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촛불 꺼질 때를 기다리는가

벌레도 관찰하면 스승일 때가 있다. 기어가다가 막히면 몇 번 돌파를 시도해 보고 안 되면 포기하고 방향을 바꾼다. 절대로 무리하지 않는다. 사리를 판단하고 순리를 따르는 것이다. 인간의 억지와는 많이 차이가 난다. 막무가내로 국정조사에서 순리를 거역하던 새누리가 이제 특검요구라는 국민저항에 직면했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마무리 됐다고 강변하며 특검을 거부한다.

특검요구가 부당한가. 국민에게 물어보라. 그토록 좋아하는 여론조사는 어떤가. 국민의 60%가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기정사실로 알고 있으며 선거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인식한다. 국정조사는 새누리의 억지로 실패했다고 한다.

▲ ⓒ진실의길 갈무리

부정한 선거에 저항하지 않으면 이건 국민도 아니다. 주인이기를 포기한 국민은 설 자리가 없고 후손들에게 물려 줄 것도 없다. 왜 국민이 저항하는가. 어떠한 경우에도 부정선거는 용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하면서 이만큼이라도 쟁취한 민주주의인가.

국정조사를 직접 했으니 알 것이다. 욕하지 않을 테니 대답해라. 새누리당이나 국정원직원이나 경찰이나 이게 정상적인 인간의 할 짓이었느냐. 국정원장을 지냈다는 인간이 국회에서 선서를 거부해? 경찰청장을 지냈다는 인간이 선서를 거부하고 실실 웃어? 신분노출을 거부하며 장막 뒤에서 입을 맞추고 커닝이나 하는 작태를 국민은 똑똑히 봤다. 가만있으란 말이냐.

국민의 안위와 국가의 안전을 보호 한다는 국정원장과 경찰의 이 같은 작태에 국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정신이 멍해진다. 모래알 같이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 다르다는 대중가요 노랫말이 있지만 어쩌면 저렇게 다를까 하는 생각에 신의 재주를 원망한다.

야당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문제다. 국민의 기본권 문제다. 새누리당이나 국정원이나 경찰은 국민 알기를 걸레처럼 알고 있다. 찍어 누르면 들어가는 풍선인줄 아는 모양이다. 그러나 착각 말라. 풍선도 눌리다가 못 견디면 터진다. 풍선은 터지면 그만이지만 국민은 터지면 다르다.

정치인들이 저마다 필요할 때마다 써먹은 4.19나 6.10 항쟁, 5.18광주민주혁명도 견디다 못해 터진 것이다. 막아지더냐. 총으로 막아지던가. 물대포로 막아지던가. 최루가스로 막아지던가. 바로 미물인 벌레의 순리를 배우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국정조사를 망친 새누리당이 이제 특검과 맞닥 드렸고 특검을 방해하면 다음은 무엇이 올 것 같은가. 고시합격 했다고 똑똑한 척하는 국회의원이 대답 한번 해 봐라. 무서워서 대답 못하나.

새누리당이 먼저 특검을 수용해야.

오늘, 25일이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이라고 한다. 국민들이 박정권이 잘했다는 칭찬을 쏟아내면 얼마나 좋으랴만 그럴 수가 없다. 그게 야속하다면 염치가 없다. 무능과 불통과 옹고집이 자랑이라면 얼마든지 해도 좋다. 그러나 국민들 가슴속에서 이글거리는 분노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어제(24일), 고등학교 2학년생인 김시원 군이 농성을 하겠다며 청와대를 향하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 대치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이게 얼마나 몹쓸 죄를 짓는 것인가. 학생이 공부나 하지 무슨 농성이냐고 야단칠 자신이 있는가. 부끄럽지 않은가. 박대통령 앞에 데리고 가서 할 말을 하라고 했다면 얼마나 보기 좋았을 것인가.

우리 국민이 끈질기지 못하다고 한다. 그래서 광장의 촛불도 얼마 가지 않아 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지쳐 쓰러진다는 거겠지. 왜 그런 안이한 생각을 하는가. 자신들이 편리한 대로 해석하는가.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 같은 국민의 심정이라는 것이 헤아려지지 않는단 말인가.

폭탄은 도처에 있다. 4대강이 모두 ‘녹조라떼’로 변했다. 250만 대구시민의 식수원이 시궁창이 됐다고 한다. 금강도 녹조로 변했다. 마시면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원전은 어떤가. 이놈저놈 모두 해 먹었다. 못 해 먹은 놈이 병신이다. 임자 없는 돈이다. 전깃불을 못 켜는 것은 좋다. 그러나 원전에서 사고가 터진다면 어쩔 것이냐. 죄 진 놈이야 죽어 당연하지만 죄 없는 국민이 왜 방사능에 죽어야 한단 말이냐. 돈 해 처먹은 놈의 부모 처자식도 국민이다. 모두가 함께 죽는 것이다.

국민의 분노를 가라 앉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어느 방향으로 터질지 모른다. 새누리당이 특검을 먼저 수용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잘못을 비는 권력자에게 관대한 국민이다. 이승만이 하야할 때 눈물로 환송한 국민이다.

박대통령 취임 6개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6개월 동안 국민이 불가사의로 생각하는 것이 있다. 왜 소통을 거부하는가. 인간의 언어는 소통을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총을 겨누고 전쟁을 하면서도 회담을 한다. 소통이다. 하물며 왜 국민과 소통을 거부하고 야당과 소통을 거부하고 국회와 소통을 거부하는가. ‘소통공포 중증환자’ 같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혼자서 모든 반찬 다 먹으라고 국민이 차려 준 밥상이 아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의논을 해야 한다. 국회서 알아서 하라고 한다. 지금 한국 정치의 현실은 박대통령 말고는 어느 누구도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결국, 나중에 책임도 혼자 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정권출범 6개월을 평가해 보자. 야당의 주장이라고 무조건 옳다는 것이 아니다. 옳은 것은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실정과 국민기만 공약을 발표했다.

실정은 무엇인가. 권력기관의 국정 농단이다. 바로 청와대와 국정원의 정치개입이다, 고집불통과 수첩인사, 중산층과 서민의 지갑털기, 실체 없는 창조경제, 위기의 민생 등이다. 국민기만 공약은 헌신짝처럼 버린 경제민주화, 기초연금 월 20만원 지급 말 바꾸기, 4대 중증질환 보장 뒤집기, 무늬만인 검찰 개혁, 국가책임보육 시행 약속 위반이다.

선거 때 공약을 이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도 이해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6개월 동안 보여준 행태는 핑계로 일관했다. 박근혜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라는 어르신들의 억장은 왜 무너지는지 모르는가. 공약을 뭉개면서 변명하는 태도가 뻔뻔하다. ‘배 째라’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사고가 너무 안이한 것은 아닌가. 대통령 마음대로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단념하는 것이 옳다. 절대로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초조해 할 것 없다. 지금부터 제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정치는 절대로 억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은 끌고 간다고 끌려오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박정희 시대의 잘못된 생각이다. 빨리 버려야 정치가 정상화 된다.

결자해지는 당연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조용한 때가 없었다. 윤창중이라는 괴물 하나가 정부를 온통 수라장으로 만들었다. 해결능력이 없었던가. 아니다. 오기요 고집이다. 내가 했는데 왜들 야단이냐. 바로 그런 오만이 출발을 망쳤다.

국민이 왜 촛불을 들었는가.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말했다. 자신은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은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런가.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이 있는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는 말이라고 국민들은 생각한다.

국정조사를 봤는지는 모르지만 보고는 받았을 것이다. 제대로 된 국정조사라고 하던가. 남재준의 모습이 어떻던가. 아무리 초연한 척하고 싶어도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남재준을 해임했어야 옳았다는 국민의 여론이다. 여론조사도 분명히 할 것이다. 결단을 못하는 것은 역시 내가 하는 일인데 하는 오만이다. 그런 태도를 버려야 한다.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한다. 얼마나 관대한 국민들인가.

새누리당은 민주당에게 선거불복이냐고 다그친다. 그 속셈을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불복한다는 말이 떨어지면 헌정부인이라고 언론과 더불어 길길이 뛸 것이다. 대선불복은 야당이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하는 것도 아니고 선거에 개입한 국정원의 불법을 용인하는 행위에 불복하는 것이다. 정치는 정도를 가야 한다.

이번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태처럼 온 국민이 분노에 떤 일이 일찍이 없었다. 사제와 목사 스님을 비롯한 이 땅의 모든 종교인이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하지 않는 대학이 없다. 교수들도 궐기했다. 초등학생도 가세했고 고등학생들이 시위를 했다.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애매모호한 정치인이라고 지탄받던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지 않는 야당지도자는 필요 없다’고 했도 ‘노숙을 해서도 특검은 반듯이 관철하겠다’고 했다. 온 국민이 함께 촛불을 든 것이다.

못 된 언론들이 촛불을 외면하고 정권을 감싸고 들어도 국민은 다 안다.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는 신라시대 구전동화가 아니다. 오늘의 한국 현실이다.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어느 장벽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결심해야 한다. 특검을 조속히 실시하고 불법을 저지른 자들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그다음 야당과 국민의 협력을 요구하면 어느 누구도 거절을 못한다. 이런 방법을 왜 마다 하는가.

기억해라. 3.15 부정선거는 유치원생급이라면 이번 국정원 선거개입은대학권생 급이다. 특검을 하고 원만한 국정운영을 하느냐, 임기동안 내내 국민과 싸움을 하느냐,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할 문제다. 특검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촛불은 절대로 꺼지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원한다. 새누리당은 특검을 받아드려라.”

이기명(택트TV논설고문 http://facttv.kr/n_curat/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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