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직종통합 반대”...“전문성 인정” 촉구
시교육청, “직종통합 검토 안해”...“교과부 방침 변경되면 따라야”

사서, 영양사, 조리원, 과학.특수.교무실무사 등. 이들은 ‘학교회계직원’이라는 이름으로 학교현장에서 고유 업무를 맡아 일해 왔다.

그러나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2007년 안순일 교육감 당시 ‘학교비정규직의 효율적 관리와 정원 배치기준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사서, 교무실무사, 과학실무사 3직종을 ‘교육업무사’로 통합해 인원감축에 들어갔다. 그 결과 고유 영역에서의 전문성은 무시되고 업무는 과중되는 등 근로조건이 악화됐다. (아래 기자회견문 참조)

▲ 학교비정규직의 전문성 인정을 촉구하며 직종통합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18일 오후 5시 30분 광주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인

김나영(화정초)씨는 9년차 사서이다. 지난해까지 도서담당, 독서행사, 교과서 담당, 도서관 전반 운영 등 4명이 나눠서 일해 왔던 업무를 올해부터 직종독립을 명목으로 김씨 혼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쉬는 시간 없이 일에 매달려도 퇴근시간을 넘기기는 일이 태반”이다. 그렇다고 시간외 수당이 있는 것도 아니다.

김씨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김씨의 후배 중 한명은 학교 행사가 있으면 화단가꾸기에 차출되거나 실내화정돈을 떠맡기도 한다. 교육업무사라고 해서 사서한테 이런 일들이 강요된다.

“비인간적이라고 느끼지만 학교의 지시를 거부할 경우 비정규직이라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 김씨 역시 학교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해 2번 해고되기도 했다.

▲김나영 화정초교 사서교사가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인

김씨와 같은 학교비정규직의 전문성 인정을 촉구하며 직종통합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18일 오후 5시 30분 광주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열렸다.

전국여성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지부장 주경미)와 광주학교도서관 사서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성을 무시하는 직종통합을 철회하라”며 “직종별 고유 업무를 인정하고 독립”을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내년 하반기 대대적인 직종통합이 이뤄질 것이 예상된다는 것. 그렇게 될 경우 각 영역별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해 사서로 일하다가 교무실무사로 갈 수도, 교무실무사로 일하다가 사서로 일하게 되는 등 학교의 입장에 따라 수시로 업무영역이 바뀔 수 있다.

이들은 “영어수업을 수학교사가 할 수 없듯이 학교도서관 운영을 과학실무사가 할 수 없고 과학수업을 사서가 할 수 없다”며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하고 있는 학교비정규직을 당당한 교육직원으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전문성 인정으로 직종별 독립과 직무에 맞는 처우개선책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오는 20일 오후 5시 30분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육업무사 직종통합 반대’를 촉구할 계획이다.

▲ ⓒ광주인

그러나 광주시교육청 비정규직 담당자는 “광주시교육청의 입장은 직종통합에 대해 검토한 적도 없고 검토하지도 않을 것이다”면서도 “교과부 방침이 내려온다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혀 직종통합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문 [전문]

광주시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 전문성 무시하는 직종통합 즉각 철회하라!

○ 학교비정규직 업무는 전문적인 업무다


현재 광주시 학교현장에는 학교회계직원이라는 이름으로 사서, 영양사, 조리원, 과학·특수·교무실무사 등 수많은 직종으로 일하는 분들이 있다.

우리 학교회계직원은 학교운영상 반드시 필요한 업무와 학생들의 수업권에 필요한 업무를 구분하여 각각 고유한 업무, 전문적인 업무와 분장으로 직종 구분을 하여 일해 왔다.

사서의 경우 전문자격증 소지자로 채용되어 수서작업부터 분류, 목록작업, 컴퓨터 활용능력, 도서시설의 효율적 배치와 관리, 독서실 이용자 교육, 독서지도, 학부모독서회운영, 도서관운영프로그램 진행 등 전문사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과학실험보조원의 경우 위험한 화학약품과 값비싼 기자재를 다루고, 과학수업은 물론 모든 교과에 연관된 자료실 담당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영양사, 조리사, 조리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며 그 모든 학교비정규직은 단순 업무가 아닌 각각 고유업무와 전문성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

○ 예산을 이유로 업무 통합하는 광주시교육청

광주시교육청은 2007년 11월, 학교비정규직의 효율적인 관리와 정원 배치기준을 마련한다며 사서, 교무실무사, 과학실무사 3직종을 교육업무사로 통합하여 인원감축으로 학교비정규직의 해고와 근로조건을 저하시키고 결국 학생들의 다양한 독서활동과 과학활동 등 교육활동에 큰 피해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문제발생으로 지난해 거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각 전 3개 직종을 채용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광주시교육청은 또다시 ‘교원업무경감방안’, ‘총액인건비제 도입‘ 등을 이유로 학교회계직원업무통합을 비공식적, 공식적으로 수도 없이 해왔다. 지난 5월 26일 사서직종협의회, 6월8일 여성노조와 광주시교육청 비정규직팀과 간담회에서도 ’직종통합은 대세이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학교도서관사서들은 지난 7월1일부터 광주시교육청에 사이버시위와 1인 시위를 하고 있으며 여성노동조합은 직종통합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와서 광주시교육청은 직종통합을 이야기한 바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주시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직종독립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 교원은 업무감소, 비정규직은 업무과중!
    비정규직 업무과중! 처우는 제자리!

교원업무경감을 한다면서 단기계약 학교비정규직만 계속 늘리고 있으며 더구나 교사의 업무경감을 이유로 교사업무를 덜어 내어 학교비정규직 어깨에 고스란히 얹어주는 식의 고통전담은 곤란하다.

이것은 그동안 학교에서 온갖 업무를 도맡아 해 왔던 학교비정규직을 교육현장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이전에도 그랬듯이 이후에도 단순업무 보조인력으로 밖에 취급하지 않겠다는 시각이다.

학교비정규직은 교원의 보조인력이 아니며 교원을 시중드는 단순 알바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아니다. 학교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고유업무 인정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업무경감은 한쪽의 편의를 위해 다른 한쪽이 고스란히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그 다른 한쪽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학교비정규직이 될 것이란 점에서 매우 불합리한 대책이다.

영어 수업을 수학교사가 할 수 없듯이, 학교도서관운영을 과학실무사가 할 수 없고 과학수업을 사서가 할 수 없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하고 있는 학교비정규직을 교육업무에 종사하는 당당한 교육직원임으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전문성 인정으로 직종별 독립과 , 직무에 맞는 처우개선책을 명확하게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2012. 7. 18

전국여성노동조합광주전남지부 / 광주학교도서관 사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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