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야권 단일화 효과 현실로…민주노동당도 선전

6월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와 천안함 침몰 사건 등 굵직한 사안들이 중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 판세는 어떤 상황일까. 천안함 사고원인 발표가 여권에 유리한 흐름을 이끌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전국의 유세 현장을 돌면서 연일 ‘천안함 이슈’를 유세에 활용하고 있다.

역대 지방선거는 여당이 번번이 고전했다. 이유는 대통령 임기 중반에 펼쳐지는 관계로 중간 평가 성격을 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당은 방어, 야당은 공격에 치중하게 된다. 올해 역시 4대강, 세종시, 무상급식 등 선거를 가를 중요 쟁점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주요 언론이 두 달 가까이 천안함 이슈에 보도를 집중하면서 선거쟁점이 가려진 측면도 있다.

게다가 언론이 발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 비율, 한나라당 정당 지지율 모두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의 안정적 승리를 안겨줄까.

광역단체장 선거에 가려져 있지만 기초단체장 선거도 민심의 변화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4년 전인 2006년 5월31일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겨줬던 주요 지역에서 야당이 우세하거나 여야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 21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서 강기갑(사진 위 왼쪽 첫번째) 민주노동당 대표,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사진 위 왼쪽에서 두번째)가 합동 유세를 펼치고 있다. 고양시는 최성 민주당 후보가 범야권 단일후보로 나섰으며, 이날 유세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이 함께 참여했다. ⓒ 류정민 기자

 

인터넷신문 ‘폴리뉴스’는 전국 각 지역의 주요 기초단체장 판세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는 수도권에서 최초로 진보신당까지 포함한 야5당 단일후보를 내세운 지역이다. 폴리뉴스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16일 526명(층화무작위할당 표본추출로 추출)을 대상으로 ARS 전화설문조사(응답률 5.1%,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4.21%p)를 했다.

민주당 최성 후보는 42.3%, 한나라당 강현석 후보는 37.7%로 조사됐다. 최성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강현석 후보를 앞서고 있는 셈이다. 이곳의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두 배 수준이었지만, 범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최성 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일에는 고양시 일산과 덕양 유세에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이 합동 유세를 펼치면서 세몰이를 하기도 했다. 최성 후보는 “최근 폴리뉴스는 여론조사 결과 상대후보에 비해 5% 정도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는 그보다 훨씬 앞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양시는 4년 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66.2%, 열린우리당 후보가 28.8%를 얻은 지역이다.

야권의 반MB 단일화 효과가 현실로 나타난 지역도 있다. 인천 남동구는 민주노동당 배진교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한나라당 최병덕 후보와 맞서는 지역이다. 폴리뉴스 여론조사 결과 배진교 후보 42.9%, 최병덕 후보 42.6%로 조사됐다. 두 후보가 초박빙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폴리뉴스의 이번 여론조사는 인천시 남동구 거주 19세 이상 성인남녀 유효표본 53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전문기관 한백리서치에 의뢰해 단순무작위추출법으로 구조화된 설문지와 ARS방식으로 조사했으며, 오차범위는 95%신뢰수준에 ±4.24%p다.

지난 4월30일~5월1일 조사 때는 배진교 후보 33.1%, 최병덕 후보 41.3%로 조사된 바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범야권 단일후보 효과가 여론조사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천 남동구는 4년 전 한나라당 후보가 58.3%, 열린우리당 후보가 18.7%를 받았던 지역이다. 민주노동당 후보는 당시 13.1%를 득표했다. 하지만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을 놓고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수준이 됐다.

폴리뉴스와 모노리서치가 지난 15~16일 강원 원주시 거주 19세 이상 남녀 638명(응답률 6.5%)을 대상으로 층화무작위 할당 표본추출 방법으로 ARS전화설문조사(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3.87%p)를 한 결과, 민주당 원창묵 후보 38.3%, 한나라당 원경묵 후보 27.3%, 무소속 김기열 후보 15.2%, 민주노동당 김은수 후보 5.3%로 조사됐다.

민주당 후보가 강원도 원주에서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우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4년 전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61.1%, 열린우리당 후보가 35.1%를 얻은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수원 지역 판세도 흥미롭다. 폴리뉴스가 모노리서치와 공동으로 지난 15~16일 수원 지역 유권자 526명(층화무작위할당 표본추출)을 대상으로 ARS 전화설문여론조사(응답률 5.1%,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21%p)를 한 결과, 민주당 염태영 후보 38.3%, 한나라당 심재인 후보 30.2%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8.1%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 안쪽의 결과이지만, 민주당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65.3%, 열린우리당 28.0%로 조사된 지역이다.

경기도 고양시(범야권 단일후보 성사), 인천 남동구(민주노동당 후보가 단일후보로 출마), 경기도 수원시(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 강원도 원주(지역구 의원이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로 나선 지역) 등은 저마다 정치적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네 곳 모두 4년 전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압승을 거뒀던 지역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쪽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방선거의 변수 중 하나는 현역 단체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경우 원 소속 정당이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4년 전 호남을 제외한 사실상 전 지역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던 한나라당은 무소속 변수 때문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여권 표가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야권은 단일후보를 성사시키면서 1대1 맞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다.

지방선거 판도를 예측하기는 아직 선거 초반이라는 점에서 이른 감이 있다. 분명한 점은 언론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용한 선거’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바닥 민심은 4년 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연일 이슈화시키는 ‘천안함 문제’가 야당의 바람을 막아주는 방패막이가 될 것인지, 오히려 안보실책을 정치에 활용한다는 역풍으로 다가올 것인지도 이번 선거 판도를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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