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썩 잘하지 못하고 잘생기지도 않았고 가정형편도 그랬다. 덩치가 좀 크고 말 수가 적은 것 이외는 별 특징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의 곁에는 늘 애들이 모여 들었다.

반에서 가장 큰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조직에는 이탈자가 없었다. 떠나는 애들은 없었다. 요즘 정치인들이 부러워 할 조직이다. 초등학교 때 기억인데 왜 애들이 떠나지 않았을까 지금도 가끔 그 애를 생각한다.

다른 학교 애들한테 맞은 애가 있으면 그는 꼭 다음 날 찾아가 복수를 했다. 이기고 지고가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가서 싸웠다. 6·25 전이라고 애들도 싸움 할 시간이 있었다. 늘 의젓했던 그 애는 6.26 때 덩치가 큰 탓에 중학 2학년 어린 나이에 의용군에 끌려갔다는데 그 후 소식은 모른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애가 친구를 생각하는 것은 배려였다. 사람이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있다. 사람의 집에는 사람이 꼬여야 하고 사람이 떠나면 집이 망한다는 말씀이다. 예나 지금이나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사 사람이 으뜸인데 사람이 떠나면 어쩌는가.

이윤택은 부산출신의 연출가이자 희곡작가다. 며칠 전 우연히 그가 쓴 글을 봤다. 경남고 다닐 때 경험이다. 언젠가 소풍을 갔는데 그 때는 모두들 걸어서 가는 소풍이다.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두 사람이 안 보이더라는 것이다.

한 참 후 그들이 도착했는데 한 친구가 몸이 불편한 친구를 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오더라는 것이다. 모두들 뻥했다는 것이다. 그가 누구라는 것을 동창들은 다 안다. 이름을 밝히면 우리도 알 것이다.

내가 아는 작가는 지방에서 올라온 먹고 잘 곳 없는 올챙이 작가들을 자기 집에서 먹이고 재웠다. 유명작가이기에 작품 지도도 해주었다. 그의 집에는 작가지망생들로 버글버글 했다. 부인은 힘 들어 했지만 내색을 안 했다. 지금도 누구라면 다 아는 유명 작가들이 그 친구의 신세를 졌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많은 정치인들을 알게 됐다. 지금도 유명한 정치인들을 많이 아는 편이다. 그들 곁에 모이는 정치지망생들을 보면 그의 인품이 나타난다. 그 중에 몇 몇은 사람이 꼬이지 않고 잠시 있다가는 사라진다. 어디 갔는가, 떠난 것이다.

역시 사람이 먼저다

어차피 얘길 하려던 거니까 까놓고 말 하자. 대통령의 지지율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너 나 할 것 없이 철옹성이라고 믿었던 40% 지지율이 무너졌다. 그건 바로 국민의 마음이 떠났다는 것이다. 아무리 잘난 대통령이라고 해도 정치는 국민과 더불어 한다.

대통령 자신도 난감하겠지만 그 이유가 바로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고 원인을 제거하면 지지율은 다시 오를 수 있고 정치는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나를 떠나느냐고 떠나는 사람을 원망하면 희망은 없다.

요즘 안철수 의원의 주위에서 사람들이 자꾸 떠난다. 비단 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가 처음 정치를 한다고 ‘새정치’를 상표로 들고 전국을 다니면서 자신의 꿈과 한국정치에 대한 이상을 펼쳤을 때 얼마나 국민들이 열광했던가. 특히 정치에 환멸을 느꼈던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지도자 출현에 아낌없는 박수와 지지를 보냈다.

국민들의 지지와 존경을 받던 분들이 안철수의 멘토를 자처했다. 종교인, 학자, 은퇴한 정치인들이 그의 곁에 모여 들었다. 한 마디로 되는 집안이었다. 급기야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명됐고 실제 후보등록도 했다. 그의 멘토를 자임하던 사람들이 그야말로 한자리 얻어 하려고 그를 도왔을까?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에게서 희망의 씨를 발견한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가 대통령 후보를 사퇴하고 그 후의 과정을 누누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이미 국민들이 다 알고 있으니까. 정치란 발을 디디면 빼기 힘들다고 하듯이 안철수도 마찬가지였다. 김한길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가 되고 국회의원도 됐다. 과연 그의 상표인 ‘새정치’와 걸 맞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요즘 그들이 하는 정치를 보면서 말이다.

왜 사람이 떠나는가

안철수 대표와 공동운명체로 알려졌던 금태섭 대변인이 직을 사퇴했다. ‘광주광산을’에 공천신청을 했던 기동민이 느닷없이 ‘동작을’에 전략 공천을 받자 공천신청과 함께 대변인 직을 던진 것이다. 검사재직 시절 ‘검찰에서 조사 잘 받는 방법’을 신문에 연재하기도 했던 금태섭은 기대하는 정치 신인었는데 아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병사는 부하를 사랑하는 상관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말이 있다. 안철수 곁을 꽉 채우던 그 많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안철수 대표가 이를 모를리 없다. 이유를 모른다면 큰일이다. 금태섭이 대변인 사퇴회견을 하는 모습이 안 됐다. 안철수은 금태섭에게 뭐라고 했을까.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고 이해득실에 목을 맨다고 해도 그래도 중요한 것은 서로의 진심이 오가는 마음이다. 상대 마음속에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함께 하는 정치인들이 아니다. 지금까지 안철수의 행보가 어땠는지는 그를 지켜 본 국민들도 알고 그와 함께 한 동지라는 사람들도 알 것이다.

사실 여부야 누가 알랴만 안철수 맨토라는 인사들은 기라성 같았다. 법륜, 이현재, 최창집, 윤여준, 김종인, 박선숙, 김성식, 거기에다 정치인 김효석, 등. 이제 누가 남아 있는가.

정치는 진심을 가지고 해야 오래 간다. 안철수의 지지율이 왜 자꾸 떨어지는지 잘 헤아려야 한다. 이제 꼼수는 안 통한다. 광산 을에 공천 신청한 기동민을 왜 ‘동작을’에 박았는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박원순이 바보인가. 얕은 술수로 경쟁하면 백전백패다. 정치는 하루만 하는 것이 아니다. 보선이 끝난 다음의 안철수와 김한길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바른 길을 걷기가 이렇게 힘 든 것일까. 길이 있는데 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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