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떼 법’도 이런 ‘떼 법’이 없다. 이명박 정부가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부동산 투기 방지 빗장을 모두 풀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제까지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감세 등 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들만 줄줄이 내놓은 정부다.

배 곪는 서민들은 제쳐둔 채, 배부른 부자들에게 또 다시 큰 떡을 돌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이번 정책은 한나라당의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밀어붙이는 ‘떼 법’일 수밖에 없다.

누차 지적한 바대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겨놨더니 고양이들끼리 생선을 나눠먹는데 혈안이 된 꼴이다. 사상 초유의 경제 불황을 맞아 다른 나라들은 하나같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감세 및 재정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 부자들 세금 깎아 주느라 정신이 없다.

30조 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하겠다면서? 그런데도 부자들의 세금을 자꾸 깎아주면 어쩌자는 심산인가. 결국 힘없고 고분고분한 서민들의 등골을 더 빼서 추경재원을 만들겠다는 거다. 부자의 지갑에서 나오지 않는 돈은 결국 나머지 국민과 후손들이 나눠져야 할 부담일 수밖에 없잖은가.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건 그만큼 양도세 중과 폐지가 상식선을 벗어난 무리수이기 때문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보수신문 등이 다주택 보유 중과세 폐지를 "노무현 정부의 대못을 뽑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다주택 보유 중과세는)대못을 박는다기보다도 투기를 막는 장치"라고 일갈했다. "소위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도 했다. 그나마 상식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의 말이다. 물론 법안이 상정되는 4월 임시국회 때 그의 처신을 끝까지 지켜봐야겠지만….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면? 고양이들은 가게 살리기보다 생선 먹어치우기에 더 바쁠 게 분명하다. 부동산 투기 세력들에게 정권을 맡기면? 부동산 투기를 제약하는 모든 규제를 없애는 정책들을 내놓는 게 정해진 순서다.

이 정권이 어떤 인물들로 구성된 정권인가. 이명박 대통령부터가 서울 도곡동과 양재동, 충북 옥천 등 노른자위 땅에 대한 투기와 위장전입, 차명소유 등 부동산과 관련된 숱한 의혹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진들은 어쩌면 그렇게도 수십 억 원대의 땅 부자들이 많은지!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을 위한, 부자들의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김태동 교수(성균관대 경제학과)는 이 정권의 속성 자체를 아예 ‘투기세력’으로 규정했다. 김 교수는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주택 양도세 중과 폐지 방침에 대해 "이 정권의 속성 자체가 투기세력이니까, 작년에 종부세 등에 이어 투기세력을 행복하게 하는 완결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부가 거품을 보존하고 투기를 부추기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중과세 폐지가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고. 장기적으로는 더 걱정이 앞선다는 게 김교수의 주장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투기세력이 이 나라의 부동산 정책을 농단하고 있는 셈이다.

불황이라고? 부자들에겐 이보다 더 좋은 호시절이 없다. 주식가격이 떨어졌으니 기업 상속하는 데 돈도 적게 들고, 양도세 걱정 안 해도 되니 집값 떨어질 때 여러 채 사들여 큰 이문을 남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명박 대통령 말씀대로 몇 년 만 기다리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고, 바닥 때 사놓은 알짜배기 주식과 아파트들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 아닌가. 세금 안내도 되고 두둑한 불로소득도 챙기고…. 더도 덜도 말고 이대로 계속! 이명박 대통령 만세!

소귀에 경을 읽은 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스스로 깨우치는 날이 머지 않아 닥칠 것이다. 풀 스피드로 역주행을 하고 있는 차가 사고를 내지 않고 얼마나 달리겠는가. 다만 그로 인해 절딴 나게 될 이 나라 정치와 경제, 민생이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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