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명한 '이적단체' 기준, 기자를 혼란하게 하다

2월의 첫째 주 월요일부터 취재를 위해 광주지방법원 앞을 찾았다. 광주전남청년단체협의회가 법원의 한국청년단체협의회(이하 한청) 이적단체 판결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이 그 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서둘러 찾아간 법원 앞에서는 시민단체와 남총련에서 나온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이적단체, 이제 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이들에게는 생소한 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역사책이나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 ‘한강’에서나 나올만한 단어다. 그런데 버젓이 지금도 사용 중이라니. 궁금증과 더불어 이적단체란 판결을 법원으로부터 받은 한청에 대해 잘 모르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도 함께 느꼈다.

왠지 오늘도 공부가 필요한 하루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한청은 우리나라의 진보적 성향을 가진 청년들이 이끌어나가는 청년대중단체이다. 1919년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는 한청은 1960년 4월 형명과 6월 항쟁 등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7,80년대 청년운동을 계승해 2001년 창립한 단체였다.

민주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 한청은 21세기에 걸맞게 남북 화해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통일운동으로 단체의 방향을 바꿔나갔다. 또한 현재 가장 절실한 문제 중 하나인 청년실업해소를 위한 노력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시절 크리스마스 때 한번쯤 접했던 ‘사랑의 몰래산타’ 포스터. 한청은 사회양극화 해소와 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봉사활동도 하고 있는 단체였다.

자, 이것이 한청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요약이다. 과연 여기에 이적단체라고 법원이 판결할만한 근거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법원의 이적단체 구분 기준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혹시 현 정권이 자신의 입맛대로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해 장애물이 된다고 판단한 단체들을 무차별적으로 이적단체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예쁜 케익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장식물들로만 데코레이션을 하는 것처럼.

청년들은 대한민국 희망의 새싹이자 미래의 훌륭한 열매이다. 이런 청년들의 단체를 이적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짓밟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를 떠나 21세기에 이적단체를 운운하고 있는 현 정부의 구시대적 발상에 대한 회의감마저 느껴졌다.

7,80년대의 청년들이 투쟁으로 이뤘던 이 땅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에 청년의 한사람으로 부끄럽고 죄송스럽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이적단체’ 이 네 글자가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규정인지? 병아리 기자를 하루 종일 고민하게 만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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