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익씨 사찰 "조선일보, 선악구도를 좌우구도로"

<피디수첩> 피디들이 일부 언론사 기자들의 김종익 보도 일타기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아래는 <미디어오늘>이 13일 <피디수첩> 김재영 피디를 만나 인터뷰한 보도 전문.

"취재를 하면서 이 정부가 엄중한 문제를 다루는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 통로를 막고 있어 자정 능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중한 사태로 느껴졌다."

▲ 김재영 MBC PD수첩 PD.ⓒ,미디어오늘> 최훈길 기자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김종익씨 사찰을 보도한 김재영 <PD수첩> PD의 소회다. 김 PD는 지난 5월 관련 제보를 받고 지난 달 29일 첫 보도(<이 정부는 왜 나를 사찰했나?>)를 하기까지 현 정부 시스템의 '난맥상'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올해 2월 청와대 행정관이 김씨에게 사찰 관련 문의를 할 정도로 권력 내부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수 개월 간 자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계자들은 <PD수첩> 취재를 거부하거나 회피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은 국회에서 <PD수첩> 취재진을 발견하자, 줄행랑을 치기도 했다.

그래도 <PD수첩>을 비롯한 언론이 문제를 공론화 시켰고, 정권은 뒤늦게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현재 봇물처럼 수많은 사찰 의혹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다른 언론들도 연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언론에선 민간일 사찰이라는 문제보다는 김종익씨에게 '좌파 색깔'을 덧씌우고 있기도 하다.

김 PD는 "PD수첩 방송이 나가기 전에 김 선생님께 '시달릴 것이 예상된다'고 충분히 말씀 드렸다.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본질과 상관 없는 문제가 얘기되고 있다"며 "그런 글을 쓴 기자들은 나중에 자신의 기사에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PD를 지난 9일 MBC에서 만나 취재 뒷 이야기를 들어봤다.

- PD수첩은 지난 5월에 김종익씨로부터 최초의 제보를 받았다.
"김종익씨쪽 변호사가 PD 수첩에 제보를 했다. 김종익씨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받은 수사 자료가 있었다. PD수첩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근거가 있으며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 PD수첩은 '청와대 법무비서관 소속 행정관이 올해 2월 김종익씨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밝혀, 민간인 사찰 관련 청와대의 인지 상황을 폭로했다.
"지난해 2월17일 법무비서관 소속 이준식 행정관이 김종익씨에게 전화를 했다. 법무비서관이 알고 있었다면 윗선인 대통령비서실장도 보고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다면 직무유기를 한 것이다. 그런데 공직윤리지원관실 윗선인 총리실장은 전혀 보고도 받지 못한 것 같았다. 2월부터 6월까지 그리고 국회에서 신건·이성남 의원이 폭로를 한 직후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취재를 하면서 이 정부가 엄중한 문제를 다루는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 통로를 막고 있어 자정 능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중한 사태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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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그에 BBK 동영상 등을 올려 총리실의 조사를 받은 김종익씨. ⓒMBC
방송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지 않았나.
"국무총리실과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여러 번 전화를 하고 질문지도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 그래서 6월21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가 있다는 것을 파악해 신건 이성남 민주당 의원에게 일부 자료를 제공했다. 신건 의원이 공직윤리관실쪽 답변을 정무위 회의 전에 받아내기도 했다. 그런데 당일 국회 회의 도중에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이 PD수첩 카메라를 의식하며 회의장을 나갔다. 취재진도 그를 따라가 물어 봤지만 그는 '일이 있어서 간다'고 말하며 사라졌다."

- 취재하면서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의 특징도 파악했다고 들었다.
"이 정권의 문제는 취재를 시도하면 도망가는 것이다. 지난 2009년 2월 현 정권의 낙하산 논란을 취재하면서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창립식에 간 적이 있다. 창립식엔 김대식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비롯해 공기업 감사들이 어마어마하게 왔다. 당시 박영준 차장과 현장에서 즉석 인터뷰를 시도한 적이 있는데, 그는 아무 말 없이 도망가기 바빴다."

- 최근 김종익씨 상황은 어떤가.
"PD수첩 방송이 나가기 전에 김 선생님께 '시달릴 것이 예상된다'고 충분히 말씀 드렸다.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본질과 상관 없는 문제가 얘기되고 있다. 실망이 크다. 김 선생님도 '좌빨', '빨갱이'라고 비난하는데 상당히 통탄해 하고 있다. 가족들도 상당히 힘들어 하고 있다

-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에선 김종익씨의 시민단체 활동을 거론하며 좌파 성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간인 사찰은 근대 국가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선악의 문제인 것이다. 이점에서 김종익씨가 역사문제연구소에 참여했었고 어떤 책을 읽느냐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성향을 부각시키며 선악의 구도를 좌우의 구도로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다.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김종익씨가 노무현 정부의 비자금 조성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국가 행정 담당 부서에서 국민을 사찰했는데 국회의원은 그것을 감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그걸 감시 못한 것을 통감해야 한다."

- 김종익씨 본인의 활동·성향에 대한 잇따른 보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위임된 권력이 법 테두리를 벗어나 행사되고 있는데, 언론이 본질적인 질문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일부 언론사가 본질을 질문했지만, 권력 암투로 논란이 넘어가고 한쪽에선 김종익씨 사상까지 검증하고 있다. 언론이 왜 이래야 하는가. 그런 글을 쓴 기자들은 나중에 자신의 기사에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

- PD수첩은 김종익씨 책장 모습을 희미하게 보여줘 화면 편집 논란이 일지 않았나.
"보통 촬영할 때 책이 많이 보일 경우 산만해져 인물을 중심으로 딥 포커스(deep focus) 촬영을 하는데 당시에는 미처 그렇게 하지 못했다. 또 촬영이 이뤄진 곳 사방엔 책이 분야별로 다 꽂혀 있었다. 김종익씨가 역사에 조예가 깊어서 한국 역사책이 많았는데, 하필이면 우리가 촬영한 책장에 오해를 살만한 책이 있었다. MBC 내부 시사(試寫)를 하면서 아웃 포커스(out focus)로 흐리게 편집하면 좋겠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종익씨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했는데, 오히려 방송 이후 논란이 됐다.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후반 작업을 어디까지 해야 가능한지 성찰해보는 계기가 됐다."

- 현 사태에 대해 어떤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중요한 점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공식화된 조직이 사찰을 했다는 것이다. 또 여권 내 사조직이 있다는 것은 국기 문란 행위다. 아무도 그들의 행동을 통제하지 않았다는 것은 권력을 소유한 권력자의 문제도 있지만, 전체 이명박 정부의 공직자들의 인식 문제다. 일반 공무원들도 불감증에 걸려 사적 권력화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한국 정부가 정상국가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 향후 규명돼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절대 한 명만 민간 사찰하지 않았다. 굉장히 많은 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철저한 수사 통해서 민간인 사찰의 규모가 얼마인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밝혀지고 기록돼야 한다. 향후 PD수첩도 정부와 국회의 수습 상황을 보고 후속 보도를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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