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 뉴스모니터단이 자체 평가한 '2009년 KBS 뉴스'  뉴스검색 제공제외

"아니 KBS가 왜 이렇게 꼬치꼬치 따져묻는 거에요?"(4대강 관련 취재를 하는 KBS 기자에게 국토해양부 4대강본부 정책총괄팀장이 한 말)
"국정방송 KTV조차 깜짝 놀랄 만한 기막힌 사부곡"
"MB가 하는 일은 다 잘못된 거냐?"(KBS 보도본부의 어느 팀장이 한 말)
-지난 23일 발행된 KBS 기자협회보 뉴스모니터단의 KBS뉴스 1년 평가 중에서


KBS 기자들이 지난 1년 동안의 KBS 뉴스에 대해 혹독한 총평을 내렸다. 한마디로 그 평은 "KBS는 2009년 한 해 동안 명실상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 대변자, 국정 운영의 조력자로 나서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에 부응했다"는 것이다.

KBS 기자협회 뉴스모니터단은 최근 발행된 KBS 기자협회보 'KBS뉴스 1년을 평가한다'에서 지난 1년 간 대표적인 KBS의 MB홍보·정부편향·본질외면 기사 사례를 10가지 유형을 나눠 총정리했다. KBS 기자들이 제시한 유형은 △'재앙의 출발점' 용산참사 보도 △공영방송 직무 유기한 미디어법 보도 △'낯 뜨거운' MB어천가 △'매 맞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보도 △묻혀버린 천성관 특종, 고개 숙인 KBS △실종된 인권 뉴스, 외면 받는 인사검증 △'눈물 어린 충정' 방통위 기사 △안 하느니만 못한 4대 강 연속기획 △'성역'이 돼버린 세종시 △본질 외면한 집회·파업 보도 등이었다.

KBS 기자들 "2009년 KBS 뉴스, MB 국정철학의 대변자" 혹독한 총평

▲ 지난 1월23일 방영된 KBS <뉴스9> 두번째 리포트 '모금...조직적 개입'

우선 KBS 뉴스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기에 이른 '재앙의 출발점'에 대해 KBS 기자들은 용산참사 보도를 들었다. 참사 당일인 지난 1월20일부터 20여일 동안 KBS는 강제진압에 나선 경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하면서 진압 과정의 문제점에 눈감았고, 전국철거민연합을 사태의 원흉이자 폭력집단으로 줄기차게 매도했다.

경찰이 철거민의 과격시위 장면만을 골라 편집한 CD를 관공서에 배포하고, 경찰 사이트와 게시판 등을 이용해 일선 경찰에 인터넷 사이트와 언론에 대해 조직적 대응을 통한 여론 호도를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KBS는 이런 사실에 모르쇠로 일관하며 시종일관 공권력을 편들었다.

KBS 보도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건 뭐니뭐니해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도를 넘어선 찬가식 보도였다는데 KBS 내부의 기자들도 입을 모으고 있다. KBS 기자들은 지난 2월24일 <시사기획 쌈>팀이 제작, 방송한 '대통령 취임 1년-남은 4년의 길'에 대해 "2009년 내내 보는 이의 낯을 뜨겁게 만든 수많은 MB어천가 중에서도 가히 결정판"이라고 규정한 뒤 "이후 그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잊을 만하면 나타난 MB어천가 뉴스는 마치 군사정권이 활개를 친 5공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7월6일 대통령의 재산 기부 소식에 대해 KBS는 방송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네 건의 리포트를 내보냈고, 지난달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의 한 초등학교 방문 때의 KBS 뉴스는 "압권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KBS는 '백신접종 현장점검차 학교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혹시라도 열은 없는지 직접 학생들의 이마를 짚어 봅니다'라는 기자 멘트를 들어 "노골적으로 대통령을 한없이 다정하고 자애로운 어버이로 우상화한, 실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보도"라며 "다른 방송과 달리 뉴스 8번째로 전면 배치한 것도 놀랍다"고 지적했다. 당일 MBC와 SBS는 두 문장짜리 단신으로 처리했다. 기자들은 "국정방송 KTV조차 깜짝 놀랄 만한 기막힌 사부곡이었다"고 촌평했다.

재앙의 출발-집요한 용산철거민 매도, 재앙의 절정-냉정한 노무현 서거 보도

▲ 지난 5월24일 KBS 2TV에서 아침 7시에 방송된 10번째 리포트 '밤새 추모 행렬'. 이 화면에서 말하는 여성의 인터뷰 내용이 오전 8시에 방송된 '밤사이 애도 행렬'에선 빠졌다.

KBS 뉴스를 국민과 완전히 분리시킨 결정적인 사건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있었던 지난 5월 말∼6월 초의 보도였다. 기자들은 "한마디로 완벽한 패배였다"고 일갈했다.

기자들은 당시 뉴스에 대해 "민심(民心)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뉴스, 마치 남의 나라 일을 보는 듯 차갑고 냉정하기 짝이 없는 시선, 정권의 눈치나 살피며 혹시나 현 정권에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뉴스"라며 "근 10년 만에 경쟁사인 MBC에 시청률이 역전되는 일이 벌어졌고, 눈물과 오열로 뒤범벅이 된 추모 현장을 촬영한 화면을 최대한 걸러낸 무미건조한 보도로 국민의 따가운 비판과 원성을 샀다"고 개탄했다. 용산참사 때에 이어 이 당시 KBS 기자 PD 등 모든 취재진은 취재현장에서 위협과 폭행, 모욕과 야유를 비롯한 취재거부 등 온갖 수모를 겪기도 했다.

최근까지 국민 대다수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강행될 예정인 4대강 사업에 대한 KBS 보도의 경우 KBS 기자들이 기사를 올려도 연이어 방송되지 않는 등 내부에서부터 수난을 당했다.

KBS 뉴스모니터단은 지난 9월 방송된 4대 강 연속기획(다섯 편)과 관련해 예산 문제를 다룬 내용을 팀장이 승인하지 않아 방송 예정(18일) 당일 (편집)회의에도 오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같은달 19일 행정복지팀이 준비한 리포트 '4대강 점검, 철새 날아왔는데…'가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뉴스9>에서 빠졌고, 22일 제작된 기획 리포트 '습지 훼손 우려…생태계 정밀 조사 필요'는 <뉴스9> 뿐 아니라 다음날 어느 뉴스에도 방영되지 않았다고 뉴스모니터단은 지적했다.

"4대강 취재시 정부관계자에 'KBS가 왜 꼬치꼬치 묻냐' 수모"

뉴스모니터단은 4대강을 취재한 기자가 겪은 수모담을 옮기기도 했다.

"당시 4대 강 관련 취재를 하는 공영방송 기자에게 '아니, KBS가 왜 이렇게 꼬치꼬치 따져 묻는 거예요?'라고 되물었다는 국토해양부 4대강본부 정책총괄팀장의 적반하장은 노숙인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는 KBS 저널리즘의 몰골을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파기와 정당간 합의마저 뒤집어버린 '세종시 수정' 논란에 대해서도 KBS는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론에 시종일관 힘을 실어줬다. 세종시 수정론 검증을 시도한 지난달 11일 KBS <뉴스9> '"행정부처 분산 '비효율' 실상은?"'의 경우도 '천도 불가론'에 힘을 실어주는 편향된 보도였다고 지적됐다. 이후 세종시 예정지를 방문한 여당의원들이 계란세례를 받은 날(19일) SBS는 리포트로 MBC는 단신으로라도 메인뉴스에서 보도했지만 KBS는 보도하지 않았다.

▲ 지난달 11일 방송된 KBS <뉴스9>.

KBS 뉴스모니터단은 이와 관련해 "'MB가 하는 일은 다 잘못된 거냐?'는 어느 팀장의 발언은 세종시와 4대 강 문제에 대한 KBS 뉴스의 입장을 웅변하는 말"이라고 개탄했다.

"예산안 날치기 순간 '이의 있습니다' 육성 누락"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리포트들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8일 이병석 국회 국토해양위원장(한나라당)의 날치로 4대 강 사업 예산이 날치기 통과된 것과 관련해 KBS는 MBC와 SBS와 달리 날치기 순간 "이의 있다"는 육성이 방송되지 않았다. 뉴스모니터단은 "당초 기자의 원고에는 '현장음'으로 포함돼 있는데 정작 방송에서는 이 대목이 사라졌다"며 "'이의 있습니까'라는 위원장 질문에 누군가 '이의 있습니다'라고 분명하게 답한 '현장음'이 MBC와 SBS에서는 그대로 방송됐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서도 "한치의 예외도 없이 (파업의 원인이 빠지고 막연한 피해에 초점을 맞춘) 구태의연한 파업 보도의 전형이었다" 비판이 제기됐다.

▲ 지난 8일 방송된 KBS <뉴스9>.

또한 지난 7월13일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의 의혹에 대해 KBS 검찰 출입기자가 단독 발굴해 기사화했음에도 이 아이템은 이날 방송되지 않아 기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산 일도 있었다. 이 리포트는 그 이튿날 뒤늦게 방송됐지만 <뉴스9>가 시작되기 전 천 내정자가 사퇴하는 바람에 김이 빠져버렸다.

이밖에도 KBS 사장인 김인규씨가 전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시절 불거졌던 '청와대 행정관의 250억 출연 압력의혹'을 전한 KBS 뉴스도 비판의 도마에 올려졌다. 당시(지난 10월7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핵심 쟁점은 청와대 행정관이 IPTV와 관련해 이동통신사를 불러 기금 250억원을 출연하도록 압력을 가했는지 여부였다.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의 자금조성을 위해 청와대가 민간 사업자에게 압력을 행사했고, 해당 단체장이 차기 방통위원장 물망에 오르는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의 김인규씨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논쟁적 사안이었다. 당시 KBS의 리포트에서는 '방통위 부위원장 선임 문제' '미디어법 후속 조치'에 대한 국감 내용을 거론한 뒤에야 청와대 행정관의 압력 논란을 담았다.

KBS 기자들은 "의혹도 논란도 희석돼 버렸다"며 "뉴스 보도의 기본을 망각한, 참으로 눈물겨운 충성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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