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풀려 좋아했더니 하늘이 질투를 했는지 요즘 며칠간의 날씨는 최악이었다. 비가 오고 바람이 세게 불고 눈발이 날리고 기온이 뚝 떨어지고... 취재에 마치 슈퍼맨 같은 체력을 요구하는 날들이 이어져만 갔다.

오늘도 날씨는 변함없이 추웠다. 무등산 자락 문빈정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펼치고 있는 진보신당 준비위원장을 만나러 가기에는 말이다.

그래도 어쩔텐가. 가기로 한 것은 가야지. 그리고 단식 농성이라는 것을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궁금해 하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버스에 올라탔다. 종점이 증심사에서 내려 그곳에서 200미터를 올라가야만 농성장이 보인단다. 꾸벅꾸벅 졸린 잠을 버스 안에서 보충하고 보니 어느새 종점에 도착해 있었다. 버스 문이 열리고 발을 내딛는 순간, 난 이곳이 북극인줄 알았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 간간이 휘날리는 눈발 귓가를 때리는 ‘윙~’하는 무서운 바람 소리까지... 정말 내 자신이 날아가는 줄 알았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후드 모자를 최대한 앞으로 끌어당겨 푸욱 눌러 쓰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다. 마치 적진을 향해 행군하는 군인과 같은 마음으로.

저 멀리 진보신당의 단식농성 천막이 보였다.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 이런 걸까. 그 순간 내 걸음은 빨라졌고 어느 새 천막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여보세요, 어제 취재하겠다고 전화 드린 신문사에서 나왔습니다” 천막의 지퍼가 열리고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곳에는 윤난실 진보신당 광주시당 준비위원장이 앉아 있었다. 밖은 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천막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지낼만하다’라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한 당의 대표를 떠나서 단지 여성으로서 물만 마시고 이 단식을 버티는 것이 참으로 용했다. 광주시민의 분노를 대표해서 나타내기 위해 단식이란 방식의 농성을 택한 윤 준비위원장은 취재를 마치고 인물사진은 되도록 조그맣게 나온 것을 게재해달라(?)고 부탁했다.

3일 동안 물만 마셔서 그런지 윤 준비위원장의 얼굴은 확실히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인물사진을 크게 넣지 않을 테니 걱정 마시라고 안심시키고 자리를 떴다.

돌아가는 길 역시 만만치 않은 바람이 불어왔다. 천막 안에서도 윙윙대는 바람소리에 취재도중 무서워하던 나였다.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겨울이 다 끝난 줄 알고 옷도 정리하였건만 이렇게 마지막 동장군이 활개를 치게 내버려둔 하늘이 말이다. 내일모레는 비가 온다는데...

당신은 추운 겨울날 손이 얼어 볼펜이 잡히지 않았던 상황을 겪어 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못할 정도로 손가락이 굽어지지 않던 적은요?

이러한 상황을 겪지 않으셨다면 제발 저를 불쌍하게 여겨 포근한 나날을 내게 주옵소서!!

유난히 원망스러운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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