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그레이 박사가 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저자가 25,000여 부부를 상담하면서 알게 된 남녀의 차이를 화성과 금성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혼 도장을 찍으려던 부부들에게 새롭게 사랑을 찾아준 경험담이 실려 있다.

저자는 “남녀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사랑은 꽃을 피울 기회를 얻게 된다”면서 여성은 ‘관심과 이해’를 남성은 ‘인정과 신뢰’를 가장 먼저 받고 싶어 하는 욕구차이가 있다고 분석하였다. 필자도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연애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하여 강의를 해본 적이 있는데 올해 여름 아내의 소개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지, 그래 맞는 것 같아!”라는 감탄사가 연발로 튀어나올 정도로 공감을 하였다. 어쨌든 저자는 화성과 금성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5,000년을 단일민족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공통점이 훨씬 많지만 64년 동안 다른 가치관과 사회체제로 살다 보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되고 있는 게 현실일 수밖에 없다.

올해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 김정은이 승계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남측 언론은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냐, 3대 째 세습을 하게”라며 시대에 뒤떨어진 행태라며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북은 남측의 대통령 선거방식에 대하여 이러쿵 저러쿵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것은 남측에서 선택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국가 지도자를 뽑는 방식과 제도가 다른 점에 대한 올바른 자세는 상호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야 할 문제이지 비판 거리는 아니라고 여긴다. 오히려 ‘왜 그들은 지도자를 그런 방식으로 뽑는지, 일반인들은 거기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자기 지도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아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통일과정에서도 어느 한 방식을 고집해서는 안되며, 남측은 남측대로 북측은 북측대로 정치철학과 방식에 따라 지도자를 선출하고 상시적으로 만나 현안을 협의하면 될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남측에서 ‘낙지’라 부르는 것을 북측에서는 ‘오징어’라 하는데 하나의 생물을 놓고서도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고 “왜 낙지를 오징어라고 하냐? 너희들이 틀렸으니 고쳐라”하면 갈등만 커질 것이다. 이런 경우 ‘차이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이처럼 갈등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과 나의 차이를 인정하는 자세’다. 즉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전에 상대방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통일은 우리가 인간적으로도 성숙해지는 과정이어야 한다.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는 자기주장을 먼저 내세우기보다 상대의 생각과 입장을 먼저 배려하는 성숙한 인격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제 2010년부터 한반도는 통일을 위한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를 것이다. 지난 8월 클린턴 전 대통령을 면담한 김정일 위원장은 오바마 정부에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우리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는 대신 평화협정과 수교,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평화통일을 지지하는 문제를 정상끼리 직접 만나 결단하자. 답을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다.

8일 보스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다. 오바마 정부 이후 공식적으로 북미 직접대화가 시작된 가운데 세계의 눈과 귀가 평양으로 들어가는 보따리를 주목하고 있다. 바야흐로 ‘서울에서 온 남자와 평양에서 온 여자’가 사랑을 꽃피울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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