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민연대 "초등학생 사망사건은 입시위주 교육이 원인"
"학교 체육 3시간 이상 제도화하여 학생 체력 증진해야" 주장
  

경기도 의정부 한 초등학교에서 체력검사에서 오래달리기를 하던 6학년 초등학생의 사망사건과 관련 체육단체가 체력저하를 낳고 있는 입시교육위주의 교육정책이라며 체육교육 정상화를 주장하는 성명을 냈다.

체육시민연대는 26일 발표한 성명에서  "학생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비만학생이 늘고 있는 원인은 다양하다"면서 "과도한 입시교육으로 인해 학교와 학원을 옮겨 다니며 장시간 책상에 앉아있어야 하고, 등하교 길조차 차로 이동 하며,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신체활동 부족 등"이라고 원인을 진단했다. (아래 성명서 참조)

이 단체는 또 "치열한 입시경쟁 체제의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체육수업을 줄이거나 다른 과목으로 대체하고, 심지어 내신평가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은 공교육이 체육교육을 포기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체육교육정상화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이 단체는 또 대안으로 "여러 선진국에서처럼 학교교육에서 체육수업을 중요시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은 청소년들의 체력강화가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을 갖고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체육수업 3시간 이상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체육교육의 모델로 들었다. 

한편 체육시민연대는 정부의 엘리트 체육의 위주의 문제점을 짚고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체육정책을 제안하는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체육 전문 시민단체다.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폐지를 주장 한바 있으며, 체육선수들의 인권 향상에도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성명 전문] 아이들 건강문제는 학교체육 정상화만이 해답이다.

결국 우려하던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 체력검사에서 1,000m 오래달리기를 하던 초등학교 6학년생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교사와 학생들의 진술이 크게 엇갈려 정확한 사고경위는 경찰 수사를 기다려봐야겠지만 체력검사장에 응급상황을 대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과 각 학생들의 체력수준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 기준으로 체력검사를 실시한 학교 당국의 책임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은 학생들의 체력저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이를 인식 못하고 입시교육만을 강조하여 학교체육을 축소하고 있는 정부와 교육 당국의 안이함 때문이다.

학생들의 체력저하에 대한 문제제기는 일찍부터 있어왔다. 3년마다 발표되는 국민체력 실태조사 발표가 있었던 지난 2004년에도 초중고 학생들의 현저한 체력저하 문제에 대해 당시 문광부는 물론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은 앞다퉈 대책들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2005년 서울시교육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생 비만율은 초등학생 11.2%, 중학생 10.7%, 고등학생 15.9%로 1998년 남녀학생 비만율 5.7%에 비해 오히려 현저히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근거로 하면 2008년 현재까지 해마다 비만율은 1%씩, 수적으로는 매년 10만 명의 비만학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사실 학생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비만학생이 늘고 있는 원인은 다양하다. 과도한 입시교육으로 인해 학교와 학원을 옮겨 다니며 장시간 책상에 앉아있어야 하고, 등하교 길조차 차로 이동 하며,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신체활동 부족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이 갈수록 허약해지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학교체육에 있다. 이는 최근 학교 체육수업이 성인의 비만위험을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뒷받침 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소아&청소년의학지’ 최신호에서 5년간 3,300여 명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체육수업과 성인 비만의 관계에 대해 조사했는데 아이들이 매주 체육수업에 참여할 경우 성인기 과체중이 될 위험이 5%가량 감소했으며 매일 참여할 경우 28%가량 감소한다고 밝혔다. 결국 학생들이 체육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성인기 비만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교체육의 현실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체육시간을 다른 과목으로 대체하거나 입시과목을 보충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교육부로부터 예체능 과목의 ‘생활기록부 기록방식 변환’ 훈령이 발표되어 체육교과가 내신반영에서 제외될 상황에 처해있다. 치열한 입시경쟁 체제의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체육수업을 줄이거나 다른 과목으로 대체하고, 심지어 내신평가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은 공교육이 체육교육을 포기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상 최다 메달로 최고의 성적을 올린 북경올림픽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그 화려한 엘리트체육의 이면에는 부실한 학교체육 정책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병들어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과거 ‘체력은 곧 국력’이라는 상투적이지만 타당한 진리에 접근하기에는 학교체육의 현실이 엘리트체육의 그늘에 깊게 가려져 있는 듯 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부터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기초체력인증제, 중학생에게는 체력평가(HIMS)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8월부터 비만아동의 건강관리와 운동처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양아동바우처사업을 마련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인위적인 미봉지책보다는 여러 선진국에서처럼 학교교육에서 체육수업을 중요시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은 청소년들의 체력강화가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을 갖고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체육수업 3시간 이상을 의무화하고 있다. 방과 후 스포츠클럽 활동도 적극 권장하며 대입 전형에 이를 반영하기까지 한다.

과연 입시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 사정에서 이러한 정책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신체적ㆍ정신적 건강이 학업성취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수많은 연구결과를 잣대로 들이대면 언제까지고 부정만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학교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방과 후에도 치열해 지고 있는 입시경쟁으로 인해 우리의 아이들은 신음하고 병들어 가고 있다. 국가의 밝은 미래를 담보해 주는 아이들이 아파한다면 국가의 건강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이제는 정부와 공교육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 매년 불어나는 사교육비와 하향평준화 되고 있는 학력도 걱정해야겠지만 그보다는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비만 학생들과 갈수록 저하되고 있는 학생들의 체력 문제 해결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0교시부터 학교에 나와 영어책을 펼치고 방과 후 학교에서 수학 보충을 받는 모습보다 차라리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체육수업을 통해 체력을 단련하고 학교가 끝난 후에 급우들과 운동장에서 뛰노는 모습이야말로 학생들의 밝은 내일과 희망찬 국가 건강의 미래상임을 정부와 교육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꿈을 펼치기도 전에 어른들 잘못으로 목숨을 잃은 서양의 명복을 빌며 사건의 진상이 명확히 밝혀져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주길 기원한다. 2008년 9월26일

체육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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