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없는 한반도, 최고의 가치다.

아침 신문을 펼쳐들자 사진 한 장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리아 내전에서 포탄에 맞아 죄 없이 목숨을 잃은 어린 아들의 시신을 안고 통곡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오늘 따라 가슴 저미는 아픔이 사무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바로 6.25를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많은 죽음을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미군기의 폭격으로 피난길에서 숨지는 사람들, 산위에는 인민군이, 산 아래는 국군이 서로 총질을 하고 중간에는 내가 피난 간 마을이 있었다. 총성이 멎은 후 마을에는 통곡만이 남았다. 어린 자식의 시체를 안고 울부짖는 어머니. 참으로 몹쓸 광경을 많이도 봤다.

이제 내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의 비극이 내 비극처럼 다가오는 것은 이 땅도 분단의 비극을 안고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며 내 토끼같은 손주 새끼들도 결코 위험에서 벗어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10월 4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10.4 남북공동성명 5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식과 토론회에 앉아 있는 내 가슴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였다. 바로 이 나라에서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후보와 문정인 교수와의 토론에서도 의미 깊은 많은 얘기가 있었지만 중심을 관통하는 것은 역시 ‘한반도의 평화’였다. 그 어느 것도 이 땅의 평화를 넘어서는 것은 없었다.

하기야 아무리 경제발전을 자랑하면 뭘 하겠는가. 전쟁 터져서 유도탄 몇 방이면 경제는 그 날로 끝이다. 경제뿐이 아니다. 모든 것이 끝이다. 전쟁은 영화에서 보듯 불사신으로 활약하는 영웅들의 공간이 아니다. 진짜로 문명이 파괴되고 사람이 진짜로 죽는 것이다.

문재인이 펼치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제안들도 그 속을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평화였다. 최 우선순위는 한 반도의 평화였다. 문재인 자신이 실향민이고 그의 부친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타향에서 생을 마감했다. 지금 이 땅에는 6백만의 실향민이 있다고 한다.

한 반도의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의 왕래가 자유스럽게 허용되면 실향민들은 마음놓고 고향을 찾을 것이다.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그리움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른다. 새들도 죽을 때는 남쪽 하늘로 머리를 둔다고 하지 않던가.

남북관계 파탄의 주범은 이명박 정권이다.

"참여정부 5년 동안 북한과 단 한 건의 군사적 충돌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으로 안타까운 목숨과 재산이 희생됐다. 바로 "안보 파탄"이다. 정확한 지적이 아닌가.

왜 참여정부에서는 없었던 충돌이 이명박 정권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났는가. 평화에 대한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불신은 불신을 낳고 적대감을 일으킨다. 이명박 정권이 북에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굴복이었다. 대등한 관계가 아니고 종속이었다. 이런 상호불신과 적대감정을 없애는 것이 남북관계 정상화의 제일 조건이다.

문재인은 당선이 되면 바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한반도 평화구상 초안 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2013년 여름까지 한미, 한중 정상회담 개최와 미국 중국과 평화구상 초안을 조율하고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평화 구상을 합의하겠다고 했다.

6자회담 참가국들과 조율을 거쳐 2014년 상반기에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6개국 정상선언을 도출하고 2014년 말까지 정상들의 선언과 이행기구 출범 등을 제시했다. 그림이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가.

경제협력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취임식에 북측 인사를 초청하는 데 이어 곧바로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가동시켜 개성공단 활성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서해에서 남북 공동어로 협상을 추진하고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인천-개성-해주의 '황금의 삼각지대'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제안했다. 일제시대 강화도로 피난 가서 몇 년 산 적이 있다. 교동도에서는 개풍군이 빤히 보인다. 다리만 놓으면 그야말로 북한과 강화도는 이웃이나 다름이 없다.

문재인은 "이명박 정부에 의해 10.4 선언이 부정된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 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고 이로 인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또 '북풍'이 발생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 정치를 후퇴시키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북풍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제 그런 짓은 통하지 않는다. 북풍을 가장한 음모가 있을지도 모르나 그런 음모는 국민들의 의해 강력한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통령 잘못 뽑고 난 다음에는 손가락을 잘라도 소용이 없다.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나라에서 대통령 한사람의 잘못이 나라를 어떻게 망가트리는지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거짓말은 입에 달고 다니는 대통령도 있다. 정직은 대통령이나 일반 국민이나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소중한 덕목이다. 정직하지 않으면 제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소용이 없다.

이제 12월 19일, 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거짓이 아닌 대통령 선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대통령을 뽑은 것이다. 기준은 무엇인가. 성실과 정직이다. 성실과 정직과 겸손과 소통이 검증된 후보다.

대통령 선거는 70여일 남았다.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 과연 저 사람이 얼마나 정직했는가. 성실했는가.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가 없다. 반드시 드러나게 마련이다.

여론조사가 아무리 널뛰듯 해도 국민들은 안다. 대통령 후보들이 말하는 각종 정책과 국민과의 대화를 보면 그의 됨됨이를 안다. 대통령 후보라고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이 아니다. 살펴보면 평가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가려졌고 허상으로 회자되던 온갖 평가가 정체를 드러내게 마련이다.

공개적으로 하는 거짓말은 아무리 그럴 듯해도 허점이 보이게 마련이다. 놓치지 말아야 한다.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가. 다시 속아 넘어간다면 행복해 질 자격도 없다. 정신 차리자.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