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워치] 장기집권 길 터 줄 '권언유착' 도입 속셈             뉴스검색 제공 제외

MB대선 특보가 낙하산 사장의 본색을 드러냈다. 김인규 KBS 사장이 KBS 뉴스를 권언유착의 대명사로 비판받는 일본 NHK 식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일본 공영방송 NHK의 뉴스는 자민당의 장기 집권이 50년 가까이 가능하도록 유권자 정치의식을 오도하는 형식의 뉴스를 일본 사회에 정착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김 사장은 대선 특보답게 KBS를 현 집권층이 장기 집권할 수 있게 개악시키겠다는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김인규 KBS 사장이 KBS 뉴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며 일본 NHK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12일 여의도 KBS에서 진행된 이웃돕기 성금 모금 특별 생방송 '대한민국은 한 가족입니다.'에 출연해 성금을 기탁한 후 기자들과 만나 "시청자들이 원하는 뉴스가 무엇인지 살피고 그것을 적극 반영해 뉴스를 개편하겠다."면서 NHK 뉴스 포맷을 예로 들며, 이를 검토해 내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뉴스 포맷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12일). 김 사장은 시청료로 운영되는 방송가운데 공영방송의 공익성을 지키는 것으로 평가받는 영국의 BBC가 아닌 권언유착의 대표적인 케이스인 NHK를 KBS가 나가야 할 모범답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김 사장은 ‘시청자들은 기자의 얼굴이 아니라 정보를 얻으려고 뉴스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앵커만 나와도 된다. 앵커가 차분하게 진행하는 스타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이에 대해 “국내 방송 저녁 메인 뉴스는 개별 기자들이 1분20초 분량으로 준비한 리포팅 25~26개로 채워지고 있는데, NHK 메인 뉴스는 개별 기자가 나오지 않고 앵커만 등장해 8개 정도의 뉴스를 깊이 있게 다룬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뉴스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서는 "공정성이라는 것은 사실성과 형평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그런데 우리 기자 상당수는 사실성에 대해 오해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NHK는 지난 60년대부터 최근까지 일본에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NHK식 정치 뉴스’로 일본 사회를 지배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에서 상업방송이 60년대에 등장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뉴스보도를 시도했지만 정치권과 기업 쪽의 압력에 밀려 결국 70년대 들어서면서 뉴스 보도 기능을 중단하고 연예오락 프로에 집중했다. 그 결과 NHK는 뉴스 보도의 독점적 위치를 유지하면서 일본 사회의 정치관련 여론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다.

NHK 뉴스 스타일은 공영방송이지만 권언유착이 심한 대표적 케이스의 하나다. 이 방송은 논평, 해설보다 사실보도에 중점을 두면서 정부정책의 소개를 최우선시하는 형식을 유지해왔다. NHK의 뉴스는 정부쪽 취재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BBC와 비교된다. BBC는 정부 정책에 대한 보도에서 비판적 시각의 취재원을 포함시켜 공정성을 기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BBC는 창사 이래 직접적인 정부개입으로부터 독립하는 기본원칙을 지켜왔다.

일본 자민당은 반세기 동안 NHK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공영방송의 정신을 훼손했는데 그것은 집권당의 NHK 예산에 대한 심사 승인 권을 통해 이뤄졌다. NHK는 자구책으로 보도의 중립성을 강조하면서 언론의 사회 감시와 비판 기능을 최대한 약화시키는 방송을 해온 것으로 지적받는다. 이 방송은 객관적이고 신뢰할만한 뉴스 보도 방송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 이슈에 대한 비판적 보도나 분석을 기피하는 대신 중립적이고 정부정책을 소개하는 뉴스를 주로 다뤘다. NHK는 시청자에게 세상을 알리는 창이 아니라, 일본의 정치를 집중 홍보함으로써 자민당 장기집권을 가능케 했다. NHK의 이런 보도특성은 90년대 중반부터 상업방송의 정부 비판적 뉴스 프로 증가 등으로 많은 공격을 받고 있으며 시청률도 떨어지고 있다.

김 사장이 BBC가 아닌 NHK의 뉴스 형식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KBS가 지난 십여 년 동안 쌓아온 공영방송의 기반을 허물겠다는 후진적 발상으로 풀이된다. 메인 뉴스의 수를 지금보다 1/3로 줄이고 앵커만 등장하게 한다는 것은 사회 각 분야가 고도의 전문화로 치닫는 현대적 특성에 맞지 않다. 시청자에게 최대한 서비스한다는 발상이라면 뉴스시간을 더 늘리거나 기자가 직접 취재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상세히 전하게 하고 논평이나 대담 프로 등을 더 늘려야한다. 김 사장의 발상은 시청자에게 최대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에 역행한다.

방송뉴스가 공정성, 중립성을 앞세우며 취재원 선정 등에서 기계적인 형평성만을 강조할 경우 NHK와 같은 부작용이 심각하게 된다. 김 사장이 기자가 직접 뉴스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기사 실명제를 통한 언론의 사회적 기능 강화를 약화시키면서 시청자의 방송뉴스 접근권을 제한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김 사장은 취임이후 KBS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계속 언급하고 있지만 변화의 방향은 공영방송의 선진화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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