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무상급식 주제 제외…발언시간도 차별

KBS의 지방선거 수도권 후보자 TV토론이 중립성 논란에 휩싸였다. 야당은 KBS가 한나라당 현역 단체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TV토론을 추진하려 했다면서 일제히 반발했고, TV토론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KBS 선거방송프로젝트팀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KBS가 제시한 토론 방식과 의제에 대한 일부 후보 측의 과도한 요구로 토론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데다 9일 현재까지 일부 후보가 불참을 통보하거나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음에 따라 예정된 날짜에 토론 개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KBS는 TV토론이 사실상 무산됐음을 알렸다. KBS는 무산의 책임을 일부 후보 측의 불참 통보 때문으로 몰아갔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 TV토론은 유권자들이 주요 후보의 자질과 공약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특히 공영방송 TV토론은 어느 곳보다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돼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KBS의 수도권 후보자 TV토론 추진 절차나 내용 모두 ‘편파성’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모두 한나라당 소속인 현역 단체장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법으로 TV토론을 준비했다는 게 야당의 공통된 지적이다.
TV토론이 한나라당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자들의 ‘홍보’를 위한 공간으로 전락해 다른 당 후보들은 홍보 들러리로 삼으려 했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왔다. KBS TV토론은 후보자 선정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 중 하나인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는 TV토론 참석 자체가 봉쇄됐다. KBS는 선거방송 준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진보신당은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를 대상으로 한 TV토론이 벌어질 것처럼 보였지만, 이번에는 TV토론 주제와 형식을 놓고 ‘오세훈 편들기’ 논란이 벌어졌다.

민주당 한명숙 후보 선거대책위원회는 “‘현역 단체장의 시정평가’라는 미명하에 오세훈 후보에게는 3분 30초와 5번의 발언 기회를, 타 후보에게는 1분 30초와 1번의 발언 기회만 제공하겠다고 했다”면서 “서울시민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인 4대강 문제, 무상급식, 보육, 복지, 주거 등에 대한 논의 기회를 사전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선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경기도지사 선거 TV토론 역시 한나라당 소속 김문수 지사에 유리하게 짜였다는 게 야당의 인식이다. 민주당 김진표 경기지사 후보의 박공우 대변인은 “선거의 핵심이슈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문제, 일자리 창출, 교육과 복지 등 삶의 문제는 제외됐다. 상호 협의와 조율마저 없으니 KBS가 김문수후보 편들기에 노골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 TV토론이 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준비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야당 쪽에서는 일제히 반발했고, KBS는 다시 이를 이유로 TV토론이 어렵게 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자 여당 쪽에서는 야당이 TV토론을 기피하고 있다는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

김문수 선거캠프 최우영 대변인은 “오는 13일로 예정됐던 경기도지사 후보 KBS TV 토론회가 무산된 것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측이 말도 안되는 적반하장,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쪽의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지닐 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KBS의 지방선거 TV토론이 무산될 경우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여당이다. 여당은 ‘조용한 선거’를 통해 야당의 바람몰이를 차단할 경우 ‘현역 프리미엄’ 효과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KBS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공신 중 하나인 김인규 사장이 부임하면서 ‘정치 중립성’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받아왔다. TV토론을 둘러싼 KBS의 석연찮은 행보는 선거기간 내내 의혹의 시선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선진당 지상욱 서울시장 후보의 나기환 대변인은 “KBS는 국민의 재산이다. 기득권 권력이 마음대로 사유화해서도 안 될 것이다. KBS도 누가 주인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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