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유동성 위기로 경영난을 겪어온 쌍용자동차가 결국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쌍용차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법정관리 결정이 내려지면 쌍용자동차에 대한 채권자의 개별적 권리행사는 금지된다.

법정관리신청은 결국 상하이차의 쌍용차동차에 대한 경영권 포기를 의미한다. 철수설을 슬슬 흘리던 상하이차의 본색이 드러나는 셈이다. 2004년 10월 상하이차가 쌍용차 최대주주가 된 직후부터 쌍용차 핵심기술의 중국 유출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기술이 뒤지는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진짜 목적은 싼값의 기술절취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까닭이다. '엔진설계기술 무단 유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해온 검찰은 지난 해 쌍용차 연구소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수사는 사실상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자는 2004년 부장검사로 승진한 직후 중국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느낀 중국은 참으로 땅도 넓고 사람도 많은, 말 그대로 지대물박(地大物博) 그 자체였다. 청나라 붕괴 이후 중국대륙에는 공산 정권이 오랫동안 집권해 왔다. 그러나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을 다녀온 수많은 한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왜 공산주의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더 자본주의적인가 하는 점이다.

보통사람 한달 월급의 수천배에 달하는 한끼 식사를 거침없이 하는가 하면, 맛사지, 안마, 서커스공연 등 사람의 신체를 도구로 활용하는 상업이 횡행한다. 더욱 기이한 것은 이 같은 거대한 불평등에 대해 어느 누구도 특별한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필자는 그 원인 역시 결국 중국이 땅은 넓고 사람이 많다는 속성에 자연스럽게 내제된 것으로 보았다. 땅이 넓고 사람이 많다보니 각자가 살아남고 번성하기 위해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수천년 역사속에 자연스럽게 중국인의 유전자에 각인이 된 것이다.

중국영화 대부분이 무협영화인 이유 역시 같은 것이다. 땅이 넓고 인구가 많다보니 공무원간에 밀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어려워,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가 많이 생긴다. 아버지가 이유없이 죽임을 당해도 살인범이 산동성에서 사천성으로 멀리 도망가 버리면, 산동성 공무원이 사천성까지 쫒아가 잡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아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무공고수가 되어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가 복수를 하는 것이 중국민들에게는 한편의 장엄한 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산골 오지에는 아예 국가의 보호자체가 없기 때문에 중국민은 역사 이래로 자기 실력, 자기 근육의 힘을 키우는 것에 관심이 있고, 자연스럽게 무술은 삶의 본질적인 테마였던 것이다. 중국에서는 한 개인은 그 저 한 점과 같으며, 따라서 집단에 대한 신뢰 또는 사회나 국가에 대한 귀속 의식 자체도 희박하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철저한 개인주의에서 출발한다. |

나, 그 다음은 내 가족, 그 다음 지역이나 국가를 생각하는데, 지역을 생각하는 순간부터 귀속의식이 많이 희박하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자기가 태어난 나라가 제, 월, 초, 오나라 어느 나라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느 나라 왕이 나와 우리가족을 편안하게 잘 먹여 살려 주는가가 중요하 것이다. 어느 나라 왕이 주민들에게 잘 해준다고 하면 곧바로 보따리를 싸 이주하는 습관이 중국 국민들의 살아온 역사가 유전인자에 투영된 것이다.

개인주의는 자본주의와 동전의 앞뒷면의 속성을 가진다. 개인이 살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모으는 것이 최고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 같이 중국민이 세계 최고의 개인주의와 자본주의의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중국과 교역할 때 반드시 잊어서는 안될 점이다. 상술로는 우리가 중국을 쉽게 이기기 어렵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그러나 겁먹거나 위축될 필요는 없다. 그들이 가진 장점이 곧 단점이기 때문이다. 1인당 GNP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들은 인구가 500만에서 1천만 내외인 핀란드 등 북유럽 강소국가들이고, 독일처럼 순박한 국민성을 가지거나, 대한민국처럼 뜨거운 열정을 가진 국민들이 세계 문명사를 선도해 가는 주요한 한 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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