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 단체 공동기구, '국치100년사업공동추진위' 창립 

'진실과 미래, 국치100년사업공동추진위원회(100추위, 상임공동대표 이이화 등) '가 25일 공식 창립했다.

2010년 일제가 대한제국을 강제로 병합한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올바른 식민지 과거 청산과 동아시아 평화의 미래를 열기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100추위'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추진됐던 한.일 과거사 현안에 대해 함께 대처할 수 있는 '공동사업기구'를 창설하고, 이후 남과 북, 그리고 해외의 시민사회와 연대할 수 있는 '국제연대기구' 결성의 초석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추진위원회에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태평양전쟁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 등 일제 피해자 단체를 비롯해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촛불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광복회', '독립유공자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등 독립.민족운동단체 및 학술연구단체까지 50개 단체가 참가했다.

함세웅 민주화기념사업회 이사장, 박중기 추모연대 의장,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 113명의 추진위원을 비롯해 한일기독의원연맹, 아시아평화와 번영포럼, 민주노동당 등 현직 국회의원 44명이 참가의사를 밝혔다.

"2010년 식민주의 청산 새날을 여는 첫 해로 만들 것"

이날 오후 2시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각계 시민사회대표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창립대회에서 '100추위'는 창립선언문을 통해 "오늘 첫 발걸음을 떼면서 2010년을 식민주의 청산과 동아시아 평화 공존의 새날을 여는 첫 해로 만들 것을 엄숙히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의 과거사 청산 관련 단체와 개인의 역량을 결집한 토대위에서, 남북해외의 한민족 성원과 유기적으로 연대하여 범민족운동으로 나아고자 한다"며 동아시아 각국의 시민.학계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이화 '100추위' 상임공동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일본은 아직도 '식민지'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오히려 정당화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여야도 없고 정부와 민간의 구분도 없다. 한국 민족이라면 누구든지 뜻을 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창립대회에는 식민지 문제의 진실을 회피하고 있는 최근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과거사 문제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국내 세력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함세웅 민주화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축사에서 "일본도 거짓투성이지만 최근 우리나라 안에도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일본을 꾸짖기 전에 우리 안에 있는 반민족 세력에 대한 회개를 촉구하는 것이 일차적 의무"라고 말했다.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도 "일본이 날뛰고 국내에서도 동조하는 지식인 계층이 생겨났다"면서 "일제 식민지가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그러고 꽃다운 처녀들이 가서 당했던 일을 취업했다고 하고 공출을 수출이라고 한다. 이게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할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소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도 단상에 올라 "13살에 일본 군인만 있는 곳에 가서 입에 담지 못할 일을 당했다"면서 "일본은 우리 피해자가 죽으면 끝나는 줄 알고 사죄도 않고 있는데, 저희들이 못 밝히면 여러분, 우리 후손들이라도 이 억울함을 밝혀줄 것을 믿는다"고 호소했다.

과거사 관련 단체는 2010년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일본정부와 관계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과거사에 대한 언급 없이 화해분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이에 대해 적극 대처해 나갈 계획이다.

2010년, 남북해외 함께하는 '동아시아 시민선언대회' 개최

'100추위'는 2010년 남과 북 그리고 해외 시민사회가 함께 하는 '식민지 과거청산과 미래를 여는 동아시아 시민선언대회'를 주요 사업으로 잡고 있다.

8.15기념주간(2010년 8.12-15)에는 남북이 함께하는 '한민족선언대회'를 개최하고 국치주간(2010년 8.26-29)에는 일본, 오키나와, 대만 등의 시민단체와 '동아시아 시민선언대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2010년 8월 29일을 전후해 동아시아 각국 시민단체들이 결집해 식민지 지배와 민족 억압 그리고 전쟁이 없는 미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동아시아 시민들의 공동실천 사항을 합의해서 내외에 선언하고 과거사 청산을 위한 국제연대운동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지난해 11월 평양에서 열린 '일본의 역사왜곡 및 독도강탈책동반대 남북공동토론회'에서 '2010년에 일제에 의한 조선 강점 피해 남북 민간공동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이미 제안한 바 있다.

남북공동토론회에 참석했던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북쪽에서는 남북 상황이 좋지 않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며 "오늘 100추위가 공식적으로 창립한 이후에 이 사업에 대해 북에 제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아시아 차세대 평화 리더들을 위한 화요 강좌'를 비롯해 '청소년을 위한 동아시아 네트워크 가이드북 제작', '청소년.청년.학생 100인 한일네트워크 역사기행'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사업과 국제순회전시회도 계획돼 있다.

이날 창립대회에서 이이화 동학혁명기념재단 이사장, 이해학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한국위원회 공동대표, 김효순, 이석태 '진실과 정의' 공동대표 등이 상임공동대표로 추대됐으며, 민족문제연구소가 운영사무국을 전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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