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정 사진전 - Into the forest ...9~19일까지

▲ ⓒ광주롯데화랑 제공

광주롯데화랑에서 4월 특별기획으로 3주 간, 사진작가 2인의 초대전을 갖는다. 첫 번째 초대는 최희정 작가의 ‘Into the forest ; 숲에 들어서서' 전이다.

최희정 작가는 그 간 객관성, 중립성, 즉물성에 바탕을 둔 유형학적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선 보였다. 작가의 2007년 개인전 <The empty palace ; 공허한 궁전>은 작가의 관점이 돋보였던 전시로, 한국의 도시 곳곳에 산재하는 소비 ․ 유흥문화의 장소들을 무덤덤한 시각에서 관찰하였다.

가깝게는 광주 도처에 범람하는 모텔이나, 유흥시설들을 프레임 안에 담았는데, 그리스 미술이나 중세 서양의 건축 도식을 모방한 흉물스러운 건축물들을 보며, 정체성을 담지 못하는 한국 도시문화의 씁쓸한 단면을 언급하였다. 도시 전체가 국적 없는 기이한 공간으로 변화했다는 점을 건조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이러한 획일성과 천박함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기록하고자 하였다.

2007년의 전시와 비교하면 이번 초대전은 조금은 정화된 듯한 시선이다. 작가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여 간, 담양 곳곳의 정자(亭子)유적을 돌며 그 주변을 아우르고 있는 숲을 유기적인 관점에서 촬영하였다. 여기서 숲은 정자 주변에 위치하는 부수적인 배경이 아니라 오랜 세월의 역사를 함께한 넉넉한 지킴이이자 안식처, 그리고 시간의 흐름 안에서 그 흐름과 호흡하는 주체이다.

작가는 독수정 ․ 면앙정 ․ 명옥헌 ․ 소쇄원 ․ 식영정 등, 어느 것이 건축이고 어느 것이 자연인지 분간할 수 없는 특수한 공간에서 우리의 의식 깊숙한 곳에 깔려있는 근원성에 대한 간구를 느꼈다고 한다.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읊조린다.

숲에 들어서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언제나 푸른 마음으로 삶에 지친 우리를 기다린다.
숲은 조용하고 자유로운 슬픔이 깃들어 있다.
슬픔으로부터 자유로운 숲으로 가자.

숲은 스스로 가진 역사가 슬픔이든 기쁨이든 아쉬움이든
거부하지 않고 넘쳐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오랜 세월 찬란한 햇살을 껴안아 숲이 품고 있는 흙은 따스하다.
예고 없는 세찬 바람도 마다하지 않고 서러운 빗방울도 함께 한다.
숲은 스스로 사랑하고 서로를 돌보며 더불어 살아간다.
그리하여 삶의 고달픔 속에 몸부림치며 살고 있는 우리들을
넉넉하게 감싸 안는다.
그래서 우리들 삶은 숲 속의 대나무처럼 더욱 단단해진다.

봄의 대숲은 연두색이고 진분홍빛은 명옥헌의 여름이다. - 작업노트 중 -

▲ ⓒ광주롯데화랑 제공
최희정 작가는 각각의 정자가 함축하고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순간순간 사색의 단상을 프레임에 담았다. 그 간 해왔던 작업에 비하면 다분히 주정적이다.

이번 전시는 전시를 목적으로 진행된 결과이기보다는 작가가 기본적으로 담고 있는 삶에 대한 관점을 함께 공유하기 위한 과정이다. 작가는 모든 조건을 넉넉히 감내하고 감싸 안는 자연, 즉 ‘숲’에서 세속에서 잃어버린 우리 삶의 원형을 되찾기를 희망한다.

결과 중심에 목적 지향적인 현대인의 일상에서 과정의 소중함을 상기시키는 의미이며, 모든 걸 감싸 안는 자연 안에서 저마다 보고 가는 삶의 진실을 서로 공감하고 포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체성 따위의 거창한 화두는 아니어도 진실 어린 태도와 사색을 통해 살아가는 이유와 조우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본격적인 나들이 철에 대기를 감싸 안는 온기마저 우리를 들뜨게 한다. 매년 반복했듯이 헛헛하게 지나갈 수 있는 4월이다. 잠시나마 자유로이 사색하고 고민할 수 있는 편안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작가가 제안하듯 ‘숲에 들어서서’, 진정 어딘가로 홀연히 떠나고 싶은 마음이 일렁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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