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공공성연대 주최로 광주 서구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MB정부의 미디어악법 개정이 지역 언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원래 관심이 있었던 분야이고 현재 지역 언론에서 직접 뛰는 입장인지라 어떤 의견이 오고갈 것인지 무척 궁금했다. 많은 언론인들이 미디어 법을 굳이 ‘미디어악법’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

대학 교수의 강의를 듣는 학생의 마음으로 취재에 임했다. 미디어 법 이 녀석, 낱낱이 파헤쳐주마!

토론의 결론은 단 하나였다. 한나라당과 MB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미디어 법은 지역 언론을 죽일 뿐이라는 것.

MB 정부의 정책을 대체로 살펴보면 신자유주의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미디어 법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진행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MB 정부의 신자유주의 노선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가 신자유주의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하지만 그들의 미디어 환경과 한국의 미디어 환경은 다르다는 것을 MB 정부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를 찬양하는 미국이란 나라도 미디어에 있어서만큼은 제한적인 신자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도.

‘황새가 뱁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그랬다. 미국은 미디어에 있어서는 한국보다 훨씬 긴 역사와 학문적 깊이 그리고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들을 쫓아가려 한다는 것은 비행기로 날아가는 미국을 자전거로 잡겠다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다.

대기업의 신문방송 소유 규제 완화, 민영 미디어 렙 적용은 모든 상황이 갖춰진 판 위에 벌여야 할 반찬이다. 상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반찬을 놓겠다? 어느 누가 이 꼴을 이해한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 백보 양보해서 미디어 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7가지나 되는 법을 서로 간에 끼칠 영향을 제대로 생각지도 않고 한꺼번에 뚝딱 해치워 버리려는 것은 한국의 언론을 과식으로 체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부모님은 어린 자식에게 반찬을 주고 꼭꼭 씹어 먹으라고 말한다. 소화를 잘 하기 위해. 하지만 작금의 사태는 자식 입에 이것저것 통째로 넣어주고 꿀꺽 삼키라고 강요하는 형국이니 식도가 막혀 켁켁 거리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제발... 제발 한국 언론에게 미디어 법을 제대로 소화할 능력과 시간을 좀 주자. 이렇게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언론으로부터 나올 결과는 뻔하다. 소화불량으로 인한 응급실행, 이거 하나 뿐. 지역 언론은 응급실 행 도중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려나.

미디어의 앞날에 시커먼 구름이 뒤덮인 것만 같다.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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