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에서 얻지 못한 것 한국에서는 그나마...  뉴스검색 제공 제외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혔다. 한미 정상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데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등을 포함한 공고한 한미 안보태세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FTA 의회 비준과 관련해 자동차 시장 개방에 대한 협상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종래의 재협상 불가라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여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내달 8일 방북,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보즈워스 대표의 대통령 특사 자격 방북은 지난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한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특사 파견은 미국이 대북 강경 발언을 지속하면서서도 북미 대화의 격을 높인 조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미 두 나라 정상은 이날 북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양국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6자회담 참가국이 북핵을 폐기시키기 위한 방안을 공동 모색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만일 북한이 구체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통해 의무를 준수하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와 완전히 통합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괄적 해결 방안(comprehensive package)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며칠 전 방한을 앞두고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과 나는 북핵과 미사일 확산 문제에 대해 포괄적 해결을 이뤄낼 필요성에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 회견석상에서 이 대통령이 제안한 일괄타결 방식인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에 대해 공식적으로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그가 그랜드 바겐'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공식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그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두 가지 방식이 다 옳다는 식의 언급을 한 것이다. 이는 외교가의 관행상 보기 드문 해프닝이다.

그러나 두 정상의 북핵 해법에 대한 이날 언급을 전체적으로 살필 때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해법으로 각각 다른 용어를 제시했지만 향후 추진 방법으로 6자회담 정상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나라 정상은 북핵 해결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동일하다는 점에서 목표 추진 방식에서의 입장 차이를 좁힌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미 양국의 대북 공조를 공개적으로 확인시킨다는 상징적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6자회담이 정상화될 경우 한반도 비핵화의 로드맵으로 제시된 2005년 9.19성명을 실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결국 미국이 제시한 포괄적 합의에 의한 단계적 실천이라는 방식이 다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그랜드 바겐은 단계적 비핵화 작업이 아닌, 일거에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포기와 대북 지원을 맞교환 하자는 취지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포괄적 해결 방식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의 핵무기 폐기와 관계정상화, 경제원조 등을 맞바꿔야 하고 그것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안으로 9.19공동성명의 주요 골격을 이루고 있다.

다음 달 초 북미대화가 공표된 상황에서 향후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지난 1년여 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논의의 물꼬가 트일지 수 있을 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북한이 거부 반응을 보이는 `비핵.개방 3000'과 그랜드 바겐을 앞세우면서 남북관계 개선 등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향후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언급했지만 이는 북미 대화를 지켜본다는 소극적 입장을 언급한 수준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개월 동안 북측이 남측에 대해 대화를 적극 제의하고 있지만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남측은 소극적인 태도를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남측이 북측에 제시한 옥수수 1만t 제공에 대해 북측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해 교전이 발생해 남북 당국간 관계는 당분간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한 전 서해교전이 벌어지는 등 한반도에서 긴장 상태가 고조됐지만 외형상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을 마쳤다. 그러나 한 미 두 정상이 북한에 대해 6자회담 결렬의 모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북한이 먼저 핵 포기를 해야 하는 것인 양 논리를 반복적으로 전개한 것에 대해 북한이 향후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불투명하다.

북핵 문제가 지난 십여 년 전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타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합의를 파기하거나, 추가 요구를 강요하거나 부당한 대북 제재를 가한 것이 주원인이었다. 그런데도 한미 정상은 그런 사실에 눈을 감고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가던 식으로 북한을 공개적으로 비난,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동북아 3개국 순방 기간 동안 일본, 중국에서는 곤욕을 치렀지만 한국에서는 성과를 거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일본에서는 미군기지 이전문제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고, 중국에서는 중미 무역과 외환 문제, 티벳 문제 등에서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서울 도심에서 시민 수천 명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으며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미 FTA에서 한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성과와 함께 북핵 문제에서 완전한 의견 일치를 과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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