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써내려 갈 빛나는 민주주의 기록

먼저 할 말이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단일화를 겨룰 때 안철수를 비판했다. 비판이 사리에 맞았는지 여부는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다만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으로 그를 위해 일한 것을 탓한다면 할 말이 없다. 과한 비판을 사과하라면 당연히 사과한다. 안철수 교수. 사과를 받으시라.

자랑할 게 없으면 나이자랑 한다지만 오랜 세월 살다보며 이런 저런 일 다 보게 되어 있다. 지워 버리고 싶은 기억도 너무나 많다. 그러나 오랜 동안 기억하고 싶은 아름다운 기억도 있다. 그 기억이 하나 더 늘었다. 후보 단일화를 위한 안철수의 힘들고 고독한 아름다운 결단이다.

 

 

결단의 과정을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안철수가 결단을 발표하는 순간의 얼굴, 눈에 어리는 물기, 떨리는 입술, 그리고 이 말 한마디가 사람들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합니다...”

더 이상 아무 설명도 필요 없다. 이 말 속에 안철수의 진심 전부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제 단일화 과정에서 피를 말리던 여론조사의 우열과 가슴에 새겨진 상처는 억지로라도 지우자. 그것이 바로 우리들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 넘은 안철수의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결단을 욕되지 않게 기리는 것이다.

이제 국민이 결단할 때가 왔다.

새삼스럽게 한국의 ‘민주주의’를 말한다. 잠시 뒤를 돌아보자. 우리가 걸어 온 발자국에 고인 눈물이 보이지 않는가. 일제에 시달리고 해방된 조국에 독재가 군림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의 가시밭길을 헤쳐 온 한국의 민주주의는 잠시 햇살을 맞는 듯 다시 어둠속으로 묻혔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젊은 목숨이 사라졌는가. 지금도 행방불명된 채 이 땅의 산하 어딘가 헤매고 있을 원혼을 생각하면 민주주의가 과연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다가도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죄송스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박정희 독재시절의 민주주의는 지옥의 문을 여는 열쇠였다. 그 많은 분신자살한 젊은 목숨들, 사법살인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인혁당 만행, 장준하 사망, 숨이 막힌다.

국민이 궐기했고 드디어 오는 듯 하든 민주주의는 지금 어디를 또 헤매고 있는가. 이제 마지막 기회라고 한다. 이제 민주주의를 찾지 못하면 영원히 그 얼굴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바로 그 얼굴을 찾기 위해서 안철수는 눈물을 흘렸다. 그와 함께 한 동지들이 눈물을 뿌렸다. 안철수의 눈물, 그들 동지들의 눈물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은 반드시 승리한다.

입에 떡을 넣어줘도 씹어서 삼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국민은 정치인들의 분렬을 질타하고 원망했다. 모두가 도둑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닌 모습을 안철수가 보여줬다. 이제 우리가 해야 될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자.

민주당에게 간철하게 호소한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안철수에게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한국 정치사에서 유례가 없는 아름다운 결단이었다. 결단을 내리기 까지 많은 아픔이 있었지만 고통스러운 그 모습이 아름답게 까지 보인것은 한국 정치사에 볼 수 없었던 장거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같은 아픔을 느껴야 할 것이다. 단일화가 이루어 졌다는 기쁨도 잠시다. 더 없이 무거운 짐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안철수 지지자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함께 고통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다음이 하나가 되는 마음이다. 안철수 지지자들의 외면을 받으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번이 민주주의 회복의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집권을 하면 그들은 다시는 정권을 내 놓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집권욕은 점점 교활해 지고 있다.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태도를 보라. 저것이 어떻게 민주주의 정당인가. 지금 국민의 60% 이상이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독재자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은 태어난 사람의 탓이 아니다. 그러나 철이 든 다음부터는 일단의 책임을 져야 한다. 더구나 퍼스트레이디라는 명실상부한 권력의 안주인 노릇을 하면서 박근혜 후보는 몸서리 처지는 독재의 쌩얼을 낱낱이 목격했을 것이다.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버지 박정희의 독재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반성은 해야 한다. 그러나 보라. 쿠데타가 최선의 선택이고 인혁당 사법살인은 법의 심판이라고 했다. 가치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독재시절의 저지른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소행을 외면한다. 정수장학회를 보는 시각은 어떤가. 언론억압은 박정희 시대로 되돌아갔다. MBC가 증거다. 4대강은 보이지 않는가. 3천조의 빚이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남북간의 긴장이다.

더구나 기가 막힌 것은 조금도 서슴없이 이회창과 이인제를 끌어 들이는 당당함을 보라.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다. ‘그 사람을 보지 말고 그 사람 곁에 누가 있는가를 보라’ 지금 국민들은 박근혜 후보 곁에 누가 있는가를 눈을 부릅뜨고 보고 있다. 정치자금을 차로 실어 나르던 차떼기 당의 대표가 누군가. 정당을 13번이나 옮긴 정치철새가 누군가. 한광옥이 누군가. 저들과 손을 잡은 박근혜 후보에게 민주주의를 당부할 수 있는가.

인간의 눈은 나타난 현상만을 보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마음의 눈도 가지고 있고 그 눈은 미래를 본다.

자신있게 말한다. 정권은 민주세력에게 올 것이다. 가장 열악한 조건속에서 김대중을 선택했고 노무현을 택했고 이제 문재인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향유할 자격을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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