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워치]자격 맞추기 위해 비리 양산 우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불거진 교육계 비리를 해결하기 위해 교장공모제를 전면 실시키로 했다. 교육 당국은, 매스컴에 빈번하게 등장한 교육계의 비리 때문에 끝없이 추락하는 교육계의 위상을 바로 잡겠다면서 공모제를 내놓았다. 그러면 과연 교장공모제를 실시하면 교육계의 고질적인 비리가 말끔히 사라질까? 이에 대해 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부정적이다.

교장공모제는 교육인사제도에도 시장 경쟁 논리를 도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교장공모제를 도입하면 인사비리, 금전 관련 비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지금껏 어느 누구도 공모제가 왜 해법인지에 상세히 언급치 않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장공모제의 문제점이 많을 것으로 우려한다. 교장공모제를 실시할 경우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잠복해 있다는 것이다.

“교장 자격을 가진 사람만이 교장공모제에 응모할 수 있으니, 교장 자격자가 양산될 개연성이 크다. 특히 교장 자격이 없는 사람은 교장 자격을 갖기 위해 또 다른 비리를 저지를 가능성이 숨어 있다. 교장을 공모하는 학교에 다수가 응모하고 온갖 로비활동을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결국 학연, 지연은 물론, 각종 인맥을 동원하는 일이 빈발할 것이다.

교장공모제를 실시할 경우 우려되는 점은 더 있다. 즉 학교에서는 어떤 원칙에 따라 교장을 선발할 것인가도 간단치 않다. 후보자들의 업무 능력을 정밀하게 파악할 방법이 아직 없고, 인성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 교육철학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 나와 있지 않다. 이처럼 공모제에 따른 문제점은 한 둘이 아니다. 교장공모제가 만병통치의 신통력을 지니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졸속으로 실시해서는 안 된다.“

교육 당국은 교장공모제를 발표하며 오래 실시된 임명 제도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고 언론도 침묵했다. 이러다 보니 학부모들은 교육계 인사비리와 교장의 금전 관련 비리 등이 현재의 승진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계의 비리의 주요인은 교장을 잘못 임명해서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장공모제를 실시한다 해서 교육계가 투명해질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행 교장 임명 시스템을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 도입되는 교장 공모제가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지가 좀 더 분명해진다. 현행 시스템에 의해 교장이 되는 과정은 교사-교감-교장으로 승진하는 방법과 교사-장학사-교감-교장으로 승진하는 방법이 있다. 첫째, 교사-교감-교장의 순으로 승진하는 방법은 대다수의 교사들이 교장이 되는 방법이었다. 이 경우 승진에 소요되는 기간은 보통 30년에서 35년 이상이다. 우선 교감이 되는데 20년, 많게는 25년 이상이 소요된다.

그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지도 경험을 충분히 갖춘 후, 교육 관련 연구와 각종 연수, 부장교사 경력, 근무성적, 시범(연구)학교 운영. 각종 국가자격증 취득, 근무성적 1등 등 갖추어야 할 많은 것을 갖춘 후 교감이 된다. 이것들 중 한 가지라도 소홀히 하면 교감이 될 수 없다. 너무 힘들어서 대부분의 교사들이 도전 자체를 하지 않으며, 도전했다가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교감으로 승진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 보통 50세 가까이 되어야 교감이 된다.

교감이 되면 다 교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5년에서 6년간은 교감을 하며 행정경력을 쌓아야 하고, 교감이 될 때처럼 각종 연수 및 연구를 또 해야 한다. 여기에 교육청(교육장)의 점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통 55세 이상이 되어야 교장이 된다. 즉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교장이 된다.

둘째, 교사에서 장학사가 되어, 교장으로 승진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일단 장학사만 되면 교감은 자동으로 되어 빠르면 30대 후반에 교감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40대 중반부터 교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장학사-교감-장학사-교장 또는 장학관이 되어 관리직만 20년 이상을 하게 된다. 대부분 교장 중임 8년을 넘겨 많게는 15년 이상도 가능하다.

이번 인사파동은 교장 승진 두 번째 방식, 즉 교감 경력이 짧은 사람을 경력이 많은 사람보다 먼저 승진시켜 발생한 것이다. 최근 연이어 밝혀진 인사비리에 대해, 교육 일선에서는 ‘교사가 장학사를 거쳐 교장으로 승진하는 제도’가 일조를 하였다고 지적한다. 즉 이들이 일찍 학교 교장이 됨으로서 ‘교사-교감-교장’의 수순을 밟는 인사 원칙이 뒷전으로 밀리는 사례가 발생하고, 일부가 고속 승진에 주력하면서 ‘정치력’을 발휘하는 사례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그들이 교장으로 승진하거나 또 선호하는 학교에 발령이 되는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교육청의 인사 담당자(교육장 포함)들이 인사의 큰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데서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다. 교육계의 충격적인 비리는 제도상의 문제라기보다 이를 운영하는 사람의 잘못이 크다. 따라서 교장공모제는 서두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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