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갑작스럽게 전해 들었다…입장 표명 안 할 것”

구본홍 YTN 사장이 3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구 사장의 사의 표명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게다가 구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기 사흘 전인 지난달 31일에 대대적인 승진인사를 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사의표명이 아닌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해 5월말 YTN 사장으로 내정된 이래 8개월 넘게 이어지던 구본홍 낙하산 사장 저지투쟁이 지난 4월1일 YTN 노사의 합의로 종료되고, 노조가 구 사장을 인정하면서 사실상 구 사장 체제가 자리를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 시점이어서 더욱 돌연한 사의표명으로 비쳐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구 사장의 사퇴와 관련한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흘 전 40여명에 대해 대대적인 승인 인사

구본홍 사장이 사퇴할 뜻이 있었다면 왜 지난달 31일 8월1일자로 대대적인 승진인사를 발표했는지가 의문이다. 구 사장은 김백 경영기획실장과 홍상표 마케팅국장을 국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41명의 직원에 대해 대대적인 승진인사를 했다. 주요직을 맡던 이들이 국장 또는 국장 대우로 승진했고, 직무대리로 업무를 수행하던 이들이 그대로 그 직을 맡게 됐다.

한 내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지난 4월에 났어야 하는 것이 늦게 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인사 폭이 커 승진 결과를 보고 놀랐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만 둘 결심을 굳히고 인사를 낸 것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인사를 퇴임을 앞둔 사장의 임기 말 인사에 비유했다.

“사퇴 결심하고 인사 한 것”…“인사 낼 때는 사퇴 생각 없었을 수도”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인사를 낸 것은 친정체제를 구축해 YTN을 끌고 가겠다는 의도 아니냐”며 “인사를 낼 때만 해도 사퇴의사가 없었으나 주말 사이에 갑자기 생각을 바꿀 만한 일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구 사장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면 6명의 해직자 복직이 함께 이뤄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구 사장 개인의 결정이 아닌 제3의 압력에 의한 사퇴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YTN 노사가 지난 4월1일 공정방송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일단 갈등관계에서 협력관계로 돌아선 상황인데, 노조의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더 이상 구 사장이 정부여당이 원하는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YTN의 보도내용은 이병순 체제의 KBS와 달리 정부 여당 관계자의 시각에서 봤을 때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아, 구본홍 체제가 기대와 달리 너무 약하다는 판단에서 교체결정이 나왔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른 한 간부는 구 사장의 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장이 사퇴를 밝히면서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적지 않은 심적 고통을 받았으며 갈등을 겪는 동안 몸과 마음이 지쳐서 이제는 쉬면서 안정을 취하고 싶다’고 했다”며 “사퇴 뒤 지친 심신을 달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갑작스럽게 전해 들었다…공식 견해 낼 사안 아니다”

청와대는 구 사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구 사장의 사의표명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휴가 중에 있고, 이동관 대변인도 휴가 중이다. 청와대는 공식 견해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도 (구 사장의)오늘 오찬 모임 얘기를 갑작스럽게 전해 들었다”면서 “(구본홍 사장 사의 문제는)공식 견해를 내놓을 사안이 아니라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휴가를 가 계시기 때문에 보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지안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구본홍 사장의 자진사퇴를 공영방송 YTN을 살리는 계기로 삼기를 이명박 정부에 촉구한다. 이명박 정부가 구본홍 사장에 이어 또다시 YTN에 제2의 낙하산 폭탄을 투척한다면, 이 정부가 ‘언론인의 무덤정권’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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