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미의 현 상황 평가와 대응전략은?

미 정부 고위당국자들을 이끌고 2일 방한한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은 3일 권종락 외교통상부 제1차관과의 회담, 유명환 장관 주최 오찬, 이상희 국방부 장관 예방 등의 일정을 소화했으며, 4일 아침에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조찬을 함께 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간에는 △핵실험 등 '도발행동'을 감행하는 북측 의도에 대한 평가 △대응 전략 △회담 재개시 협상전략 △한.미 안보태세 강화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됐다고 3일 저녁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평가'와 관련, 이 당국자는 "한.미 양국은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초래된 현 국면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포함하여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상황이 위협받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의 '도발'이 북측 내부 요인과 관련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양자적 제재 방안 협의"

'대응전략'에 대해서는 "굳건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강력한 내용의 안보리 결의 채택 등을 통해 단호히 대처해 나감으로써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는 반드시 상응하는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유엔안보리를 중심으로 다자적 논의와 양자적 대응, 또 압력과 대화 부분으로 나눠" 논의했으며, 특히 "금융제재는 안보리 결의안에 그 부분이 조금 있다"고 했다. 이에따라 대북 금융제재가 기존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아직 결과를 정확하게 모르니까 그것에 더해 양자적으로, 안보리 밖에서 할 수 있는 조치들이 있는지 검토했다"고 전했다.

'안보리 밖에서 할 수 있는 금융제재 조치'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내에서 북한은행하고 거래 등은 별로 없을 것 같이 보이는 데 금융 측면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해볼 수는 있겠다"면서 "어떤 것을 합의하거나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미 대표단은 4일 한국은행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제재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긍정적 조치일 수 있나'는 의문에, 그는 "지금 핵심 포인트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이고 그 억제 수단 중 중요한 부분이 돈줄이니까, 그 돈줄을 어떤 식으로 죄어야 하느냐 생각을 하는 것"이며 실제 이행에 있어서는 "여러 변수가 많고 5자간에 협력을 많이해야 하는 분야"라고 했다.

'대북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중국을 끌어들일 방안과 관련해서는 "미국같은 나라도 중국한테 'A라는 행동을 취해달라' 이렇게 요청하는 것도 어렵고 각자 국가이익에 따라 계산에 따라 하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장기적, 단기적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는 나름대로의 판단, 가정"이라며 "그런 것들에 대해 우리가 깊이있게 논의하면 중국과 러시아도 다른 계산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지금은 '제재' 국면이며, 안보리 차원에서 그리고 6자회담 참가국들과 단합해 제재에 나선다는 입장이나, 그 제재가 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BDA 사태'에서 보듯 금융제재는 한번 발동하면 풀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 미국의 고민이라는 지적이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논의와 함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비하는 등 북한이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하도록 5자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하였다"고 전했다.

"북과 대화 끌어낼 묘책 없다"

또 "양국은 현 상황의 타개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북한에 대해 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두는 등 외교적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가기로 하였으며, 특히 북한과의 대화는 단순히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진정한 비핵화를 위한 의미있는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면 우리가 북한을 6자회담이나 대화로 끌고 나와서 진정한 협상을 할 수 있는 묘책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대화로 끌고나와도 진정한 의미의 대화를 하려면 어떻게 할 수 있나에 대해서는 정말 묘책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만 "지금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우리가 해야 할 바를 하고, 한.미가 할 바를 하고, 한.미.일이 할 바를 하고 5자가 할 바를 했을 때 북한이 결국에는 대화로 나오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하는 담당 관리들의 생각들은 있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대화에 언제 어떤 조건으로 나올지 모른다"고 거듭 전제하면서, 대화가 재개됐을 경우 한.미가 직면하게 될 고민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토로했다.

우선 "이미 보상해준 행동에 대해서 다시 보상하는 것은 안 된다, 대화 자체를 위해 보상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데 한.미가 이견이 없다"고 했다. "보상은 진정한 의미의 비핵화에 관한 조치에 상응해서 나가는 것이지 대화 복귀를 위해서 나가는 것은 아니"며 "협상을 해달라고 조르면서 하는 협상은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다.

다음으로 "북한이 대화에 나왔을 경우에 6자회담의 틀을 5자가 강력히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6자회담으로 돌아와야 하지만 돌아왔을 때 어떤 식으로 협상에 접근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단순히 올해 3월(주- 위성 발사 및 핵실험 이전)으로 복귀할지,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고자 할지도 의문이며,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 경우 2.13합의나 10.3합의는 어떻게 되는지 등의 문제가 널려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협상 전술적인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인 우리의 태세가 정말 뭐냐, 우리가 북한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이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는데 그것이 협상용이냐, 협상용이라면 협상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등 우리의 기본적 태세와 관련된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대 장애물은 북한의 2차 핵실험이다. "북한이 어느 시점에 다시 반성하고 회개하고 그 다음에 불능화 역행하기 직전까지 지난 3월까지 돌아온다고 해도 잘 얘기가 안되는 것이 그동안 핵실험한 것은 어떡하나, 불능화는 갔다가 왔다가 할 수 있지만 핵실험한 것은 엎지러진 물이다. 핵실험 한 사람을 안한 것으로 한다고 없어지는 것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같은 고민은 "북한이 핵실험했다고 핵보유국이라고 확인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 "핵실험했다는 것과 NPT상의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5자와 모든 나라의 공통된 입장"이며 나아가 "북한이 핵무기 기술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확인할 수 있는 나라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끝으로 '한.미 안보태세'와 관련해서는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정상 수준의 '핵우산 명문화'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군사적 옵션'에 대해, 이 당국자는 "(미 대표단을 보면) 국방부도 합참도 있다"면서 "심각한 안보 측면을 다루는 자리라 군사적 측면이 들어갔는데, '군사적 공습'이라기보다는 안보태세를 강화해야 하니까 거기에 따르는 이런저런 검토가 있었다"고 답했다.

한편, 유명환 장관은 5일 예정된 한.미 외교장관 회담 참석차 3일밤 워싱턴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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