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계당 보존 자료 4176점…일반인 공개 가치 활용성 높이기로

전남대학교 도서관이 송강 정철(松江鄭澈, 1536-1593) 선생과 기암 정홍명(畸菴 鄭弘溟, 1582-1650) 선생 관련 고서, 고문서, 고서화 등 문화적으로나 학술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자료 4176점을 위탁받아 관리한다.

전남대학교는 19일 “송강 정철 선생의 16대 후손이며 현 계당(溪堂, 전남 담양 소재)의 당주(堂主)인 정구선(鄭求宣)씨가 계당에 400여 년 동안 보관해 오던 자료 전부를 학교 도서관에 위탁키로 했다”며 “23일 오전 위탁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위탁 자료에는 송강 정철을 이어 문장가로 명성을 날린 기암 정홍명, 소은 정해하(簫隱 鄭敏河, 1671-1754), 벽서 정운오(碧棲 鄭雲五, 1846-1920) 등이 주로 수집한 것으로 보이는 고서 406종 1100여 책, 고문서 2933건, 고서화 143점 등 많은 분량의 고문헌이 포함되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고서는 강원도 관찰사 겸 수군절도사로 있던 송강 정철이 강원도내의 주와 현을 맡고 있는 수령들에게 정사의 근본이 풍화임을 밝히고 이에 힘쓸 것을 권장하기 위해 1580년에 간인한 『유읍재문(諭邑宰文)』을 비롯하여, 1668년(현종 9년)에 주조한 금속활자인 무신자(戊申字)로 찍은 『팔대가문초(八代家文抄)』 등 1500년대~1700대의 금속활자본, 목활자본, 목판본 등의 전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고문서 가운데 『동현간독(東賢簡牘)』과 『동현간첩(東賢簡帖)』 등 4책은 이이(李珥, 1536-1584), 백광훈(白光勳, 1537-1582), 이정구(李廷龜, 1564-1635), 이식(李植, 1584-1647), 장유(張維, 1587-1638), 김집(金集, 1574-1656), 이경여(李敬輿, 1585-1657), 조익(趙翼, 1579-1655), 송시열(宋時烈, 1607-1689), 송준길(宋浚吉, 1606-1672), 권상하(權尙夏, 1641-1721), 김창흡(金昌翕, 1653-1722) 등 당대에 학문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서인 노론계 중심인물들의 간찰(簡札) 및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간찰과 시의 내용이 대부분 저자들의 문집에 실려 있지 않아 학술적 가치가 매우 중요한 자료들로 평가받고 있다.

위탁자 정구선씨는 “그동안 계당에 몇차례 화재가 발생하고, 습기와 벌레, 해충 등이 심해서 고문헌 관리가 어려웠다”며 “전남대 도서관에서 전문적으로 관리하면서 우리 소중한 유산의 손실을 막았으면 좋겠다”고 위탁 배경을 설명했다.

전남대학교 도서관은 자료 정리를 마친 후 문화재청에 일부 고문헌에 대해 문화재 지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또 일반인과 연구자들에게 이 자료를 공개해 활용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전남대학교 도서관 고전자료실은 호남지역의 서원, 향교, 사찰, 문중에 소장하고 있는 고문헌들을 체계적으로 수집, 정리, 데이터베이스화해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포탈 서비스(Potal Service)를 제공하고 있다. 또 기관이나 개인 소장자들이 소장 공간이 여의치 않아 보관하기가 어려울 경우 소유권은 원소장자에게 그대로 인정해 주고 보관과 관리를 무료로 대행해 주는 고문헌 위탁관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정애 도서관장(의학과 교수)은 “송강 정철 선생의 고문헌 위탁을 계기로 우리 도서관이 서울대학교의 규장각,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장서각, 경북 안동의 한국국학연구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역사보존의 중요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남대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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