‘헌사’를 통해 을 다음처럼 말하고 있다.

“한국만큼 빠른 근대화를 이룬 사례가 세계에 드물기에, 한국의 근대화만큼 복잡한 비극으로 침윤된 사례도 없다. 김준태 그는 수난의 한국현대사 그 자체가 자신의 필요로 불러낸 몇 안 되는 시인이다. 그의 시가 없었다면 그것을 통째 담아낼 매우 중요한 시의 그릇이 없었다.

초기의, 그 희귀하고 강건한 농촌-모더니즘 미학이 ‘광주’ 참혹을 만나 기독교적 화염으로, 폭발하는 것 같았으나 폭발하지 않았다. 남북통일 염원을 만나 대지적인 사랑으로, 폭발하는 것 같았으나 폭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깊어진 너그러움이 눈물의 거푸집에 달했다.

그는 지금 가장 위대한 할아버지 시인 중 하나이고, ‘만년의 걸작’에 달한 그의 작품을 읽으면, 불행을 알기에 불행한 인간이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게 다행을 넘어, 얼마나 축복인가를 깨닫게 해주기에 족하다. 지금 그의 시가 있으므로, 슬픈 현대사가 비로소, 인간 말고는 알 수 없는 슬픔의 의미에 달한다.

김준태(金準泰)시인은1948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 1969년 전남일보·전남매일 신춘문예 당선, 월간 『시인』지로 나와 시집으로 『참깨를 털면서』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국밥과 희망』 『불이냐 꽃이냐』 『칼과 흙』 『밭詩』 『달팽이 뿔』 등과 영역시집 『Gwangju, Cross of Our Nation 』, 세계문학 기행집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남과 북․해외동포 시인들의 통일시에 해설을 붙인 『백두산아 훨훨 날아라』, 역서로 베트남전쟁 소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팀 오브라이언 지음) 등 총 35권의 저서를 펴냈다. 고교 교사와 언론계를 거쳐 5・18기념재단 제10대 이사장으로 봉직했으며 현재 조선대 문예창작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편 김준태 시인의 출판기념회는 5·18기념재단, 한국작가회의 광주·전남지회의 주최와 광주광역시, 조선대학교의 후원으로 오는 12월 27일(토) 오후 4시 5·18기념문화센터 2층 대동홀에서 열린다.

영역시집 『Gwangju, Cross of Our Nation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외에 올해 출간된 신작시집 『밭詩』시에는 김 시인이 그동안 발표해 온 ‘밭詩 연작’ 68편이 수록돼 있는데, 시대에 대한 분노의 극단에서도 대지와 생명에 대한 사랑의 길을 줄기차게 탐색해온 시인의 오랜 여정이 오롯이 담겨 있다.

시 해설에서 인문학자 강신주 박사는 김준태 시인의 시세계를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이라는 양대 주류 논리를 넘어서는 포괄적 사유 전통을 모색했던 철학자 박동환의 ‘제3의 논리(도시 문명의 기저에 놓여 있는 심오한 생명의 논리)’와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사람 속에서 길을 찾다가//사람들이 저마나 달고 다니는 몸이/이윽고 길임을 알고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기쁨이여!' 김준태 시인은 '흙과 서로의 몸속에서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바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 시집 <밭詩> <달팽이 뿔> 영역시집 <Gwangju, Cross of Our Nation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표지 그림. ⓒ <문학들> <푸른사상> <한스미디어> 제공

흙으로 상징되는 미지의 세계와 몸으로 상징되는 생명체 사이의 연결, 화려한 문명의 빛이 반짝이는 도시 바깥 변두리에서 동양철학이니 서양철학이니 하는 어떤 외래의 이념에도 흔들리지 않고, 수확의 기대 없이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모습에서 시인은 한국인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생명의 논리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이번 시집은 한마디로, 모든 것이 무너져도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생명체와 세계 사 이의 관계를 탐색하고, 도시 너머에서 발견한 지혜와 희망의 길로 죽은 도시를 다시 살려 내려는 지극한 사랑의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달팽이 뿔』은 이 세상에서 패배자로 낙인찍혀 버려졌거나 그 힘이 약한 것들과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 시집 해설에서 강형철(숭의여대 교수) 시인은 그런 점에서 그의 시학을 “유약의 시학”, 보다 정확히 말하면 “유약한 것들을 향한 시학”이라고 명명하고는, “그 유약의 시학이야말로 진정 힘을 지닌, 그리 하여 마침내 이 세상의 강건하고 완강한 거짓과 불의를 이기는 방법론적 전 략”이라고 다음처럼 풀이한다.

김준태 시인의 시는 여전히 그의 등단 작품 「참깨를 털면서」에서 조태일 시인이 평한 것처럼 동물적 순발력과 야생성을 지닌 채 우리의 현실 앞에 확실하게 존재하며 우리를 매번 새롭게 깨우쳐주고 있다는 점이다. '

표제작이 된 「달팽이 뿔」이란 작품이 그 생생한 예다. 그러고 보면 김 시인의 시 전체가 뿔이라는 생각도 들고 동시에 그 뿔은 눈물과 사랑이 가득한 인간 김준태의 아름다운 사랑의 뿔이며 동시에 고심참담한 마음이 변화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를 받아치기 위해서
머리 꼭대기에 솟아 있는 것은
아니리 나무숲, 우리의 갈 길을
찾기 위해 두리번 두리번거리는
달팽이 뿔, 오 고운 살 안테나!
-「달팽이 뿔」전문

민영 시인은 역시 시집 [달팽이 뿔]을 말하는 자리에서 김준태의 시를 다음처럼 얘기하고 있다.

김준태 시인의 시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이것은 그의 살아가는 모습이 한없이 유연하고 너그러우면서도 눈앞을 막아서는 불의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비판하고 저항하는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 시집 <밭詩> <달팽이 뿔> 영역시집 <Gwangju, Cross of Our Nation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표지 그림. ⓒ <문학들> <푸른사상> <한스미디어> 제공

이런 김준태를 처음 만난 것이 언제였을까? 아마 그의 첫 시집 『참깨를 털면서』가 창비사에서 나온 1977년 초가을인 것 같은데, 이때 지방에서 올라온 김준태를 종로에서 만나자마자 우리는 곧 근처에 있는 찻집으로 들어가서 인사를 나누고 회포를 푼 생각이 난다. 그와 나와의 우정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김준태는 광주에서 고등학교 선생으로 있었는데, 우리가 만난 지 3년 만에 일어난 5ㆍ18 광주항쟁 때 결연히 붓을 잡고 그 무지막지한 군부세력의 폭압에 맞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란 저항시를 신문에 발표했다.

그것이 이 나라의 민중들을 일으켜 세우는 도화선의 하나가 되었다. 그 불꽃은 지금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 김준태는 결국 그 시를 발표한 탓에 군사정권의 탄압으로 학교에서 쫓겨나 지금은 5월항쟁의 진원지인 광주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김준태의 시를 읽는 감동은 이런 저항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나라 밖의 여러 곳을 다니며 만난 시인들과 주고 받은 시도 있고, 2001년 8월 평양에서 열린 6ㆍ15선언 1주년 기념 축전 때 남북의 작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낭독한 「백두여, 통일의 빛나는 눈동자여!」란 시도 있다. 김준태는 책상 앞에 앉아 시만 쓰는 시인이 아니다. 이 나라의 남북은 물론 세계 각지를 다니며 시를 쓰는 행동하는 시인이다.

이제 칠십을 바라보는 시인이 뒤늦게 얻은 쌍둥이 손자를 바라보며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 라는 시를 발표했는데 예사로 보아넘길 시가 아니다.

한 놈을 업어주니 또 한 놈이
자기도 업어주라고 운다
그래, 에라 모르겠다!
두 놈을 같이 업어주니
두 놈이 같이 기분 좋아라 웃는다
남과 북도 그랬으면 좋겠다.

- 민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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