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헌재 결정 반대목소리도 한 줄도 안넣고…찬양일색

한국방송광고공사의 지상파광고 판매대행 독점이 헌법불합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MBC와 SBS의 보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뿐 아니라 공공성·다양성 등의 언론의 원칙적 문제까지 안고 있음에도 단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발표리포트, 찬양리포트에 그쳤기 때문이다.

더욱이 MBC의 경우 자사의 계열사인 19개 지역MBC가 모두 민영미디어렙 도입에 반대하면서 헌재를 상대로 KOBACO 현행체제 존치를 촉구해왔음에도 끝내 눈을 돌렸다.

MBC SBS, 코바코 헌법불합치 결정에 무책임·찬양 리포트

MBC는 지난 27일 방영된 <뉴스데스크> '30년 만에 경쟁 체제 맞은 코바코'에서 "헌재의 오늘 결정으로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민영 미디어렙 즉 민간 광고 대행사의 내년 말 도입 방침이 탄력을 얻게 됐다"며 "민간 사업자들도 방송광고 대행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거가 생김에 따라 방송 광고시장은 '완전 자율경쟁'이라는 일대 변혁을 맞게 됐다"고 보도했다.

MBC는 "시청률과 연계된 다양한 판매노하우를 통해 방송 광고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될 것"이라는 김상훈 인하대 교수(언론정보학)의 발언을 내보내면서 "그러나 지역과 종교, 군소방송사들의 광고 수익이 감소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향후 이들에 대한 지원 논의가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라고 마무리지었다.

헌재의 결정을 절대적 기준으로 판단해 헌재 결정에 대한 이견이나 비판을 반영하길 포기한 것인지, 헌재 결정을 기대했던 것인지 몰라도 최소한 그동안 민영미디어렙 도입에 반대해온 이견이 있었다는 사실이나 당장 이날 헌재의 결정 이후 나온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지역방송협의회의 반박성명 정도는 한 줄이라도 반영했어야 최소한의 '균형'이라도 갖췄다고 평가받았을 것이다. MBC는 이에 대해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독점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인데, 과연 독점을 해소해 누구에게 평등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종부세에 관한 해괴한 논리 구성에 이은 두 번째 ‘코드’ 결정일 뿐"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언론노조는 또 "광고주가 방송에 개입할 수 있게 하고 결과적으로 자본이 방송을 압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말았다"며 "언론자유와 방송독립 가치가 한낱 사업자의 이해를 넘어서지 못하는가"라고 비판했었다.

헌재 결정 비판 성명 곳곳서 나와도 묵살…"MBC 진정 방송공공성 위해 노력하고 있나"

또 뉴스 뒷부분에 "지역과 종교 군소방송에 대한 향후 지원논의가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라고 분석한 것도 사안의 본질을 외면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왜 27년 간 이 체제가 사회적 합의를 이룬 채 유지돼왔는지, 지역 시청자들을 위한 지역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무의미한 것인지에 대해 평가를 내렸어야 했다.

자신들의 계열사인 19개 지역MBC조차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리포트는 지역자체방송 시간대인 밤 9시40분을 넘겨 맨 마지막 리포트를 내보냈다. 지역방송에서 이 보도에 반발할 것을 우려했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당당하고 양심적인 뉴스배치도 아니다. 이럴 바엔 차라리 보도하지 않는 게 나았다.

고차원 언론노조 민실위원장은 "겉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과 달리 MBC는 스스로 나서서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PD수첩 때문에 싸우고 있는 것 외에 뭣이 있나. 정권이나 사회현상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낼 수는 있겠으나 자신들의 생존이나 돈 문제와 직결된 '코바코' '미디어렙' 문제에 직면했을 때 아무런 문제제기를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 위원장은 "특히 수도권의 MBC만 지상파로 생각하고, 지역 MBC는 안중에도 없이 수도권만 건재하면 방송공공성이 지켜질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모를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석창 지역MBC정책연합 총괄팀장도 "서울MBC(본사)는 지난해부터 겉으로는 미디어렙 도입이나 방송광고공사 폐지 문제에 대해 '노코멘트'하는 입장이었으나, 속으로는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정치권 등에 전달해왔다"며 MBC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SBS 되레 "글로벌 기준에 맞는 경쟁 환경" 쌍수들고 환영…상업방송 본색 드러내

이날 밤 SBS <8뉴스> 보도는 되레 한 술 더떴다. 아예 노골적으로 쌍수들고 환영한다는 신호다. SBS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만 전한 '코바코 광고독점 헌법불합치…내년말까지 개정' 리포트에 이어 '변화 앞둔 코바코 체제…광고 경쟁시대 열린다'에서는 새로운 방송광고 판매대행 체제에 대한 기대가 잔뜩 베어있다. 

"오늘(27일) 결정으로 우리 방송광고 시장도 글로벌 기준에 맞는 경쟁 환경을 만들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습니다. 이번 결정의 의미와 전망을…."

앵커가 리포트를 소개하면서 내던진 멘트이다. 앵커와 기자가 리포트에서 하고 싶은 말은 '글로벌 기준에 맞는 경쟁 환경'이다. 그렇다면 지역방송 또는 지역민방은 어떻게 될 것이며, 이날 헌재의 결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살펴보려는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방송광고 시장이 더욱 더 활성화 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고 특히 지상파 방송광고의 가치가 더욱 증진될 것"이라는 김상훈 교수의 말도 등장했다.

SBS 역시 공식적으로 민영미디어렙 도입에 찬성한다고 대놓고 밝힌 적은 없다. 상업방송의 한계, 방송사가 직접 영업을 통해 수익 좀 더 올려보자는 속내가 듬뿍 담긴 리포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KBS "부익부 빈익빈 가져올 것" 유일하게 비판적 보도

이에 반해 같은 내용을 보도한 KBS의 경우는 의외로 이번 결정이 가져올 폐해와 우려를 비교적 상세히 전달했다.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 광고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기업 등이 방송 3사 등 주요 방송사에 광고할 경우 중소 방송사에도 함께 광고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끼워팔기가 안 됩니다. 실제로 지난 3월 문화부의 조사에서는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종교방송과 지역민방의 광고 수주액이 3년 뒤 각각 70%와 26%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S는 MBC SBS와 달리 인터뷰 대상도 김민기 숭실대 교수를 선택해 "취약한 방송은 아마 몰락하게 될 것이고, 방송으로 힘이 쏠리다 보면 약한 신문들이 우선적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 같다"는 우려를 보도했다. 최근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인 뉴스로 변하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KBS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균형을 갖추고자 했다. MBC SBS는 이 만큼도 할 줄 모르는 방송이었던가.

자사 수익 관계된 내용 객관적 보도 못하면서 방송공영성 주장할 자격있나

방송은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사의 이해관계에 얽혀있거나 불리하더라도 반대편의 주장을 함께 반영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반대쪽의 입장에 서서 보도할 필요도 없다. 무엇이 문제인지, 무슨 다툼이 있는지를 시청자들이 알기 쉽게 전달하면 된다.

자신의 수익과 관계된 내용이라도 이를 솔직하게 보도하지 못한다면, 그 방송은 공공성이나 공영성을 내세울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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