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교회 취재하던 PD수첩 제작진 교체...외압설 폴폴
정치권, 시민사회, 동료 기자, 누리꾼 등  비판 쇄도
‘정치 비판 탈색’주요 인사 배경 드러나...봄개편 주목

소망교회를 취재하던 최승호 PD를 비롯한 전체 11명 중 6명의 PD가 타 부서로 전보조치되면서 <MBC>의 ‘PD수첩 죽이기’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MBC>의 또 다른 대표적 시사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도 무사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흘러나온다고 4일 <미디어오늘>이 보도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3일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안된다는 김재철 <MBC> 사장의 비뚤어진 충성심이, 소금 같은 역할을 해온 PD들을 내쫓은 것”이라고 규탄했다.

▲ 최승호 PD. ⓒ미디어오늘 누리집 갈무리

동료 기자, PD와 누리꾼들의 격려도 쇄도 하고 있다.

심인보 <KBS> 국제부 기자는 3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PD수첩 최승호 PD가 소망교회를 취재하다 인사 발령이 났군요. 실은 저도 인사 발령 당시 소망교회 문제를 취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반드시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되니 또 '혹시?' 하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썼다.

<EBS> 지식채널e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편을 제작했던 김진혁 PD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최승호 PD가 소망교회를 취재중이었다고 한다. 그래 꼭 다뤄주마”라며 “나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모든 PD가 시사만이 아닌 드라마 예능까지 포함 모든 피디가 소망교회만은 아이템으로 꼭 다뤄주길 간절히 바란다”라고 밝혔다.

누리꾼 SOAR는 “(최승호PD 교체는)그동안 눈에 가시처럼 여겨지던 PD수첩을 손봐서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PD수첩을 없애 버리기에는 후폭풍이 심할 것이니 이렇게 약화시켜서 죽이려는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아고라에서는 누리꾼 스카이의 제안으로 PD수첩 연출자 교체 반대 서명이 시작됐고 4일 오후 1시 현재 420여명의 누리꾼이 참여했다.

PD수첩 제작진 교체를 반대하는 청원 서명이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진행중이다.

이처럼 비판이 거세지만 <MBC> 측은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다거나 하는 것은 인격 모독”이라는 입장이라며 PD들의 ‘출세’를 위한 ‘배려’라는 식이다.

이번 인사를 주도한 윤길용 신임 시사교양국장은 3일 시사교양국 PD 총회 자리에 나와 이같이 말하고 “지난해 우연히 본 뒤 김재철 사장을 본 적도 없다. 지지난주에 한번 연락이 왔지만 인사를 공정하게 하라, 여도 야도 없다, 정부·여당을 비판해라 그런 이야기가 전부였다”고 반박했다.

윤 국장이 밝힌 이번 인사의 주요 배경은 “후배들의 장래와 시사교양국의 위상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분위기에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MBC> 측은 ‘PD수첩의 색깔 지우기’가 최승호 PD 등을 전출한 주요 이유임을 부정하지는 못했다. 윤 국장은 이와 관련 “우리는 정의라고 주장하지만 정의를 누군가 독점할 수 없다. PD수첩은 ‘참’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우리가 참이라 생각하는 것을 바깥에서 다 못 믿는다. 이건 억울한 거다. 그래서 불가피했다”면서 “우리로서는 억울하지만 (PD수첩의 ‘참’에 대해) 희석시키자는 게 솔직한 속내”라고 밝혔다.

김현종 시사교양3부장은 ‘PD수첩의 정치적 편향성’을 직접 언급했다. 김 부장은 “과도한 정치색을 탈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사교양국 정상화를 위한 탈색이 필요하다. 최승호 PD는 능력이 있지만 정치색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지난 2008년 7월 서울 여의도 사옥 앞에서 열린 '촛불아 모여라! PD수첩 지키자!' 문화제에 참가한 3천여 명의 조합원과 시민들은 공영방송을 정권의 야욕으로부터 지켜낼 것임을 다짐한 뒤 한나라당을 항의방문한 바 있다. ⓒ미디어오늘 누리집 갈무리

이 같은 회사 측의 입장에 대해 시사교양국 PD들은 “권력에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온 PD수첩을 더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 작용한 결과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PD는 “도대체 윤 국장이 말하는 변화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변화인가? 그 변화를 기꺼워할 쪽은 오직 정직한 목소리를 불편해 하는 일부의 사람들일 뿐”이라며 “맥 빠진 PD수첩, 비판정신과 활기가 사라진 시사교양국을 권력 앞에 무릎 꿇리고 싶은 것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인 최승호 PD는 총회 자리에서 “우리 국에 대한 국장의 걱정이 이해는 되지만, 다른 구성원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그걸 일방적으로, 본인의 생각으로, 강제적으로 인사 행위를 했다는 게 문제”라며 “나는 국장 되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국장 끝난 후 지방사 사장으로 가길 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건 PD수첩에 남아서 열심히 프로그램 하는 거다. 그게 나의 운명이고 꿈이다”라고 토로했다.

최 PD는 또 “그렇게 일했던 나의 꿈, 다른 PD들이 가지고 있던 꿈을 국장이 부임하자마자, 개인의 생각만으로 깨버렸다”고 불만을 드러내면서 “난 윤 국장이 그렇게 비논리적인 사람이라고 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배후가 무엇이냐는 게 궁금해진다”며 ‘외압’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PD수첩에 이은 다음 주요 타깃은 라디오본부의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라디오본부의 한 PD는 이와 관련 “신임 이우용 본부장은 공정방송 노조 출신으로 그간 지극히 보수적인 발언을 해온 인물”이라며 “두 프로그램에 대해 공공연히 진행자 문제도 거론해와 진행자를 교체하거나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사교양국 PD들은 다음주 7·8일 이틀 동안 집단 연가를 내고, 추후 대응방침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3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한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본부장 정영하)도 “조합이 확보한 합법적인 파업권을 활용해 문화방송 침탈 행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종결 투쟁’”을 펼쳐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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