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막말·물타기 주력 … “국정원 ‘국선 변호사’ 역할하고 있다” 

KBS MBC와 조선·중앙·동아일보(조중동) 국정원 관련 보도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김용판·원세훈의 대변인’이 된 듯한 보도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국정원 청문회’ 무용론을 확산시키는 등 물타기 보도에 주력하고 있다.

▷KBS MBC는 국정원 대변인?= 특히 KBS MBC 보도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16일 KBS MBC는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를 메인뉴스에서 보도하면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해명을 그대로 전달했다. 두 방송사는 김 전 청장과 원 전 원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것은 물론 대선 개입 및 수사 축소 의혹을 부인한 것에 대해서도 해명성 위주 리포트를 내보냈다.

지난 19일 TV를 통해 생중계 된 ‘국정원 2차 청문회’에서도 이 같은 보도행태는 계속됐다. 이날 청문회에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서 수사과장)은 김용판 전 청장이 국회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자신에게 격려전화를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경찰이 지난해 12월16일 밤 11시 댓글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부정한 목적이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KBS MBC는 권 과장의 발언을 거의 외면하면서 국정원 해명에 치중했다. 특히 MBC는 19일 <뉴스데스크>에서 국정원 여직원의 해명을 가장 우선적으로 언급하는 등 노골적인 편파보도로 논란을 빚었다.

MBC는 권 과장의 대선 관련 발언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권은희 청문회’로 요약될 만큼 이번 청문회에서 권 과장의 발언은 주목을 받았지만 MBC는 사실상 이를 외면하다시피 했다.

MBC 한 기자는 “새누리당을 대변하는 듯했고 사안의 핵심은 외면한 채 여야 공방으로만 끌고 갔다”면서 “국민의 관심사였던 청문회 중계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을 물론, 지난해부터 이어져왔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보도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 보도”라고 비판했다.

KBS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날 청문회에서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은 김용판 전 청장과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16일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시인했다. 박 전 국장은 권영세 주중대사와 처음에는 “평소 자주 통화하는 사이”라고 했다가 민주당 위원들이 통화 내용을 묻자 “기억나지 않는다” “의혹과 관련된 통화는 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KBS는 박원동 전 국장과 관련한 부분을 리포트에서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MBC는 박 전 국장이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며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는 부분은 제외한 채 “권영세 당시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과의 사전논의 의혹을 받고 있는 박모 전 국정원 국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맥락을 완전히 거세한 ‘왜곡보도’다.

▷정치혐오 부추기는 ‘막말 공방’ 보도=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방송사들의 ‘막말 공방’ 리포트도 도마에 올랐다. KBS와 SBS는 지난 19일 ‘국정원 2차 청문회’가 막말 공방으로 얼룩졌다는 리포트를 공통적으로 내보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청문회 진행방식을 두고 고성을 지르며 언쟁하는 내용과 화면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특위위원들은 “권은희 과장은 민주당을 애초부터 도울 생각으로 수사에 임했다” “수사 능력이나 증거 판단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 “대한민국 경찰이냐, 광주의 경찰이냐”는 등의 인신공격성 막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MBC와 SBS는 19일 메인뉴스에서 새누리당 특위 위원들 ‘막말’ 논란에 대해 침묵하다 하루 뒤인 20일 여야 공방으로 처리했다. KBS는 새누리당 의원의 ‘막말’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

▷조중동 ‘물타기’ 보도 논란=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축소 및 물타기 보도로 일관했다. 지난 20일 대다수 언론이 ‘국정원 2차 청문회’를 1면에서 주요뉴스로 다뤘지만 이날 조중동은 가림막이 쳐진 청문회장 모습을 1면에서 사진으로만 보도했다.

조중동은 관련 내용을 종합면에서 다루면서도 철저히 공방 중심이거나 국정원 직원들의 해명에 무게중심을 두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국정원 여 “대선 관련 댓글, 지시받은 적 없다”> (조선일보 8월20일자 5면) <박원동 “권영세 대사와 이 문제로 통화한 적 없다”> (조선일보 같은 날 5면) <“댓글, 북 선전에 대응한 것” “중간수사 발표 부정한 목적”> (중앙일보 8월20일자 5면) <“수사외압 있었다” “선거개입 안했다” 세 여인의 진실공방>(동아일보 8월20일자 6면) 등 청문회를 단순 중계보도 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조중동은 “여야 의원들이 고성과 막말·반말을 주고받았다”는 식의 ‘막말 프레임’을 강조해 청문회 무용론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국정원 직원들이 사전에 모범답안을 준비한 것이 연합뉴스 보도에 의해서 드러났지만 지상파 방송사와 조중동은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처장은 “있는 사실 자체, 팩트조차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재 한국 언론 상황”이라면서 “지금 조중동과 방송사는 사실상 국정원의 ‘국선변호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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