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 편지 “PD·감독 등 접대비 5억 넘어”… 진실규명 촉구 빗발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 조선일보 앞 1인시위 "장자연 미안해"

고 장자연 씨가 성 접대 등의 대상자로 지목한 ‘악마 같은 인사’ 31명 중 11명이 언론계 종사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이들이 연예인 홍보, 출연 및 배역 선정 등을 미끼로 접대를 받았다고 밝힌 가운데 배우 문성근씨가 장씨가 지목한 한 언론사 앞에서 1인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장씨가 지난 2005년부터 2009년 사망 직전까지 지인 전아무개씨에게 보낸 50여 통의 편지를 <미디어오늘>이 분석한 결과, 장씨는 술이나 성 접대 대상자 31명에 대해 “기획사 대표 6명, 대기업 대표 등 간부 4명, 금융업계 간부 2명, IT 00신문사 대표 등 간부 2명, 일간지 신문사 대표 등 2명, 드라마 외주제작사 PD 7명, 영화 등 감독 8명”이라고 밝혔다. 또 “술 접대 장소는 회사 3층 접견실을 시작으로 호텔 룸살롱, 접대용 아파트, 삼성동·신사동·청담동·수원 인계동 등 호텔 룸”이라고 덧붙였다.

▲ 고 장자연씨의 편지. ⓒ미디어오늘 누리집 갈무리

장씨는 편지에서 이들의 실명, 전화번호, 소속 회사 뿐 아니라 접대한 업소, 호텔, 별장 이름도 편지에 동봉해 전씨에게 보내겠다고 썼지만 편지에 명단은 들어있지 않았다.
장씨는 또한 소속사 사장으로부터 접대비와 관련해 “감독, PD들, 외주제작사 등에 관련돼 접대 등으로 지출된 비용이 5억 원이 넘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편지에는 “저주받게 할 것”, “복수해달라”는 등의 표현이 수차례씩 언급돼 있을 정도로 이들에 대한 장씨의 분노와 고통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씨는 “IT 전자업체 신문사 대표, 종합일간지 대표들이 날 도와준다고 했지만 내 몸(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면서 “일간지 신문사 대표는 1번으로 복수를 (해달라)”고 밝혔다. 편지에는 “00일보 회장”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장씨의 편지에 접대 대상자로 언론사 관계자들이 특히 많은 것은 연예기획사와 언론사 간의 뿌리깊은 부적절한 거래 관행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장씨 소속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들을 동원해 언론사쪽에 접대를 하고 출연·홍보 등을 얻어 내는 경우 뿐 아니라 PD와 감독이 나서서 ‘배역을 주겠다’며 성접대 등을 종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장씨는 편지에서 “(소속사 사장은)언론사 대표, 금융회사, 증권사에 이런 식으로 이용해서 술 접대, 성(상)납 이런 걸 받게 해주고, 다른 기획사 대표들에게 ‘기대주’ 어쩌구 해서 팔아먹고 뒷돈까지(챙겼다)”면서 “감독, PD, 대기업 간부들에게 당했다. ‘무게감 있는 배역 주겠다’는 말로 장난질 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9년 경찰이 장 씨 자살 및 성상납 사건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은 장 씨 성상납 사건에 언론사 대표 등 언론계 종사자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경기경찰청은 7일 방송사 측에 편지를 넘겨줄 것을 요청하고 편지 제보자가 수감 중인 광주교도소를 압수수색하고 장씨의 관계를 재조사하는 등 진위 파악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 배우 문성근 씨가 지난 9일 정오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 앞에서 장자연 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디어오늘 누리집 갈무리

한편 배우 문성근씨가 고 장자연씨 자살과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장자연 친필 편지 및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조선일보> 앞에서 1인시위를 벌여 주목된다.

문씨는 지난 9일 낮 서울 중구 <조선일보> 앞에서 “길 위에서 꽃한송이 올립니다…정말 미안합니다…장자연님”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고 이날 <미디어오늘>이 보도했다.

한 시민이 촬영해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보면, 문씨가 들고 있는 팻말에는 위의 두 문장 외에 온통 말줄임표로 가득 차있다.

앞서 <조선일보>는 이날 아침 기사를 통해 “장씨가 쓴 '<조선일보> 사장'은 <조선일보> 계열사인 <스포츠조선>의 전 사장인 것으로 명백히 확인됐다”며 “장씨가 문건에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쓴 것은 자신에게 성 상납을 강요한 연예기획사 대표 김종승씨가 평소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그냥 '<조선일보> 사장'으로 불렀기 때문이었다”고 보도해 장자연리스트와 자사 발행인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