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 재점검 소동에 대한 전교조광주지부 입장
[전문]

책임질 당사자는 뒤에서 호령하고 교육청은 앞에서 닦달하고, 현장의 들끓는 원성이 들리지 않는가?

불행하게도 우려했던 상황이 또다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공개로 인한 파문이 그러했고, 재점검에 따른 파행적 학사운영이 또 그러하다.

학교 현장에서는 개학하자마자 학교당 6명씩 자체점검단을 구성하여 3, 4일씩 밤늦게까지 매달려 답안지와 씨름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이번 주에는 학교당 3-5명씩 차출되어 이틀 동안 연수원에 모여 교차채점을 하거나, 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재점검을 해야 한다.

학기 초, 학교는 말 그대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부서별로 운영계획을 작성하고, 새로 편성된 반 아이들에 대한 담임 업무, 쏟아지는 공문서처리에 수업준비까지.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 있는 교육당국이 자신들의 잘못된 정책추진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그 뒷수습을 교사들에게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안병만 교과부장관은 이번 성취도 평가의 재조사 결과 고의적인 왜곡이나 무책임한 조작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지만 실수나 부주의, 고의성이 없는 착오 등은 처벌하지 않겠다고 선심 쓰듯 이야기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표집방침을 시험 뒤 전수평가로 일방적으로 뒤집어 이런 사단이 일어나게 한 장본인이 그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해도 시원찮은 마당에 누구의 책임 운운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 양식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얼마 전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재점검으로 인해 학사운영의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교육철학이나 소신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교육청은 교과부의 공문 한 줄에 눈이 팔려 현장의 빗발치는 원성이 들리지 않는 것인가? 학교 내 자체채점만으로는 믿을 수가 없어 이 바쁜 시기에 다시 한 자리에 모여 다른 동료의 실수를 찾아내게 하는 소동을 벌여야 하는 것인가?

학교 현장이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광주시교육청은 해바라기처럼 교과부만 바라보며 공문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광주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소신껏 교육행정을 펼쳐야 한다. 그것이 아이들이 살고, 학교가 살고, 교육청이 사는 길이다.
2009년 3월 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광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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