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언제부터 MB ‘비핵,개방.3000’ 추종자가 됐나?

기억하실려나 모르겠다. 오바마가 매케인을 누르고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축하차 친히 선사하신 유머가 있다. "오바마와 나는 서로 닮은 꼴이다"는 '개그'가 바로 그거다.

"오바마와 닮은 꼴"이라는 MB유머의 위력은 실로 대댠했다. 뉴스를 타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국민유머로 자리잡았고, 두 사람 간의 닮은 꼴을 찾으려는 네티즌들의 극성 때문에 인터넷이 한 동안 몸살을 앓기도 했다. 그때 나온 대표적인 유머 몇 가지.

"오바마와 이명박의 닮은 점과 다른 점 - (1)ㅇ,ㅂ,ㅁ을 초성으로 쓴다. (2)오바마는 겉이 검고, 이명박은 속이 검다. (3)그러나 결정적으로 종(種)이 다르다는 거."

"오바마는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 필요성 역설, 이명박은 시장만능주의 / 오바마는 부유층에 증세, 이명박은 부유층에 감세 / 오바마는 대화 중시하는 온건 외교노선 추진, 이명박은 취임과 동시에 남북관계 악화 / 오바마는 사회 안전망 확대 주장, 이명박은 복지 예산 대폭 삭감... 이런 MB가 '오바마 닮았다'고 썰을 푸는 건, 트럭에 깔린 소똥이 '피자와 나는 닮은 꼴이다'고 말하는 격"

차이가 이렇듯 확연한데도 "오바마와 닮았다"고 강변하는 이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들의 막가파식 우기기 또한 웃음사냥에 나선 네티즌들에게 좋은 꺼리가 됐다.

"서인영 중고사는 소리하고 있네 / 구준엽 똑딱핀 꽂는 소리하고 있네 / 펠프스 익사하는 소리하고 있네 / 파워레인저 초반에 이기는 소리하고 있네 / 앙드레 김 검은색 정장입는 소리하고 있네 / 빌 게이츠가 러시앤캐시 대출받는 소리하고 있네 / 페리스 힐튼 급식받는 소리하고 있네 / 부시 전쟁 때려치는 소리하고 있네 / 배트맨 거지되는 소리하고 있네 / 맥클레인 죽는 소리하고 있네..."

MB유머로 촉발된 네티즌들의 웃음소리는 일부 언론매체가 사뭇 진지한 태도로 두 사람의 공통점을 추적하는 기사를 올리면서 한층 더 커졌다.

둘 모두 순탄치 않은 유년기를 보냈고. '강한 어머니'를 두었으며, 명문대 진학 이후 뒤늦게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점 등이 닮았다고 찬미한 2008년 11월 5일자 뉴시스발 기사가 그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조선일보 인터넷판은 2008년 11월 7일 두 사람의 궁합이 좋아서 앞으로 잘 지낼 것이라고 역술인들이 예측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메인톱으로 내보내, 네티즌들로부터 "이명박이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믿을게 사주밖에 없다는 건가? 응?" "또 하나의 코메디군. 얼마나 초조하면 시주까지 들이대냐"는 조소와 야유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한 물 간 'MB유머 대소동'을 새삼 되새김하는 까닭인 즉, 오바마 대통령 취임사를 다룬 1월 22일자 동아일보 사설을 보고서 끓어 오르는 웃음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다. '오바마.MB 닮은 꼴' 주제에 의한 2009 동아일보 변주라 할 만 <오바마 취임사의 ‘통합,책임,改造’한국도 꼭 가야할 길>의 내용을 잠시 훑어 보자.

동아일보는 우선 "오바마 대통령이 18분간에 걸쳐 읽은 취임사는 새 미국 정부의 행로를 보여주는 나침반으로 대한민국의 향후 진로와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담고 있다"며, 오바마가 미국의 총체적 위기 극복을 위해 ‘통합’ ‘책임’ ‘개조’를 강조했음을 상기시켰다. 우리도 갈등과 반목을 청산하고 화합하고 단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바마의 목소리를 비틀어 이명박을 위한 호소로 둔갑시킨 것에 불과하다. "우리의 대통령과 의원들로 역할을 바꾸어 놓더라도 들어맞는 말이다"고 추임새를 넣으며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여야는 사사건건 충돌하며 경제위기의 긴박성에 대한 공동인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깐죽댄 것이 그를 뒷받침한다.

동아일보는 이어 "공공자금을 다루는 정부는 책임성을 지니고 현명하게 자금을 지출하고 나쁜 습관을 고치고 투명하게 일을 처리할 것”이라는 오바마의 약속에 앵글을 갖다 대면서, 오바마의 신 뉴딜플랜과 이명박의 뉴딜정책을 자연스레 연결시켰다. 그러면서 오바마가 말한 책임성은 "감세와 4대 강 정비사업을 비롯한 뉴딜에 51조 원의 예산을 쏟아 붓는" 이 정부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고 거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오바마와 동렬에 세우고자 하는 동아일보의 열심은 "오늘부터 우리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먼지를 훌훌 털고 미국을 개조하는 과업을 시작하자"거나 "다함께 어려운 시절을 맞았지만 한파를 뚫고 폭풍을 견디며 한 번 더 용기를 내자"는 오바마의 호소를 "결국 어느 나라가 불굴의 기업가 정신과 용기로 어려움을 빨리 극복하느냐에 따라 경제력 순위가 뒤바뀔 것임을 우리가 한시라도 잊어선 안된다"는 이명박식 어법으로 뒤비꾼 데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그러나 뮈니뭐니 해도 가장 하이라이트는 "오바마가 한반도에 던진 메시지도 심각하다"면서 "부패와 사기로 그리고 반대자에게 재갈을 물려 권력을 유지하는 자들은 역사의 잘못된 쪽에 서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당신이 주먹을 펼 의향이 있다면 우리도 손을 내밀어 줄 것"이라는 오바마의 말을 "무조건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만 대화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한 대목이다. 오바마가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만 대화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니, 그가 언제부터 이명박의 '비핵,개방.3000' 추종자가 됐다는 걸까?

이 모양 동아일보 사설대로 오바마 취임사를 읽자면, 오바마는 기껏해야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만 대화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 이명박 대통령의 분신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답변은 독자들에게 맡기겠다. 이거야 원...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