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5월, 역사 속에서 피어난 그들의 사랑
연극 <푸르른 날에>, 6월13일~22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동시대의 역사로 이어지는 5․18 보여줘
2012~2013년 전회 매진 화제의 작품


1980년 ‘5월’을 21세기 신파극이라는 과감한 시도로 새롭게 조명하여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2011년5월 초연 당시 주요 연극상을 휩쓸며 평단의 호평을 받은바 있는 연극 <푸르른 날에>가 3일부터 22일까지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공연된다.

2011년의 초연 성과를 바탕으로 2012년, 2013년 전회매진을 기록하는 등 작품의 높은 완성도와 흥행성공으로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 연극 <푸르른 날에> 공연 장면.

차밭이 보이는 암자에서 수행 중인 승려 여산(과거의 오민호)은 조카이자 ‘딸’인 운화의 결혼 소식을 듣는다. 그의 기억은 30여 년 전 전남대를 다니던 야학 선생 시절로 돌아간다. 당시 민호는 전통찻집 아르바이트생인 윤정혜와 사랑에 빠져 있었고, 정혜의 동생 기준은 민호를 친형처럼 의지하고 있었다.

5월18일광주민주화운동이 터지고, 그 소용돌이 속에 정혜는 민호를 떠나보내고 도청을 사수하던 민호와 기준은 운명이 나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 비겁한 자가 된 민호는 고문 후유증과 함께 정신이상을 겪고 삶을 포기한다.

자신을 들여다볼수록 진흙탕이고 거부하고 싶은 생, 결국 민호는 속세의 자신을 버리고 불가에 귀의한다. 민호와 정혜 사이에 생긴 딸 운화를 친형 진호가 거두었지만, 세월이 흘러 운화의 결혼에 이르러서는 끊을 수 없는 속세의 인연에 애달파 한다.

연극 <푸르른 날에>는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은 작품 속 사랑의 가치는 더욱 가다듬고 정교해져 “디테일이 살아 있는 신파”로 재미를 더한다.

그 동안 우리가 봐왔던 다양한 5․18관련 작품들은 무겁고 아팠다. 그러나 <푸르른 날에>는 이 틀을 과감히 깨고 나와 거대한 역사 속에서 피어난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사랑을 들여다본다.

기존의 5․18민중항쟁을 다루었던 작품들이 역사 현장을 재현하는 사실주의 극으로 반성과 감동을 주었던 반면, <푸르른 날에>는 그들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생의 ‘푸르른 날’을 역사적 비극에 빼앗긴 사람들이 잃어버린 푸르른 날을 그리워할 수도, 노래할 수도 없었던 한 세월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오늘을, 내일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작품은 역사적 비극의 실체를 30여 년간 이루어지지 못한 남녀의 사랑으로 은유함으로써 5·18의 역사적 사실과 정신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역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정주 시, 송창식의 노래로 여는 마지막 장면은 ‘푸르른 날’이 개인과 역사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그 아픔을 기억함과 동시에 푸르른 날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펼치겠다는 강한 의지를 암시하고 있다.

▲ 연극 <푸르른 날에> 공연 장면.

연출가 고선웅은 무대화의 과정에서 어둡고 무거운 서사와 통속적인 멜로드라마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역이용하여 다소 과장되며 희극적인 연극어법을 취하고 있는데, 전통적인 사실주의 극에 아이러니와 위트를 더함으로써 지난 역사가 아닌 오늘의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푸르른 날에> 광주공연은 초연과 앵콜 공연의 감동을 전했던 원년멤버들이 변함없이 무대를 지킨다. 여산 역의 김학선, 노정혜 역의 정재은, 일정 역의 이영석, 오민호 역의 이명행, 오진호 역의 정승길 등 당시의 주․조연 배우들이 다시 모인다.

<한여름 밤의 꿈> <상사몽> 등의 작품에서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였던 이윤수 무대디자이너, <방자전> <음란서생> <혈의 누> 등의 영화의상과 연극 <들소의 달>로 동양 미학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정경희 디자이너도 다시 참여하여 오는 5월,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무대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극 <푸르른 날에> 광주공연은 13일~22일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 오후 3시 등 총 11회 공연되며, 월요일 공연은 없다.
문의:(02) 417-6021 1588-0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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