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의 의도보다 광주시민의 뜻과 5.18의 가치, 광주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장관님의 대답은 그동안 광주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과 옛 전남도청별관 보존 문제를 놓고 갈등과 대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의 본질과 문제해결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여러 화두 중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소통’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관님의 그 답변은 곧 광주시민 다수의 뜻에 부합하는 것임에도 왜 그동안 장관님의 의도와 광주시민의 뜻은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강의 양안처럼 멀어져 있었는지 되짚어봐야 할 일입니다.

▲ 옛 전남도청 별관문제 해결을 위해 박광태 광주시장(왼쪽 두 번째)과 조영택 의원(왼쪽 첫 번째)이 지난달 28일 오후 유인촌 장관을 만나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박 시장은 별관에 터널을 뚫는 '5월의 문'에 대해 직접 준비한 도면을 펼쳐 보이며 유 장관을 설득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5.18정신을 계승한다면 원형보존이 차라리 낫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설계자, 조성위원, 이해당사자 등과 논의해 보겠다"는 답변을 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제공
지상파 방송의 역사스페셜 프로그램의 진행, 가부장적 사회 환경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기러기 아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 문화기획자에서 이제는 국가의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정책결정권자인 장관에 이르는 장관님에 대한 여러 이미지는 최근 광주시장을 만나 나눈 대화의 행간 곳곳에서 다시 확인되었습니다.

예컨대 장관께서는 당신이 스스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사용할 당사자이기에 누구보다 깊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솔직하게 확인하셨고, 나아가 역사로부터 욕먹을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철학도 드러내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만약 장관님께서 재직 중에 5.18사적지 중에 가장 중요한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지닌 옛 전남도청 별관이 철거되고 그 위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건립되었다면 이후 장관님께서 다시 문화인으로 돌아와 그곳에서 공연 등의 문화행위를 주관하게 될 경우 지역민은 물론, 아시아인들은 장관님의 정책결정과 문화행위자로서의 관련성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너무나 자명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문화’는 그 문화를 향유하는 구성원들의 삶이 투영되어야 하고, 그 삶은 가장 의미있는 과거와의 대화, 즉 역사가 반영될 때 비로소 차별성을 갖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광주에 세워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광주다워야 하고 가장 광주다움은 곧 5.18정신을 가장 잘 구현하고 발전적으로 계승하려는 의지와 제도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 시작이 바로 옛 전남도청 별관에 가장 중요하게 스며있는 ‘의미 있는 과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역사를 제대로 살리고 그 역사적 가치를 전당과 잘 연계시킬 수 있는 내용을 채우기 위해 머리와 가슴과 손을 맞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확언컨대 장관님의 말씀대로 다소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업을 폐기하거나 축소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전당,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전당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5.18사적지를 원형대로 보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며, 그것이 오히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위해서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을 위해서도 더 효율적이고 근원적인 해결방안이 될 것입니다.

지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조성해 온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에 대한 5.18단체와 시민사회의 주장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는 일 또한 장관님의 정책적 결단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광주의 미래를 위해 더 없이 소중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건립! 가장 중요한 핵심이 정립되지 않아 수년 동안 여러 형태의 갈등과 반목의 대상이 되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광주는 그런 갈등과 반목을 수습하는 또 하나의 선험을 우리 사회에 내놓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시민의 뜻이 반영되는 사업의 추진 과정, 가장 중요한 지역의 역사와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지역의 다양한 의견의 조정 과정이야말로 광주가 미래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정책적 판단을 한 관련인사들의 뜻과 철학은 이후 전당의 운용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 흘러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화 + 역사 = 시민의 삶’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5.18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과 역사적 가치 = 세계 인류의 민주, 인권, 평화의 보편적 가치 실현을 위한 연대와 소통의 광주공동체’로 자리매김 될 수 있는 단초를 장관님께서 제공하실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