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성토장된 수신료 공청회 "관권선거 사과부터 하라"  뉴스검색 제공제외

14일 KBS의 수신료 인상 공청회에 앞서 이날 오전 시민단체가 개최한 '누구를 위한 수신료 인상인가'라는 주제의 '국민공청회'에서는 KBS에 대한 온갖 불만이 터져나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미디어행동) 등 언론계 및 시민단체 주최로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누구를 위한 수신료 인상인가' 제하의 국민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KBS의 지방선거보도 등 2년 여의 불공정방송과 신뢰도 하락을 키워왔으면서도 국민을 상대로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뻔뻔스럽고 비겁하다며 원색적이고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미디어행동과 공공미디어연구소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과 언론학자·기자·프로듀서 300명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80.2%, 전문가 58.3%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국민들은 '보도의 공정성' 27.8%, '경영 효율성과 투명한 관리' 23.4%, '프로그램 공영성 강화' 20.2% 등을 지목했고, 전문가들은 정치적 독립성(40.3%)을 압도적으로 꼽았다.

▲ 서울 목동 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열린 수신료 국민공청회를 KBS기자가 취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토론에서 "광고를 폐지하고 6500원으로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뻔뻔스럽고, 비겁하고, 불순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치적 독립성 없이 공영성 강화를 불가능한데도, 수신료를 올려 공영성을 강화한다는 주장은 국민 기만"이라며 "더구나 지금 국민들이 월드컵에 관심을 쏟을 때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비겁하다. 몰래 도둑고양이처럼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떳떳하지 못함을 스스로 고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2TV 광고 폐지로 종편 사업자가 먹고 살도록 해주겠다는 것은 의도적으로도 불순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까지 KBS 이사로 재직했던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수신료 인상을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번 지방선거보도를 보면서 바로 이것이 김인규 사장의 역할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KBS가 시녀 방송으로 전락했던 과정을 이번 보도과정에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윤 대표는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선거의제가 침몰됐으며, 지방선거 여론조사가 빗나갔다"며 "이에 정책의제마저 완전히 실종된 것은 고의적이라고 생각한다. KBS가 관권선거 주도하지 않았나까지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남윤 대표는 "관권선거를 주도해놓고, 민심을 못읽은 책임과 아무런 사과도 없이 4000원 인상을 해달라고 하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고, 현업인들도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윤 대표는 또 수신료 인상에 따른 광고폐지로, 6000억원 이상이 종편시장에 흘러갈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이미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수신료 인상의 배경인데도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재벌방송 살려주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력감축안 1100명에 대해서도 남윤 대표는 "매년 발생하는 명퇴자의 문제, 자회사로 이관시킨 비정규직 해결방안, 제작비 안에 인건비를 포함시킨 것 등을 고려하면 1100명 감축은 허구"라며 "이 방법은 좋은 방법도 아니다. 좋은 인력 써서 좋은 방송 만드는 게 낫다. 현업인은 비정규직화하고 관리직은 늘리는 방식은 전형적인 고비용 구조로 경영혁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KBS의 수신료 인상 시도가 실제로 전혀 현실 가능성이 없음에도 지금 밀어붙이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의지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지금 생각하면 KBS는 바보다. KBS가 (수신료인상에 동의해줄 것으로) 가정한 많은 사람도 바보여야 이런 일이 진행될 수 있다"며 "지방선거가 참패했으며, 현재의 담론인 월드컵에서 중계도 못하는 KBS가 가장 인기없는 미디어 정책을 들고 나와 국민에게 요구하는 것은 바보"라고 풍자했다.

최 교수는 이 때문에 과연 KBS가 자기 의지로 했을까하는 추정을 내놓았다. 최 교수는 △구글 애플 삼성까지 스마트TV 개발하면서 다양한 영역의 방송시장이 급신장하고 있고, △과거 수신료가 두차례 인상됐지만 당시엔 라디오서 TV로, 흑백TV에서 컬러TV로 전환이라는 분명한 국민 혜택의 근거가 있었으며 △신뢰하지도 않는 방송에 돈을 더 얹어줄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지금 당장 수신료 안올려도 KBS가 앞장서 돌팔매를 맞으려는 것은 뭔가 열심히 노력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함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나마 KBS가 각계 각층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저항의 의제를 던졌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 더 나간다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밖에도 김현수 전교조 부위원장, 김성균 언소주 대표, 김영준 미디액트 소장, 이동연 한예종 교수,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권미혁 여성 민우회 대표,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활동가, 송환웅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 등 시민단체 각계 대표자들도 각각의 발언을 통해 공정한 보도와 방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처럼 언론·시민단체의 반발에 대해 청중으로 참석한 이강덕 KBS 대외협력부장은 이의제기를 했다.

이 부장은 "KBS 공정성 문제와 관련해 이를 제기할 때는 뉴스와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부분을 갖고 지적해야 하지 않느냐"며 "과거에도 KBS 공정성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지적이 많아 실제로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데엔 도움이 되질 않아왔다. 뉴스의 어느 대목, 어떤 프로그램과 어떤 내용이 공정성의 문제가 있었는지를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은 또 △6.2 지방선거 이전에 4대강 광고 한 적 없고, △세종시 수정안 뉴스에서 부각시킨 적이 없으며 △북풍으로 왜곡 조장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수신료 인상 반대가 압도적으로 나온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도 자신들이 실시한 조사결과와 BCG 컨설팅 회사의 여론조사와 차이가 많이 있다고도 했다.

이 부장은 수신료 인상 주체에 대해 "KBS 집행부 생각은 국민의 대의적 기관인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하며, 이런 이사회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 자료 제공하자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윤식 KBS 이사도 "3년전과 지금을 봤을 때 수신료 인상 찬반에 대한 공수가 교체되는 논리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며 "'종편 몰아주기' 지적의 경우 일리가 있으나 과대포장된 레토릭이며, '국가기간방송'이면서 '공영방송'인 KBS를 볼 때 집권층을 지원하는 의미(기간방송)와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공영방송의 성격 등 이중적 딜레마가 있다"고 주장했다.

▲ '진알시'가 KBS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 포스터를 패러디해 만든 수신료인상 반대 선전물. ⓒ이치열 <미디어오늘> 기자 truth710@
그는 한국의 미디어가격이 최저가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우리 미디어가 광고에 의존하다 보니 생긴 문제"라며 "신문은 방송점령을 통해, KBS는 지상파 수신료 인상을 통해, 마이너신문은 정부재정 지원 통해 유지하지 않으면 주류 언론은 몰락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주장에 대한 재반박도 이어졌다. 청중석에 있던 박동영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전 KBS 이사)는 KBS의 지방선거 보도의 공정성 여부에 대해 "유권자인 국민이 선거에서 훌륭한 후보자 선출을 위해 어떤 정책을 갖고 있는지 제시했어야 했다"며 "4대강과 세종시, 무상급식 등 의제가 이미 설정돼있는 상태였고, 심지어 선관위조차도 이런 의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찬반을 금지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KBS는 토론주제에서 이 주제를 아예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KBS 비롯 모든 방송들이 주로 천안함 관련 보도에 집중했고, 교육감을 겨냥해 전교조 해임 소식에 중점을 뒀다. 북풍몰이였고, 다른 쟁점을 희석시켰다"며 "이는 편성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이 오직 방송이나 신문이 공급하고 있는 천안함 전교조 의제만 갖고 판단하도록 했다"며 "여론조사 결과 수도권 여론조사결과 18, 19, 20% 포인트나 차이가 났는데, 이는 KBS인의 능력으로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었으며, '여론조사결과 어디어디가 앞서고 누가 쫓아가고 있다'고 해서 어느 편에 서도록 만든 것으로, 기술적인 여론조작 또는 분명한 왜곡"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책임져야 한다. 보도책임자들이 탄핵당해야 한다. 이게 (수신료 인상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라고 덧붙였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정윤식 KBS 이사의 주장에 대해 "KBS 이사회가 수신료를 심의의결하는 방식은 수신료 성격과도 맞지 않다"며 "또한 재난보도 등을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국가기간방송'의 역할이 마치 독립성을 갖춰야 하는 공영방송의 의미와 상충한다 생각하는 것은 정말 아닌(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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