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바다, 사람의 심장마저 뜨거운 계절이다.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에어컨 냉방에 의존하는 등 자칫 섣부른 행동을 하는 것은 기름을 붓는 격이 되기 쉽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서 지구의 평균 온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UN은 급기야 지구생태보고서를 통해 지구자원의 고갈과 ‘실질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생물종다양성의 손실을 경고하고 나섰다. 또한 향후 50년 동안 진행될 지구생태계의 급속한 악화를 우려하며, 개별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한 개발정책 대신 생태적 가치를 ‘우선’ 고려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 줄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라남도는 해남과 영암에 골프장, 카지노 도박장, 자동차경주장, 민간비행학교 등을 사업내용으로 하는 서남해안관광레져도시 건설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영광에서는 원자력발전소의 뜨거운 물(온배수)이 반경 20km 주변해역의 온도를 상승시켜 물고기의 서식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한다. 반도의 남서쪽 끝에 위치한 해남과 영암은 중국이나 호주, 인도네시아 등 남쪽에서 올라온 철새들이 쉬지 않고 날아왔을 때 첫 번째 도착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겨울철 기후가 온난하여 습지가 잘 얼지 않는데다, 대규모 간척으로 만들어진 넓은 논과 호수가 많은 먹이와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천혜의 철새서식지다. 매년 영암호에 70종, 금호호에 60여 종의 철새들이 6~7만 개체가 찾아오고 있는데, 인근의 고천암호, 영산호 등을 합하면 10만 개체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국내에 방문하는 전체 철새의 10%가량으로 평가된다. 한편 지난 3월 한 달간 서남해안관광레져도시 사업지구인 해남군 산이면 일대 영암호, 금호도, 속금달도, 달도, 소달도, 삼호면 방조제와 영암 갑문주변을 도보로 수달생태서식지를 조사한 결과 수달(천연기념물 330호)의 족흔, 식흔, 배설물 등이 218지점에서 발견되었다.

이곳은 갈대가 잘 발달되어 있고, 먹이가 풍부하여 수달이 은신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철새와 수달은 사람에게 밀려날 위기에 처해 있다. 사람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며 지금 지역개발광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서식환경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발길을 냉정하게 돌리는 수달과 철새들, 이들이 F1자동차경주장의 소음과 민간비행학교의 비행飛行, 골프장에서 흘러 나오는 농약을 견딜 수 있겠는가? 서남해안관광레져도시 건설계획은 지금 당장 백지화해야 한다.

수달과 철새들의 보금자리를 빼앗는 것은 사람이 이들을 상대로 폭력적 전쟁을 감행하는 것이다. 인류가 자연을 상대로 무제한의 폭력 행사를 하면, 분노한 자연은 ‘태풍루사’나, ‘쓰나미해일’로 대응하며, 대재앙을 예고해 왔다. 자연의 섭리는 냉혹하다. 삼라만상이 모두 부처(自他不二)인 화엄의 세상을 원한다면 수달과 철새의 삶을 사람이 방해하거나 어지럽혀서는 안된다. 해월 최시형 선생의 말씀이 간절하다. 대지인 어머니가 아파하실 것이기 때문에 ‘뜨거운 물도 식혀서 버리라.’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