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토론, 2시간의 낭비, 아깝지 않은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외양을 중시하는 말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데 잘생기면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그게 어디 맘대로 되는가. 요즘 에는 하도 성형기술이 발달되어 방학이 끝난 여고생들은 서로 친구 찾느라고 난리란다.

그러나 마음은 성형을 할 수가 없다. 마음의 성형은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다. 그것은 진심이라야 하고 진심은 남에게 전달된다. 이근안이 아무리 목사 안수를 받았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아 목사직을 박탈당했다. 마음의 성형을 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MBN이 개최한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를 봤다. 어떻게 평가를 할까. 후보들은 잘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망했다. 너 혼자 실망했다고 해도 도리가 없다. 왜 실망을 했는지 설명을 해야 한다.

술은 마셔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라고 한다. 말 잘하는 후보들에게 마음 놓고 말 하라면 하루 종일을 시간을 주어도 마다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대선후보들인데 너무 말 할 시간이 없다. 노루꼬리만큼 시간을 주고 시간되면 자동으로 딱 잘라버리면 용빼는 재주를 가지고 있어도 소용없다. 주최 측이야 다 사정이 있겠지만 말이다.

밥을 먹고 목으로 넘길 시간은 줘야 할 것이 아닌가.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것도 후보들의 기술일 것이다. 그런 전제아래서 말을 한다면 후보들이 털어 놓은 말들은 너무 시간이 아깝다.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말은 거의 없었다.

기억에 남아있는 감동이 별로 없는 것은 입맛이 까다로운 탓이라고 할지 몰라서 잘난 척 하는 기자들에게 물어봐도 내 생각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래도 8명의 후보들 중에 문재인 한 사람만은 7명의 후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활을 쏘는 바람에 그래도 시간을 많이 쓴 후보라는 의견일치를 보았다.

대통령 하겠다는 후보들이니 상당한 경륜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잘났다는 자랑 밖에는 한 것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무슨 까닭일까. 시간이 짧다는 것은 이미 알고 나왔을 터. 그러니 압축하고 또 압축해서 그야말로 결정체를 내 놔야 한다. 황소 힘세다고 자랑하면 누가 알아주나.

저 사람이 왜 나왔나 하는 생각도 든다. 경력 쌓으려구 나왔다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럴수록 공부나 좀 열심히 하고 나오지. 욕먹기 십상 아닌가.

운동 경기는 깨끗이 해야 한다. 설사 승리를 했다 해도 경기과정에서 추한 꼴을 보인다면 승리는 별 의미가 없다. 이기고도 지고 지고도 이긴 경기라는 말은 이래서 생기게 되는 것이다.

토론 참가자들은 모두 민주당의 당적을 가진 민주당의 지도자들이다. 토론을 보면서 문득 저 사람들이 민주당의 지도자로서 대선후보로 나온 사람들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들은 자신이 몸담은 당에 대해서 아낌없는 질타를 보낸다. 그것도 좋다. 그러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재인비난은 옳지 않다.

그렇게 함으로서 자신의 위상이 높아지는 줄 알겠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그들 하나하나의 과거를 다 알고 또 그들의 발언이 옳은가 그른가를 다 알고 있다. 이런 점을 잊었다가는 흔히 말하는 누워서 침 뱉기가 될 것이다. 나 못났소.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재미도 긴장도 얻은 것도 없는 토론회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치열함은 대단하다. 대통령 입후보자들의 토론회라면 그야말로 활시위를 당긴 팽팽한 긴장감은 물론이고 비수처럼 날카로운 촌철살인이 번득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보고 듣는 사람들이 토론의 맛을 제대로 느낄 것이다. 맛이 있으면 자꾸 찾게 된다.

2시간에 걸친 호수처럼 잔잔한 토론회를 보면서 잠이 든 청취자는 없었을까. 하수구처럼 추악한 오늘의 현실에서 할 말이 오죽 많을텐데 한다는 소리가 겨우 몇 년 전에 한 소리를 물고 늘어지는 것인가.

아무리 한이 사무쳤기로 자신의 지역에서 대통령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는 못난이 발언이나 해야 되는가. 어느 누구 하나 5.16군사 반란이나 유신독재를 입에 담는 후보도 없었다. 오물통 같은 오늘의 청와대를 비판한 후보도 없고 화끈한 부패근절책을 제시한 후보도 없었다.

어느 후보나 빠짐없이 입에 담은 발언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잘한다는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도 그랬고 잘하겠다고 뻥 친 부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따를 사람이 없다. 사과도 5번을 했으니 그 부분에도 1등인가.

그래도 오마이뉴스 토론은 좀 나아진 것 같다. 공부를 한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토론이 더 남았다. 8명 중에 3명이 떨어져 나간다. 사람들은 대게 누가 떨어져 나갈 것이라는 것을 대충 짐작한다. 그래서 그런지 어거지 주장도 그들이 많이 차지한다. 특히 김영환 후보는 공수특전단 얘기를 많이 하는데 특정후보를 겨냥한 것이지만 속이 빤히 드려다 보인다. 양식의 문제다.

대선후보 토론은 치열하기 마련이다. 치열할수록 좋다. 그러나 치열이 치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목소리 크다고 잘 난 것은 아니다. 참모가 써 준대로 달달 외우는 후보들도 국민은 다 알아본다. 참모의 조언은 제대로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 말을 해야 설득력을 갖는다.

가장 꼴불견은 자해 행위다. 자신이 몸을 담아 함께 일했던 정부의 잘못을 일정부분 인정하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하랴. 그러나 정도가 지나치면 역겹다. 함께 빠진 오물통에서 나와 나는 오물이 안 묻었다는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진정을 가지고 토론에 임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그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박근혜가 ‘5.16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망발을 했다고 한다. 자꾸 무서운 생각이 든다. 천륜이라 아버지를 비난할 수는 없어도 옳지 않는 것은 지적하는 용기는 필요하다. 무조건 감싼다고 효가 아니다. 오히려 그 아버지의 그 딸이라는 비난을 들을 것이다.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진정성 이상으로 효과가 있는 것은 없다.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