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어놓을 수없는 세월호, 우리의 손은 하나다. 

새벽에 눈을 뜨면 천정에 떠 있는 것은 세월호다. 화장실에 가면 거울에 보이는 것이 세월호다. 밥상을 받으면 상머리에 앉아 있는 세월호 아이들의 모습, 출근 길 전철속에 있는 그 많은 세월호 아이들. 신문을 펴면 거기에도 세월호 아이들의 편지가 눈을 적신다.

연설하러 미국 가는 대통령 전용기에도 세월호는 있다. 몸살로 병석에 누운 국무총리 병상에도 세월호는 있다. ‘더 이상 뭘 어쩌라는 거냐’는 새누리당 정책의장에 헛소리 속에도 세월호는 있다. 팽목항을 몇 개월 째 지키고 있는 JTBC 기자와 젖은 눈으로 방송을 하는 손석희 앵커의 목소리에도 세월호는 있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어디다 눈을 두어도 벗어날 수 없는 세월호의 모습, 2014년 4월16일 이후 167일인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세월호와 함께 숨 쉬며 살고 있다. 공동운명이다.

세월호를 잊으려고 하지 마라. 지쳤다고 하지 마라. 짜증난다고 하지 마라. 설사 세월호 때문에 길이 막힌다 해도 가게에 손님이 좀 덜 온다고 해도 견디자. 물이 차오르는 뱃속에서 손톱이 모두 빠지고 손가락이 까맣게 타버린 우리 애들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면 이렇게 살아 있는 게 미안하다. 우리 어른들 모두가 죄인이기 때문이다.

누가 수학여행 가라고 했느냐. 누가 죽으라고 했느냐는 소리는 인간의 소리도 자식 기르는 사람의 소리도 아니다. 단식하는 유족들 앞에서 피자를 아귀처럼 뜯어먹고 초코파이를 동전처럼 뿌려대는 야만의 짓은 바로 인간포기 선언이다.

“왜 우리들이 그렇게 된 건지 알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아무리 법정에 서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요. 저는 다른 나라의 힘을 빌려서라도 어떻게 하고 싶어요”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박윤아(17·가명)는 일본 후지TV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언론, 우리 정부의 부끄러운 맨 얼굴이 바로 저 말 속에 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정부다.

언론은 세월호를 제대로 보도해야 한다. 당신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세월호 비극의 진실을 안다. 아는대로 보도하자. 양심대로 보도하자. 조직이기주의에 매몰되지 말자. ‘움직이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은 죄 밖에 없는 우리들의 착한 자식들이다. 그들의 영혼이 세상을 원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기레기가 되지 말자.

광화문 광장에서 명동까지 단식 2일째란 띠를 두르고 맨발로 걸어갔다 온 중학교 1학년 박진O 군이나 구명복을 입고 광장에 나온 세월호 참사 또래의 여학생을 보면서 어른들은 할 말이 없다.

유족들을 감싸 안았던 국민들의 마음이 식어간다고 하지만 진심은 변함이 없다. 민심이 떠난다는 터무니 없는 착각으로 적당히 넘어갈 생각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다면 국민을 위하는 정부도 정권도 아니고 자식을 기르는 국민도 아니다.

왜 세월호 특별법이 안 되는가. 왜 못하는가. 수사권과 기소권 때문인가. 야당이 ‘사라진 7시간’을 추궁할까 겁이 나서 그러는가. 걱정할 거 없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야당의 정략적인 대통령 공격을 국민은 그냥 묵과하지 않는다. 국민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고 믿듯이 대통령은 이 문제를 현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삼권분립을 이유로 들지만 국민들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역리가 순리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잠시 이기는 것 같아도 결국은 순리가 승리한다.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는 옛말은 허언이 아니다. 순리를 따라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167일, 유족들의 마음은 폐허처럼 황폐해졌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모든 것을 잃었다. 자식을 죽였다는 자책에 몸을 떤다. 대리기사 폭행을 질책하되 이해하자. 일방적 주장에 휩쓸리지 말자. 지금이 정상적인 세상이 아니지 않은가.

광화문 촛불집회에는 여전히 천 여 명의 시민이 모인다. 유족들이 의지할 사람은 누구인가. 대통령인가. 국회의원인가. 검찰인가. 이미 그들은 의지하기를 포기했다. 눈물로 한 자신의 약속을 버리는 대통령을 의지할 수 있는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기둥이 국민이다. 국민들만이 자신들을 도와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국민이 그들의 손을 놓는 순간 그들은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한다. 이와 함께 인간의 양심도 실종된다. 깊은 바다 속에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자. 내 자식이 당했다면 어땠을까. 유족들의 외로운 손을 잡아 줘야 한다. 차디차게 식은 손을 온기로 따듯하게 덥혀줘야 한다. 어느 누구도 잡은 손을 끊을 수 없다. 아무리 예리한 칼로 잘라내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왜냐면 그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손은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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