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덕-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는가?

새정치민주연합 광주광역시당 당원토론회 발제문[전문]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는가?

“말(話)”이 힘을 잃어버린 시대

문화학자인 엄기호는 우리 사회를 “말이 힘을 잃어버린 사회”라고 규정한다.

“말을 하면 할수록 신이 나고, 힘이 나고, 영감을 받고, 뭔가 관계가 만들어지고, 또는 뭔가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시작을 해야 되고 이러는데...지금 우리 사회는 말을 하면 할수록 허무하다.”는 것이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며 불의를 보면 “벽에 대고 욕이라도 하라”고 하셨다지만 지금은 욕할 힘조차 소진된 무기력의 먹구름이 사방을 휘감고 있다.

말 한다고 뭐가 바뀌는가? 아니, 뭔가가 바뀌는 건 고사하고 내 말을 진지하게 경청해 줄, 그래서 허허로운 마음이라도 잠시 숨을 돌리게 해둘만한 곳이 있는가? 주위를 꼼꼼히 둘러보아도 내 말에 귀 기울여 줄 곳을 찾기 어렵다. 대통령을 비롯해 힘을 가진 사람들은 국민들의 말을 ‘쌩까기’하는데 너무 익숙한 듯하다.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한 말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말이 신뢰를 잃어버리고, 힘을 상실해 버린 사회에서 ‘소통’과 ‘통합’이라는 단어가 ‘희망’을 줄 리 만무하다.

제주 강정에서 진도 팽목항을 지나 밀양과 삼척,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는 군부대, 그리고 우리의 주위 곳곳이 이방인 철학자 알랭 바디우(Alain Badiou)의 말대로 “한국은 나라 전체가 ‘사건의 자리(evental site)’”로 가득 차 있다. 그 모든 자리에 힘없는 사람들의 절박함과 간절함이 아우성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의도적 무시와 냉혹한 배제이고, ‘법대로 원칙대로’의 칼날이 서슬 시퍼렇게 춤을 춘다.

말이 힘을 잃어버린 사회에서 ‘정치’가 설 자리는 없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하다. “깨어있는 시민”과 “행동하는 양심”을 주문했던 두 전직 대통령의 호소가 너무도 강렬하게 귓전을 때린다.

그래도 버티고 살아가야 한다면, 역사는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민중들의 투쟁에 의해 끊임없이 진보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남아 있다면, 진보를 위한 투쟁이 사그라질 때 위기가 등장하고 반동이 머리를 내민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제대로 된 정치에 또다시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다.

새정치는 그저 의미 없는 에피소드로 사라지고 말 것인가?

“정치권은 국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정책개발과 입법과정을 통해 삶의 경제, 민생의 정치로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시대를 통찰하고 국가의 희망찬 미래상을 보여주면서, 국민의 행복을 위해 겸손한 자세로 ‘새정치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2014년 3월 26일 한국정당사에 돛을 올린 새정치민주연합의 강령/정강정책 <전문>에 수록된 내용 중 일부다.

지난 3월 26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으로 국회의원 의석 수 130석의 야당이 탄생했다. 전국적 판도에서 보자면, 일련의 주요 선거과정에서 연거푸 패배의 쓴잔을 마시면서 자력으로 수권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민주당과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연합의 통합으로 단일수권정당에 대한 기대가 형성될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덩치만 키운다고 수권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의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물론 정치 자체에 대한 신뢰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성공 여부는 모호하기 그지없는 ‘새정치’를 어떻게 구체화해 실천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야권의 수권능력 강화라는 과제를 넘어 한국 정치가 당면한 신뢰의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역사적 임무를 부여 받고 있기도 하다. 몇 가지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 정치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있는지를 말해 준다.

예컨대, 2009년 7월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직업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11.7%로 최하위였으며, 바로 위 순위를 차지한 부동산중개업자의 신뢰도 28.2%에 비해서도 절반 이하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대통령 직속기구인 사회통합위원회가 2012년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국회를 신뢰한다는 대답은 고작 5.6%에 불과했고, 72.8%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시간이 흘렀다지만, 지금의 여론도 더욱 악화되었으면 되었지 결코 좋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권의 상태가 이 지경까지 온 데에는 국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고 견고한 고정 지지기반에 안주해 안하무인격의 독주를 계속하고 있는 현 집권세력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하지만 끊임없는 정치혁신 프로젝트를 통해 국민들의 정치적 신뢰를 얻음으로써 정치권 전체의 혁신 경쟁을 이끌어 내는데 실패한 거대 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의 책임도 무겁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시급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더 암울하다.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고, 되돌아 갈 우회로도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단기적 이득이나 계파간 유불리가 아닌 한국정치의 미래를 위한 관점에서 ‘파부침주’(破釜沈舟)의 비상한 결단을 해야 한다.

‘새정치’가 한갓 에피소드로 사라지고 말 운명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힘을 잃어버린 말들의 성찬이 아니라 이미 수없이 반복되어졌던 약속들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하는 것이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일이다. 꺼져가는 변화의 열망에 다시금 불을 지펴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실천적 주체성이 없다면 우리는 다시금 악몽 같은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데자뷰(deja vu)

옥스퍼드 영한사전에 따르면, 프랑스어인 데자뷰는 “기시감”으로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전에도 경험한 적이 있는 것 같이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는 참담함에 할 말조차 잊었다.

아니, 애초에 우리는 이번 참사의 비극을 온전히 표현할 그 어떠한 언어도 찾을 수 없었는지 모른다. 그저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했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이들을 눈앞에 두고도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했으며, 수많은 죽음이 현실이 되었을 때 낡고 병든 관행에 찌든 우리 사회의 자화상에 대한 무한책임감으로 ‘미안하다. 그리고 또 미안하다.’를 되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얄궂게도 이 비극적인 참사를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우리 사회가 경험했던 대형 참사들과 닮은꼴인 ‘세월호 참사’!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 사고는 통절한 반성과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개혁을 통해 결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참담한 비극과 단호히 결별하지 못한 결과다.

우리가 역사적 경험을 통해 너무도 잘 알고 있듯이 사회적 재앙은 결코 일회적이지 않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지만, 이대로는 안 되는 이유다. 기억의 유한성에 기대어 지금의 비극을 잊어버리고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만다면 재앙은 또 다시 우리는 물론 우리 자녀들 시대에도 주기적으로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 대형 참사와 ‘세월호’

사건

서해 페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날짜

1993년 10월

1994년 10월

1995년 6월

2003년 2월

2014년 4월

피해상황

292명 사망

32명 사망

502명 사망

192명 사망

295명 사망, 9명 실종

원인

부실한 설계, 무리한 허가 유지 관리와 안전진단 미비 규정 위반 운행, 전문 인력 부족, 지도감독 미흡, 구조과정의 초동조치 미흡, 현장 지휘체계 혼선

총체적 부실

(?)

대책

해상안전사고 종합방지대책

건설재해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

건설부실 방지 및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대책

지하철 운영과 방재에 관한 종합안전대책

?

                                   역대 주요 선거 결과

 

 

 

17대 대선

(2007)

18대 총선

(2008)

6·2지방선거

(2010)

19대 총선

(2012)

18대 대선

(2012)

6·4지방선거

(2014)

7·30재보선

(2014)

투표율

63.0

46.1

54.5

54.2

75.8

56.8

32.9

결과

이명박

48.67

정동영

26.14

(의석수)

한나라당

153

통합민주당

81

(광역단체장)

한나라당 6

민주당 7

(의석수)

새누리당

152

민주통합당 127

박근혜

51.55

문재인

48.02

(광역단체장)

새누리당

8

새정치연합

9

(의석수)

새누리당

11

새정치연합

4

(득표율)

한나라당

37.48

통합민주당

25.17

(기초단체장)

한나라당

82

민주당 92

(득표율)

새누리당

42.80

민주통합당 36.45

(기초단체장)

새누리당

117

새정치연합

80


이처럼 참담한 비극과 무기력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치’의 힘과 ‘정당’의 기능이 복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러나 이 실낱같은 희망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데자뷰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비틀거리는 리더십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위기는 리더십, 정체성, 노선 등의 복합적 요인들이 상호작용한 ‘총체적 부실’의 결과다.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답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당의 혁신 프로젝트는 지지부진 그 자체였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가는 차치하고라도 비틀거리는 지도부의 리더십은 지켜만 보기에도 짠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이후 당명은 총 5회 변경되어 당명의 수명이 평균 1년 4개월을 넘지 못했으며, 당 지도부는 총 16회 교체되어 지도부의 재임기간도 평균 5개월 남짓이었다.

책임공방만 난무하고 막상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는 어디서 많이 보아온 모습들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는 일’을 내재화해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날짜

2007. 8. 5

2008. 2. 17

2008. 7. 6

2011. 12. 16

2013. 5. 4

2014. 3. 26

당명

대통합민주신당

(열린우리당과 합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민주통합당

(시민통합당, 한국노총과

합당)

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

오충일

손학규,

박상천

정세균

원혜영,

이용선(임시)

김한길

김한길,

안철수

 

 

 

손학규

박지원

(비대위)

한명숙

손학규

문성근

(권한대행)

박지원

(비대위)

이해찬

문재인

(권한대행)

박영선

(비대위)

문희상

(비대위)

문희상

(비대위)


 혁신의 ‘성찬’, 실천의 ‘부재’

18대 대선 패배로 야권의 정당 혁신은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가 되었다. 그야말로 ‘백척간두’에 선 것이다.

“모든 기득권을 다 버리고 치열하게 혁신하겠다. ‘백척간두 진일보’의 각오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민주당을 바꾸겠다. (중략) 혁신은 이미 시작됐다. 저희 민주당은 뼈를 깎는 자기 혁신과 이를 지켜보는 국민만 생각하겠다. 더 깊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 절망과 좌절에서 벗어나 국민 여러분 가슴에 작은 희망의 불씨를 피우겠다. 민주통합당은 오직 국민만 바라보면서 국민을 위해 분골쇄신 하겠다.” -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너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기자회견문(2013. 1. 9).

그러나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가고, 6·4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새정치의 시대’를 장착한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새정치를 비전으로 하는 정당 혁신을 다시 한 번 약속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대표가 2014년 3월 13일 열렸던 새정치비전위원회 출범식에서 한 발언은 혁신의 절박성과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김한길 대표는 “자기 혁신은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요구할 것이지만 우리는 그 고통을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안철수 대표는 “과감한 개혁안을 과연 신당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안을 저희에게 달라”고 했다.

그러나 야권은 또 다시 ‘도저히 질래야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쓴잔을 마셔야 했다. 이제 여야의 혁신경쟁에서 승자는 너무도 분명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또 한 차례의 선거 패배 후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금 던져야만 했다. “이제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국민의 눈으로 국민의 마음으로 국민이 공감하는 정치를 실천하겠습니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변화와 혁신의 화려한 겉치레가 아닌 근본에서부터 출발하겠습니다. 정치란 무엇인지, 국민의 근본적인 물음에 답할 수 있고 그 답이 국민 여러분의 절대적인 공감과 지지를 받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되겠습니다.

낡은 과거와 관행으로부터 어떻게 지혜롭게 결별하느냐가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공정성과 민주성의 원칙에 입각한 예측가능한 정치, 공직 후보자 선출방식에서 당내 문화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공감하는 원칙과 기율이 바로 선 정당을 만들겠습니다. (중략)

국민의 눈으로 진단하고 국민의 마음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국민의 공감 속에 당의 재건과 완전한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중략) 이제 새정치민주연합은 돛단배를 타고 폭풍우를 뚫고 나가는 절박함으로 거친 파도가 몰아치고 눈보라가 휘날려도 그 시련을 이겨내겠습니다.

(중략) 무당무사 무민무당의 정신, 당이 없으면 나도 없다. 국민이 없으면 당도 없다는 정신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작하겠습니다.” - 박영선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 비상대책위원장 기자회견문(2014. 8. 5).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혼신의 힘’도 얼마가지 못해 힘이 빠지고 말았다.

이러한 절박한 선언과 절절한 약속은 중앙당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대선을 앞둔 2012년 11월 22일, 당시 민주통합당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을 가슴 아프게 받아들이고 깊이 성찰하겠다”면서 “과감한 정치혁신으로 차별화된 광주를 만들”기 위해 “국민주권 시대에 맞게 시민들과 동행하는 정치로 혁신하기 위해 ‘새정치실현 광주협약’을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과감한 민주당 혁신으로 광주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등 ‘새정치공동선언’ 실천에 앞장”서고, “인재를 발굴·육성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해 ‘새정치청년아카데미’를 개설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약속이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날의 상황에서 벗어나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추구하는 실천들이고, 그 실천을 창안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자신이다.” - <바디우가 우리에게 남겨놓은 것>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62호(2013. 12. 19).

실천이 핵심이다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정치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개혁이다, 혁신이다 하는데 과거의 경험으로 봤을 때 이를 실천한 적이 없다. 국민들의 기대가 과도하게 높아졌다가 오히려 실망하고 신뢰가 떨어지는 과정이 반복됐다”며 “‘보여주기 혁신’ 이전에 당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 교수는 “짧은 기간 지도부가 너무 자주 바뀌다 보니까 당직자들이 일을 잘해서 평가를 받기보다는 능력과 상관없이 자기가 잡은 줄에 따라 생명이 왔다 갔다 한다. 당의 규율과 조직, 문화가 모두 망가져 있다”며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당 내부에서 사소한 문제부터 당을 정상화시키고 그런 바탕 위에서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 9월 19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문희상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비대위는 당의 환골탈태를 위해서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혁신의 청사진과 실천 로드맵 등 지난 번 비대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준비되었다고 저는 생각한다. 이제는 로드맵이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맞춰서 실천하는 비대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한다.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실천하는 그러한 비대위가 되도록, 그렇게 해서 당원과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각오이다.”고 밝혔다.

이제, 새정치민주연합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의 해답은 분명해졌다. 말의 성찬이 아니라 실천하는 행동이 핵심이다. 이제는 구체적 행동 계획을 세워야 한다. 언제까지고 도약의 발판만 다지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새봄’은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없는 도약을 통해 조금씩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민주통합당 혁신 방안

- 3대 혁신 목표
1. 능력 있고 신뢰 받는 정당-계파 갈등을 넘어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민주당
2. 국민과 함께 하는 정당-국민 속에 뿌리를 내리고 국민과 동행하는 민주당
3. 개혁하고 변화하는 미래 정당-미래를 향해 항상 개혁하고 변화하는 민주당
-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원회,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민주통합당 혁신 방안』(2013. 3. 13).

                           3대 혁신 분야 9개 과제

혁신 분야

혁신 과제

혁신 배경

혁신 방안

리더십

민주적이고 강한 리더십 구축

-비민주적인 계파 갈등과 그 문화

-집단지도체제로 인한 무책임과 나눠 먹기식 당 운영

-빈번히 교체되는 지도부로 인한 불안정한 리더십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도입

-지도체제 및 지도부 선출 방식 개정 요건 강화

-당내 계파 구조의 부정적 폐해와 이로 인한 불신 구조 해소 및 민주적 결정에 대한 승복 문화 강화

계파 갈등 극복과 당원 중심의 당직 선출

-계파 이해에 따른 당직 선출 규칙의 잦은 변경

-당직 경선에서의 과잉 동원

-당원 권리 축소로 인한 당 기반의 약화

-당직선출 규칙 1년 전 확정

-계파 또는 후보자 대리인 중심으로 당직 선출 규칙 협상 관행 지양

-“당직은 당원에게”

계파 갈등 극복과 당원·국민 중심의 공직후보 추천

-공직후보 추천에 대한 계파 이해의 과도한 영향

-불공정한 공직후보 추천 절차

-공직후보 경선에서의 과도한 지지 동원

-합리적인 국민 참여의 필요성

-공직후보 추천 규칙 1년 전 확정

-계파 또는 후보자 대리인 중심으로 공직후보 추천 규칙 협상 관행 지양

-“공직은 당원과 국민에게”

기반

뿌리 깊은 민주당-권리당원 중심주의

-그 동안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당원 기반 정비

-대의원에 대한 과도한 비중 축소, 권리당원 비중 확대

-적극적인 당원 관리 및 지원과 당원 증대의 필요

-당원의 종류, 권리행사 자격요건, 권리와 의무 정비

-당원관리 및 지원 강화

뻗어나가는 민주당-민주서포터즈

-호남 출신 중심의 민주당 당원 기반의 고령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자 중심의 정치참여 추세 감안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온라인 참여의 용이성과 가능성

-민주서포터즈 구성

국민생활 속의 민주당-풀뿌리 조직의 강화

-취약한 풀뿌리 조직의 강화

-국민생활 속에 그 뿌리를 내리는 생활정치의 실천

-생활공간에서의 일상정치 실천

-대학별 대학생지회/직장별·직장소재지별 직장인지회 설치

-자치구·시·군 당원협의회/읍·면동 당원협의회 활성화

시스템

튼실한 정책정당 시스템

-전국 선거에 대비한 중장기 정책의 개발과 전략 수립

-민생정책 개발과 반영

-유기적인 당 정책 생산, 유통, 활용 시스템 구축

-민주정책연구원의 독립성 확보

-정책위원회 강화

-연구전문직 인사의 당내 사무직 인사와의 분리

활발한 참여·소통정당 시스템

-민주당의 취약한 대국민, 대시민 소통능력 강화

-온라인 활동 공간을 통한 젊은 층 등 국민 참여 촉진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부응한 참여·직접민주주의의 실현

-‘민주미디어센타’ 설치

-‘온라인소통본부’ 설치

효율적인 현대정당 시스템

-당내 교육 및 민주시민 교육의 강화

-당 인사, 행정의 효율화와 전산화

-당내 교육 및 민주시민 교육의 강화

-인사, 행정의 효율화와 전산화

                 
                                 새정치비전위원회의 제언

분류

과제

주요 내용

제언 7

민주적 공천제도의 확립을 위한 이중과제

-정당공천의 민주성 보장을 위한 법제화

-공천배심원제 도입

제언 9

시민참여의 활성화와 정당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개혁 방안

-정당 서포터즈 제도 도입

-대의기구의 민주적 개선

제언 10

주민친화적인 개방형 정당 지역조직의 구축

-온-오프 결합형 지역공간 네트워크 구축

제언 11

정책정당 강화 방안

-정당과 국회의원의 정책능력 강화

-당원과 시민이 참여하는 정책정당 만들기

-정책연구소 강화

-정책역량 축적을 위한 정당 자료 보관과 집적


지역정치의 현실- 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광주를 포함한 호남지역의 정치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정치적 역량과 영향력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 필요하며, 이러한 진단은 지역 내 정당정치, 시민사회단체와 풀뿌리 시민공동체의 시민운동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광주지역의 경우 시민사회를 강화하기 위한 ‘토대운동’은 취약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은 확장성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진보정당운동의 경우 전통적인 ‘민중운동’과 ‘정당정치’의 결합을 모색하면서 광주지역 정치의 독점적 구조를 해체하고 지역민들의 정치적 열망을 대표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구축을 시도했지만, 민중운동과 기존의 정당정치가 보여준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것은 결코 지금의 결과만을 놓고 하는 평가가 아니다. 지역의제 발굴 취약, 주권자와 밀착되지 못한 당원 중심의 정당운영, 이념적 경직성 등으로 인한 내부 분열 등은 진보정당운동이 극복해야 할 중요하고도 현실적인 과제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지역사회의 경제적·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총체적인 한계상황에 처해 있다.

광주가 소위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이라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수없이 약속한 정당혁신과 정치혁신의 근거지가 되고, 새로운 한국정치의 롤 모델을 만들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발원지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이 지역정치에서 보여줬던 모습은 부동의 1위라는 지지율에 안주하면서 오히려 퇴행적인 모습이었으며,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애정이 지역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결과를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높은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고 할 수 있다.

보다 심각한 것은 정당정치의 혁신, 세대교체를 비롯한 인적 쇄신, 지방자치를 통한 생활정치의 구현 등은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혁신과 정치혁신에 대한 기대가 거의 바닥수준에 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의 시민운동은 지역 내 우호적 분위기(지역민들의 인식, 지방자치단체와의 관계 등)가 다종다양한 시민운동 부문의 조직화와 활동에 ‘수월성’을 제공한 반면, 이것이 오히려 시민운동의 ‘치열성’과 ‘확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시민 없는 시민운동’의 위기상황을 불러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풀뿌리 시민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시민운동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운동’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인데, 그야말로 ‘고군분투’다. 또한 광주공동체의 협치모델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정당정치 중심의 지자체·지방의회-시민사회단체-풀뿌리공동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같은 지역정치 영역에서의 정당정치와 시민정치, 시민운동의 전반적 쇄락은 고스란히 지역정치는 물론 지역사회 전체의 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절치부심의 혁신전략들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겠지만, 광주지역 최대의 조직역량(?)을 자랑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정당의 기능이 이익의 표출과 집약, 정치적 충원, 사회적 갈등의 조정, 정치 사회화, 정치참여의 확대, 정치체계의 유지 등이고, 또한 “사람들 및 여타 사회제도들을 정부 및 여러 제도들과 연계시켜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해야 할 이유는 단지 권력획득이라는 정당 고유의 목적에 머무르지 않는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갈파한 바와 같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고, 정당은 시민의 바다에 떠가는 배다. 실개천에 항공모함을 띄운들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국가정책의 결정과정에서, 각성된 민중들의 역량이 조직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때 주권자의 의사는 번번이 무시되고 배제된다. 정당의 정책결정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원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도도한 역사 발전의 과정에서도 위기의 징후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보자면 일시적 현상이겠지만 그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럽다. 결국, 민주주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서민경제를 실현하며, 출구가 보이지 않는 남북관계를 복원할 힘은 ‘각성된 시민, 행동하는 양심’으로부터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사건의 자리’로 돌아가 넓고 깊은 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다. 힘들고 아프지만 이 위기를 돌파해 나갈 힘도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 하나의 정치적 상황은 관련된 행위자들의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지금의 위기를 남의 탓으로만 돌려 버릴 수 없는 까닭이다.

애써 가꿔온 민주주의와 사회복지와 남북 평화공존의 흐름이 너무도 멀리 뒷걸음질 쳐 버린 작금의 현실에서 행동하는 양심들의 조직된 역량이 ‘위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고통스럽겠지만 냉철한 우리 스스로의 자기성찰이 필요한 지점이다.

“고달프고 힘든 자기성찰이 없는 한 삶의 질은 절대로 좋아질 수 없다” - 도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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