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도둑산길>

‘인생의 고비’를 넘는 이성부 시인의 가파른 숨결

<도둑산길> 이성부 시집

등단 50년째를 맞은 이성부 시인(68)이 아홉 번째 신작 시집 <도둑 산길>을 출간 했다.
1942년 광주 출생이면서 지금은 2005년 간암 진단을 받고 시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이성부 시인의 시집 <도둑 산길>을 읽다가 그의 시 ‘생, 또는 시’가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너무 게을렀다/ 많이 놀았다 흐리멍덩해졌다/ 산에서 내려와  술 마시고 집으로 와서/ 문득 내버려 둔 시 생각이 났다/ 이것들 잘 있었는지 잘 익어가고 있는지/ 또는 썩어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 이성부시인의 <도둑산길>.

시인의 말 그대로를 빌자면 이성부 시인의 시가 잘 익어 가고 있다 간암의 투병 중에서도 시는 빛을 발하고 있다 마치 산을 오르며 헉헉 숨이 차오는 느낌에 닿는 것은 왜 일까?

산을 좋아해서 산에 자주 오른다는 이성부 시인의 시가 건강성을 담보한 것은 그의 투병 정신이 간암을 넘어서서 인생의 전 생애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말 한다 마치 높은 산에 오르듯이 확 트인 느낌. 이성부 시인의 시, 산1이 주는 느낌은 그가 오른 산과 인생이 잘대비 되는 화폭이다

더 높이 오르려는 뜻은/ 맑게 눈 씻어/ 더 멀리를 바라보기 위함이다 멀리 첩첩 산 굽이에서라야/ 나는 내가 잘 보인다.  

<도둑 산길>에 실린 시인의 말에서 의사로터 간암을 선고받고 나서의 심정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나는 곧 평상심을 되찾아 나와 내 주변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동안 엄청나게 술을 퍼마셨으므로 이제 마침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으로 가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겨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나에게는 그 발걸음이 조금 빠르지 않았나 여겨졌다.”

간암과 맞선 그의 시가 건강해 보이는 것은 인생에의 순응과 대 자연 속에서 건저올린 시어들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잘 정리된 그의 주변처럼 보이는 치환성, 그래서 어찌 보면 너무도 꼼꼼해 보이는 시어들, 그러나 그의 시집을 덮으며 나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말이 있다 시인은 병들지 않는다. 그의 시가 건강한 것처럼, 이성부시인의 건필을 빌어 본다.
이성부 시집/책만드는집·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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