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선두주자 입지 굳혔다” ... 해외언론, 전문가 긍정 평가…국제무대 위상 확립

‘연례보고 : 일년 동안의 전시’라는 제목으로 예술문화 생산을 위한 혁신적인 교류의 장, 열린 전시의 장으로 열린 2008광주비엔날레가 66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아쉬움 속에 9일 폐막했다.

지난 9월5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축사와 함께 개막한 2008광주비엔날레는 첫 외국인 감독인 오쿠이 엔위저의 기획으로 비평적 담론 형성, 과거 전시 관행의 탈피를 위해 예년과 달리 특정한 주제가 없는 전시행사로 치러졌다.

특히 행사 기간 동안 예년보다 많은 국내외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과 긍정적인 평가들은 광주비엔날레의 위상이 세계적인 반열에 자리를 굳혔음을 실감케 했다.

지난해 ‘신정아 사건’으로 전 국민의 관심과 우려 속에 올해 비엔날레의 향방이 어두웠던 반면, 사건 이후 채 1년이 안돼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14년 역사 광주비엔날레의 ‘힘’을 증명한 한 해기도 했다.

재단 사무처는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로 전시의 원활한 준비와 효율적인 공간구성, 안정된 행사운영을 이뤄냈다는 평가와 함께 아시아권 비엔날레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2008광주비엔날레 두 달여의 주요 성과와 반응, 향후과제를 짚어본다.

◇ 전시운영 분야 주요 성과
2008광주비엔날레는 전 세계 36개국 127명의 작가가 참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시립미술관, 의재미술관, 대인시장, 광주극장에 모두 549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길 위에서 On the Road’와 ‘제안 Position Papers’, ‘끼워 넣기 Insertions’ 3개 섹션은 각각의 전시관 내에서 유기적으로 통합돼 소주제나 단위별 구분 없이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오쿠이 총감독은 이들 전시들을 특정한 주제로 묶지 않고 선보였으며 첫 번째 섹션 ‘길 위에서’는 지난 1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열린 주요 전시 36개를 선별, 다른 작품들과 더불어 재구성 했다.

대인시장의 ‘복덕방 프로젝트’, 거리행진 퍼포먼스 ‘봄’ 등으로 구성된 두 번째 섹션 ‘제안’에는 모두 29명이 참여, 국내․외 미술현장의 젊은 큐레이터들의 관점과 제안 형식의 전시 또는 프로젝트로 선보여 참신하고 파격적이란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도심공동화 현상과 대형 할인점의 번창으로 운영난을 겪고 있는 재래시장(대인시장)을 전시 공간으로 편입, 새로운 공공미술 영역으로 재탄생 시킨 점 등도 관객과 미술관계자들에게 많은 찬사를 받았다.

또 요하힘 숀펠트의 ‘네 명의 연주자들’, 조동환 부자의 ‘미군과 아버지’ 등 56명의 작품으로 구성된 세 번째 섹션 ‘끼워 넣기’는 독창적이고 이슈가 뚜렷한 개별 작가의 작품, 또는 이벤트적인 요소를 갖는 프로그램들을 초대해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했다.

이밖에 글로벌 인스티튜트와 국제학술회의는 국내외 대학생과 미술 관계자들이 현대미술의 담론을 확장시키고 현대미술과 인문사회학적 관계를 새롭게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향후 국제 미술계에서 광주비엔날레의 선도적 역할을 담보했다.

일반 관객들은 ‘주제 없는 전시’에 대해 다소 난해함을 표하기도 했으나 ‘관객이 느끼는 것이 주제’라는 오쿠이 총감독의 의도대로 틀에 얽매이지 않은 열린 전시문화를 제시했다는 반응이었다.

◇ 국내․외 전문가 반응
국내․외 미술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오쿠이 답다’라는 말과 함께 난립하는 세계 비엔날레들의 주제 지향적 전시 관행을 깨트리는 주제 해체의 시도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프랑스 르몽드지(誌)의 즈느비에브 브레리트 기자는 “주제가 없다는 점이 작가는 물론 관객에게도 열린 전시를 제공했다. 주제설정은 끼워 맞추기식의 작품선정이 되거나 큐레이터의 기획의도가 지나치게 개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술평론가 반이정씨는 “주제고갈 사태, 혹은 예술보다 인류 사회학에 근접한 ‘과도한 담론싸움’으로 포장된 비엔날레 전시의 폐단을 없앴다. 용감하고 진솔했으며, 전례가 없었다. 부담되는 주제에 연연하지 않고 개개 작품에 대한 몰입을 용인했다”(씨네21)고 밝혔다.

세계적 미술잡지인 ‘아트인아메리카’의 비평가 엘리노어 하트니는 “7회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의 식민지적 기억 등을 담은 정치적 발언이 강한 것이 눈에 띈다. 현대미술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으며 광주가 그 변화의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독립 큐레이터 오자와 케이스케는 니혼게자이 신문을 통해 “같은 시기 아시아 여러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는 다른 국제 전시회를 한 단계 뛰어넘고 있다”며 “전시기획의 힘과 앎의 기쁨을 전해주는 곳이었다”고 평했다.

이태리의 경제전문지 ‘솔레벤티 콰트로’의 안나 데더리지 기자는 “4년 전에 와봤는데 광주비엔날레는 전 세계 주요한 이벤트로 자리 잡을 만큼 엄청난 성장을 했다. 전시가 실험적인데다 기획의 장으로서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관람객 유치 및 서비스
66일간 총 36만여명(대인시장 3만명 포함)의 유료관람객이 방문했다. 이는 하루 평균 5천454명이 전시장을 다녀간 것으로, 지난 6회 때의 41만명 보다 5만 여명이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단체 관람객의 비중이 떨어진 반면 일반 관람객(174,769명, 11월8일 현재)이 20%(6회 때 168,393명) 늘어난 것은 향후 전시 관람의 형태별 문화향유 풍속도가 변화하고 있는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주도로 아시아권 5개 비엔날레가 공동홍보 및 마케팅 협의체로 조직한 ‘아트콤파스2008’은 공동 영문 홈페이지와 심볼․로고 제작, 패키지 투어상품 개발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아시아의 현대미술 중심에 광주비엔날레가 있음을 알렸다.

전시의 집중도를 높이면서도 관객에게 최대한의 관람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도슨트 제도의 적극적인 운영은 행사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크게 일조했다.

지난 행사에 비해 축제형식의 부대 행사를 대폭 감소시키고, 오로지 관객이 전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시관의 간결, 쾌적한 동선과 작품 배치 연출에 노력을 기울였던 것도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고정된 동선을 따라 작품 사이를 줄지어 관람하던 방식 대신 전체와 부분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면서 관람동선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공간연출에서 예년을 답답함을 해소시켰다는 평이다.

행사 시 중외공원 전체를 비엔날레 행사장으로 묶어 입장을 통제했던 예년과 달리 전시관 입구에서 검표를 실시함으로써 중외공원을 완전히 개방한 점은 문화 현장의 유연성과 편안함으로 관객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설치작품이 많은 비엔날레 특성상 작품훼손의 우려가 컸으나 별다른 사고 없이 운영, 개막 때의 작품을 폐막 시점까지 변함없이 즐길 수 있었다는 점도 운영의 묘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광주비엔날레 전시에 있어 가장 큰 장점이자 관객서비스 프로그램인 ‘도슨트 해설’ 또한 더욱 발전시켰다. 올해에는 국내․외 전문가와 VIP방문객을 상대로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전시해설을 제공하는 시니어도슨트 제도와 청소년들의 문화 교육적 효과를 높인 청소년도슨트, 유아도슨트 제도를 신설, 관객의 눈높이에 더욱 부응했다는 평이다.

한편 경기 불황에도 불구, 16개사가 10억7천100만원(무료항공권 등 현물 포함)의 후원․협찬금을 제공했는가 하면, 7개국에서 1억3천3백만원의 해외후원이 별도로 이뤄지는 등 국내․외에서 후원이 답지해 광주비엔날레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시켜줬다.

◇ 향후 개선과제
해마다 나오는 관람문화 실종, 관람편의 시설 부족, 광주의 관광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는 차기 행사시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개막 초반 일부 단체 관람객들에 의한 작품훼손 사례가 되풀이된 것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위상에 흠집을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람편의 시설 부족도 향후 개선과제로 대두됐다.

전시관 내 5개 전시실을 둘러보는데 평균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볼 때, 노약자나 장애인을 위한 휴게 시설 확충도 앞으로 작품 배치 시 필수적으로 들어갈 요소로 꼽혔다.

또한 작품 훼손 방지를 위한 안전요원과 관객간의 마찰이나, 개막 초기 사진촬영을 금하는 등 관객과 비엔날레 측간 입장 차이가 컸던 점도 개선과제로 남았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프레 오픈과 개막 행사시 해외언론과 비평가, 참여 작가 등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서 모여 교류를 할 수 있는 행사를 추진함으로써 광주비엔날레가 세계 미술인들의 교류와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광주비엔날레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별도로 운영해오던 참여 작가 파티, 내외신기자, 전문가 초청 만찬 등을 통합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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